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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74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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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식님이 외국인선교사 수양촌 관리인이 되어 왕시루봉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면서 그곳으로 오르는 산길은 전국 유명 산악인들의 발길이 점차 잦아졌습니다.
광주의 '거시기산악회' 회장이자 전국인권변호사회장 이돈명 변호사, 부산 '자이언트산악회' 회장 이광전님 등등...전국의 수많은 산악인들이 노고단에서 함태식님과 쌓았던 인정을 잊지 못해 찾아오곤 했었지요.

함태식님이 옮겨오면서 외국인선교사 수양촌은 이렇게 활기를 찾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선교사수양촌'이란 종교적 울타리를 과감하게 무너뜨린 것이지요.
함태식님은 '외국인 별장'이라 불리던 '외국인선교사 수양촌'의 이름부터 '인휴대(印休臺)'로 고쳐 불렀습니다.
'인휴(印休)'란 인요한(존 린턴)의 부친인 휴 린턴의 한국명이지요. 그이가 왕시루봉의 수양촌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따라서 왕시루봉 수양촌은 설립자인 '인휴'의 이름을 따서 '인휴대'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함태식님의 생각이었지요.

1992년 5월15일, 함태식님은 수양촌의 실질적인 주인인 인요한에게 이렇게 불쑥 제의를 했답니다.
"이곳 수양관이 자리한 곳은 당신의 아버지 인휴 선생이 찾아내고 가꿔온 지리산 명당 중의 명당이니, 그이를 기려 앞으로 '인휴대(印休臺)'라고 부릅시다."
"좋습니다!"
인요한도 그 명명을 크게 기뻐했지요.

함태식님은 인요한에게 또 하나의 아주 중요한 제의를 했습니다.
"기왕에 지리산의 가장 좋은 곳에 자리한 수양관이니 진정으로 지리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산악인에게는 사랑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합시다."
"그것도 물론 좋습니다."
이렇게 하여 수양촌 안에 비워져 있던 오두막을 산악인들이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인요한의 오두막 바로 옆 캐빈에 새로운 하나의 이름판이 내걸렸어요.
'광희장'.
광희장이란 부산의 산악인 이광전님과 그의 부인인 신충희님 이름 글자 가운데 하나씩 딴 것이에요.
동화세계와도 같은 왕시루봉의 청정한 자연 속의 삶을 갈구하던 이들 부부는 '광희장'과 함께 그 꿈을 이룬 것이지요.
물론 그 꿈의 다리를 놓아준 이는 함태식님이었어요.

'광희장'이란 이름판을 내걸면서 이광전님 부부는 주말마다 왕시루봉으로 달려갔어요. 꿈결같은 삶을 누리고자 달려간 것이 아니라, 일하러 간 것이지요.
몇년째 비워져 있던 목조 오두막은 벽과 천정 등 곳곳이 시급한 손질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광전님 내외는 토지면 오미리에서 오두막을 수선할 잡다한 물건들을 직접 등짐으로 지고 그 먼 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날라야 했습니다.
여승익(지리산 곰)님 등 부산의 젊은 산악인들이 그 일을 도와주기도 했어요.

이광전님이 많은 정성을 들여 '광희장'을 새롭게 탄생시키면서 필자에게도 하나의 큰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이가 함태식님에게 부탁하여 목조 오두막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교회 아래쪽 오두막을 필자가 이끌던 산악회인 '우리들의 산' 오두막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왕시루봉의 '우리들의 산' 오두막!
꿈결같은 일이었지요.
필자는 오두막 임대가 결정되자 말자 '우리들의 산' 산악회 회원들을 끌고 왕시루봉으로 달려갔지요.
'우리들의 산' 현판식이 그 오두막에서 성대하게 열린 것은 물론입니다.
아, 우리에게도 인휴대의 낭만시대가 그렇게 열리는가 보았어요.
  

  • ?
    허허바다 2004.04.10 00:32
    오랫만에(전 길고 길었다고 느껴집니다) 인휴대 이야기가 이어지니 정말 기쁘고 반갑습니다. 인휴대의 연유가 그리된 것이군요... 정말 예전에 비하면 요즈음 그 낭만들 어디로 다 숨어 버렸는지... ㅎㅎ 춘분의 그 짧은 만남 요즈음 긴 그리움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에고!
  • ?
    솔메 2004.04.10 09:42
    휴린턴의 한국명을 딴 '인휴대'...함태식선생님의 재치와 낭만이 어우러진 명칭이군요. '광희장'- 이광전선생님에 얽힌 이야기, '우리들의 산' 에 스며있는 이야기... 더욱 기다려집니다.
    문득, 재작년 여름에 달궁계곡에서 대낮에 마시던 소주 생각이 나니 함께했던 이광전선생님이 다시
    뵙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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