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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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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다들, 그랬던가
한 번 흘러간 강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이 강물은 어제의 강물이 아니라고
이 바람은 어제의 바람이 아니라고

아니다
아니다
강물은 어제의 그 강물인데
바람은 어제의 그 바람인데
마음만이
이 마음만이
어제의 마음이 아닌 것이리'
                <김인호 / 다시, 강가에서>(김인호 시집 '섬진강 편지')

Daum.net 칼럼 가운데 '섬진강 편지'가 있지요.
시인 김인호님이 섬진강에서 띄우는 편지로 시작하여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사촌동생(?)이자 전북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의 명예이장인 김도수님 등이 번갈아가며 글을 띄우는 아주 특별한 인기 칼럼입니다.

섬진강에서 아침마다 편지를 쓰기 시작했던 김인호 시인은 누구인가?
그이의 시집 '섬진강 편지'에 나종영 시인의 그 답글이 실려 있습니다.

'그는 섬진강 굽이굽이 오백리 길을 순례하며 저물면서도 빛나는, 빛나면서도 저무는 생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묻고 있다. 상추메기골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지리산을 돌아 남해에 이르는 섬진강은 그에게 곧 사랑이며 밥물 넘치는 삶의 거처이기도 하다. (중략) 어머니! 이 한마디가 김인호 시인이 그토록 사랑하는 섬진강의 이름이 아니겠는가.'

섬진강이라면 먼저 그 이름의 연유가 되는 두꺼비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섬진강(蟾津江)의 섬(蟾) 자는 두꺼비를 뜻합니다. 원래는 모래가 많다고 하여 '다사강', '모래내'라 불렸다지요. 그런데 고려 우왕 11년(1385년) 섬진강 하구를 노략질하던 왜구들을 섬거(蟾居)에 살던 수만 마리의 두꺼비가 몰려나와 울부짖어 물리치게 했답니다. 그 때부터 섬진강으로 불렀다는 군요.

'두꺼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섬진강 일대는 예부터 군사 요충지로 여러 산성(山城)들이 자리합니다.
두꺼비가 몰려나온 섬거마을 뒤편의 각산(角山)산성을 비롯하여 마로산성, 불암산성, 봉암산성, 중흥산성이 있습니다. 중흥산성은 임진왜란 때 의병과 승병의 훈련장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나당 연합군이 함께 만들었다는 고소산성이 있고, 고전장 석주관에도 가파른 능선을 따라 성곽을 쌓았습니다. '두레네집' 앞으로 흘러내리는 한수내는 정유재란 때 시산혈해를 이루었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섬진강을 상징하는 두꺼비 떼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듯이, 이 강의 명물인 은어와 재첩도 엄청나게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백사(白沙) 청송(靑松)의 하동송림이 섬진강 서정의 한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요.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22년(1745년)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이라고 하네요. 이 송림에 궁도장 하상정(河上亭)이 자리하는데, 끊임없이 전란의 바람이 몰아쳤던 섬진강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가리킨다고도 합니다.

섬진강은 삼한시대의 영토싸움에서부터 빨치산과 토벌대가 처절하게 싸운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내란 등이 끊임없다시피 되풀이된 곳이기도 합니다.
섬진강의 가장 처절한 비극은 정유재란 때 의병과 승병 등이 전멸한 석주관 전투일 것입니다. 석주관 현장의 7의사묘는 지리산에서 가장 거룩한 성소(聖所)의 한 곳이 아닐까 합니다.

섬진강은 '어머니'라는 한마디의 이름으로 대치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끝없는 그리움처럼 가슴에 담기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운 서정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섬진강에 담겨 있는 어머니의 모든 것, 가난한 삶의 역사, 사랑과 희생의 긴 도정이 그 강물에, 강언덕에, 모래밭에 소롯이 담겨 있기 때문일 거에요.
섬진강이 길고긴 얘기를 들려주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섬진강은 역사로 보아야 합니다.
멀리로는 수만 마리 두꺼비 떼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하고, 가깝게는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의 삶의 편린을 떠올려보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섬진강의 진정한 역사는 구석진 곳으로 밀려나고 있는 듯합니다. 섬진강의 진정한 역사와 민속, 민중의 숨결 등이 그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까 섬진강 그림이 한결같이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5일 장터였던 화개장터가 난장이 아닌 규격화 틀에 가둬 상설화 된 것이나,  소설 속의 허구인 '최참판댁'이 대궐처럼 요란하게 지어진 것에서도 우리는 섬진강 그림의 얼룩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꾸미고 가꾸고 세우는 문화관광사업이라는 것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무엇보다 진정한 생명력을 갖도록 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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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3.11.03 19:22
    그 물위로 수천억개의 삶과 이야기가 포개져 있겠죠.. 그래서 그 물줄기 그 무게에 눌려 튀지 못하고 잔잔히 흐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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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麗蜃) 2003.11.03 22:48
    섬진강은 결코 양단을 갈라놓지 않았것만..인간들이 그 강을 선으로 그어 나라로..도시로 갈라놓았지요..이런 정서들이 그슬러 올라..그슬러 내려 ..섬진강의 아픔이 되진 않았는지..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굽이쳐 흐르는 강물...결코 성냄이 없을거 같은 그 섬진강물의 온화함을 찾아 담고 싶습니다...변함없는 애정과 우정으로..그대 또한 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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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11.04 11:25
    '섬진강은 역사로 보아야한다'
    깊이 공감합니다.
    버드나무 잎 피는 봄이나 코스모스 어지럽게 피어나는 가을길이나 그 강가 그 길은 참 좋았습니다. 강물가에 내려가지않고 길위에 서서 지긋이 내려다 보는 즐거움이 더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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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3.11.04 14:02
    선생님 !제가 사알짝 그림을 한번 넣어 보았는데요. 오히려 글을 해칠까 걱정 됩니다. . 하여 지우라시면 지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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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3.11.04 14:47
    moveon님, 글을 해치기는요, 엄청 돋보이게 해줍니다. 너무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나는 자신의 글보다 '허허바다'님과 '여신(麗蜃)'님, '솔메거사'님의 글들이 어울려 미완(未完)의 글을 마무리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답니다.
    이 칼럼 내용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글이더라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생각이나 시각은 다양할수록 좋고, 그 다양성이 어울려 '한마당'의 화합을 이룬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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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없는여행 2003.11.04 17:21
    좋은 글 감사히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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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전 2003.11.04 21:17
    섬진강가에서 재첩 잡아 국 끓여먹고 물놀이 하던 때가 생각 납니다. 섬진강으로 고대에
    중국 화남 지방의 무역선이 드나들었다지요.
    섬진강 상류의 철을 실으러.... 저희 시골 앞의
    시냇물도 섬진강으로 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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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11.04 22:27
    따뜻한 섬진강변에 사는 다감한 시인들 소개 참 좋군요. 남강물에서 멱감고 큰 몸이라 더 동감이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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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11.04 23:37
    "한번흘러간 강물은 다시오지 않는다고".
    누구든다아는 평범한 이야기.윤회.가버린세월.
    좋았던기회.젊은날의 꿈.섬진강 이야기가 왜이리좋은 것일까 모르겠습니다.
    (사진이있어 더욱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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