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688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리산에 있는 석탑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아름다울까요?" 지난 가을 나는 카페 '지리산 이야기'의 지리산 답사를 앞두고 이런 바보같은(?)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어요. 몇 사람이 이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을 내놓더군요. 황량한 폐사지 단속사터에 마주 서있는 동, 서 5층석탑을 들기도 하고, 이형탑인 백장암 3층석탑을 들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화엄사 4사자3층석탑을 언급은 하면서도 그 탑은 너무 완벽하여 굳이 들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했어요. "너무 완벽하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인 듯합니다.

화엄사 4사자3층석탑은 국보 제35호로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국보 제20호)과 쌍벽을 이룬다고 하지요. 네 마리의 사자가 탑신을 받들고 있는 형상의 4사자3층석탑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선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세웠다고 알려져 있어요. 일종의 효도탑으로 네 마리 사자 표정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하지요. 한편 국보 제54호인 연곡사 북부도(北浮屠) 역시 탁월한 솜씨로 빚어낸 돌조각 걸작품입니다. 두 작품은 연기조사와 그 어머니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연기조사는 신라 사찰의 지리산 입산 1호인 화엄사와 연곡사를 서부 지리산에 세웠고, 그 4년 후에는 동부 지리산에 법계사와 대원사를 창건했지요. 지리산 불교의 큰 토대를 마련한 주인공이지요. 하지만 앞서도 얘기했지만, 연기(緣起)선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이설이 적지않아요. 인도에서 건너왔다거나, 신라 진흥왕 때 스님이라거나 경덕왕 때의 스님이란 설 등이 있었지요. 결국 경덕왕 때의 황룡사 스님으로 밝혀졌지만, 이 때문에 화엄사와 연곡사 등 지리산 사찰들의 창건연대가 달라지기도 했어요.

연기선사에 대한 공식기록마저 이처럼 들쑥날쑥하여 화엄사와 같은 주요 사찰의 창건연대까지 200~300년씩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 화엄사의 4사자3층석탑이나 연곡사의 북부도와 같은 탁월한 석조각품은 연기조사와 그 어머니와 연관관계가 있다고 전해오는 것일까요? 연기조사가 정확하게 어느 해에 화엄사와 연곡사를 세웠느냐는 것보다 연기조사가 어머니를 그리워하여 석탑과 부도를 너무나 아름답게 조각했다는 사실이 사람들 입으로 전해올 수 있었던 것이 더 중요하지요.

어머니의 사랑은 이 세상의 으뜸 사랑이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속세의 인연을 끊은 불가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인가봐요.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선사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4사자3층석탑은 그래서 한층 더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게 됩니다. 각황전 뒤편으로 동백숲을 끼고 108계단을 걸어올라 만나는 효대(孝臺)는 반송과 어울려 화엄사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데, 지리산중에서 최고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요. 어머니 명복을 기리기 위한 선사의 정성이 숨결처럼 느껴집니다.

4사자3층석탑은 그 착상부터 기발한 이형탑이지요. 무엇보다 암수 2쌍, 네 마리의 사자가 네 귀퉁이에서 지주 역할을 하듯 탑을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앙에 합장한 스님상을 안치해 놓았습니다. 또 이 석탑 앞에는 역시 특이한 모습의 석등이 서 있습니다. 석등 아래 세개의 간주석(기둥) 안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공양하는 모습의 인물상이 눈길을 끌지요. 전하는 얘기로는 석탑의 스님은 연기조사의 어머니이고, 석등의 인물상은 아들인 연기조사라는 거예요. 이 모습은 애잔한 감동을 일으키지요.

효심이 깊었던 연기조사는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공양하는 자신의 모습을 석등의 형태로 조각하도록 했다는 거예요. 또 '효대'라는 이곳 이름도 대각국사 의천이 이런 전설을 인정하고 시를 읊은 데서 연유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석탑 속의 스님상은 아무리 보아도 남자와 같으니 연기선사의 어머니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네요. 또한 이 석탑 양식 등으로 보아 이 석탑은 연기조사의 효성을 기리기 위해 후대에 어떤 제자가 세웠을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아름다운 석탑은 효성의 산물인 것이지요.

전설과 사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육전 중건 과정의 계파스님 얘기도 아주 감동적이지요. 걸인노파가 "가피를 내리소서"하고 웅덩이에 몸을 던지는 것에서 공주 손바닥을 펼치게 하는 일련의 스토리가 아주 그럴 듯합니다. 그래서 임금을 깨닫게 하여 중창을 했다고 하여 그 이름까지 '覺皇殿(각황전)'으로 했다지 않습니까. 하지만 당시의 숙종에게는 딸(공주)이 없었다네요.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인 것이지요. 하지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깃든 석탑이라면 그 아름다움만 생각하는 것도 좋겠네요.
  • ?
    섬호정 2002.12.09 19:55
    오래전 정주(아들)와 각황전 과 효대 4사자 3층 석탑을 답사하며 사진을 찍으러 간적이 있었지요 물론 화엄사는 수차례 다녀 참배한 도량이지만 아들과 함께 모자가 효대를 보며 그 설화를 연상하던 일이 이 글속에서 새롭게 떠오릅니다 : 덴버에서 관음행 합장
  • ?
    솔메 2002.12.10 11:09
    지리산 제일의 도량에는 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어머님에 대한 사랑에 얽힌 보물이 많군요..
    제가 중학시절에 수학여행을 다녀오신 형님이 주신 흑백홍보사진(책갈피에 꽂는 모양의..)에서 본 四獅子석탑의 독특한 인상이 뇌리에 남아 절에 가서 석탑을 대할때마다 그 모습이 생각나곤 하던 바로 그 보물이군요...연기조사의 사연이 감동적입니다...
  • ?
    珍 元 2002.12.10 13:30
    "공양하는 인물상"을 우연히 제가 가지고 있어서 사진 사랑방에 올려 놓았습니다. 괜찮지요? 선생님.
  • ?
    최화수 2002.12.10 16:59
    珍元님, 감사합니다. 나에게도 그 좋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든지, 이곳에 음악과 함께 올리는 기술이 있다면 글은 10분의 8을 줄이고 그 공간에 사진과 음악으로 메웠을 것입니다.
    말 나온김에, '시크릿 가든' CD 차에 꽂고 다니며 늘상 습관처럼 듣던 음악인데, 이곳에서도 자주 들려줘서 감사드립니다. 珍元님 덕분에 요즘은 이곳에서
    꿈을 꾸는 듯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2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3) 5 최화수 2003.05.23 5876
191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5) 3 최화수 2003.06.05 5875
190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5 최화수 2006.12.13 5875
189 2005년 '지리산 10대 환경뉴스' 4 최화수 2005.12.28 5870
188 노고단 산장과 '무장비 등산'(5) 14 최화수 2005.09.03 5864
187 황산대첩(荒山大捷)과 승전비(7) 3 최화수 2005.02.17 5841
186 "폭력 미스터리 풀리지 않았다!" 3 최화수 2002.07.16 5838
185 인휴대(印休臺)의 낭만시대(3) 3 최화수 2004.02.26 5826
184 인휴대(印休臺)의 낭만시대(4) 5 최화수 2004.03.07 5820
183 아름다운 집 '느티나무산장'(2) 3 file 최화수 2008.09.13 5806
182 부산 사람들의 지리산 사랑(1) 2 file 최화수 2009.11.30 5806
181 불꽃같은 여인, 불꽃같은 사랑(1) 2 최화수 2005.03.21 5798
180 '남명(南冥)기념관'에 가면...(1) 5 최화수 2004.11.20 5792
179 천하명당 금환락지(金環落地)(1) 4 최화수 2004.10.19 5782
178 천년송(千年松)...솔바람 태교(2) 2 file 최화수 2009.09.27 5769
177 콩 세 말은 콩이 몇 개일까요?(3) 4 최화수 2003.09.26 5761
176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4) 2 최화수 2003.05.30 5759
175 용유담(龍遊潭)과 엄천(嚴川)(3) 4 최화수 2004.10.01 5751
174 인휴대(印休臺)의 낭만시대(6) 2 최화수 2004.04.09 5747
173 황산대첩(荒山大捷)과 승전비(3) 5 최화수 2005.01.23 574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