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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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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가도가도 질리지가 않는다."
누군가의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도가도 질리지 않는 서정의 세계가 곧 섬진강이지요.
그래서 섬진강은 독립된 강이면서도 '지리산 10경'에 포함되었겠지요.

한국의 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섬진강입니다.
하지만 이 섬진강에도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세월이 던져놓고 간 얼룩 자국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세제(洗劑)로도 지울 수 없는 '문명의 얼룩'입니다.
섬진강 강물은 마냥 낮고 평온하게 흐르는 것만은 아니지요.
우리들은 섬진강이 언제까지나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줄 것을 바랍니다.
하지만 그 바람을 헤집고 현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거에요.

섬진강의 현대화?
그 상징적인 존재가 등장했습니다.
'남도대교'를 넘나드는 '영호남 시내버스'가 그것입니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하천리에서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를 잇는 '영호남 시내버스'가 지난 10월20일부터 하루 다섯 차례씩 운행을 시작한 겁니다.
시내버스가 처음으로 영남과 호남지역을 오가며 운행한다고 하여 '영호남 시내버스'로 불린다고 하네요.

          
남도 대교

'영호남 시내버스'?
이런 표현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냄새'가 풍기는 듯합니다.
이 시내버스의 등장을 가능케 한 것이 저 요란한(?) 모습의 '남도대교'이지요.
지난 7월29일 개통된 남도대교는 '영호남 화합'을 강조한다면서 거대한 철골 아치를 세웠지요.
지리산, 백운산, 섬진강의 서정세계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철구조물이 아닌가 합니다.

하동읍의 섬진교와 구례 간전면의 간전교 사이의 섬진강에는 교량이 없습니다.
화개장터 앞에 '줄배'를 대신할 교량 건설은 마땅히 요구되는 것이었지요.
전남도와 경남도가 사이좋게 공사비를 나누어 부담한 것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영호남 화합'을 강조한다는 철구조물이 섬진강의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듯하네요.

"다리 길이가 350미터밖에 안 되는 데도 한강의 서강대교를 모방하는 듯 거대한 철골 아치를 세움으로써 지리산과 백운산, 그리고 섬진강을 점령군처럼 압도한다는 점이다. 여인의 허리 곡선처럼 부드러운 섬진강엔 그저 통나무 하나 걸치듯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환경 친화적인 다리가 제격이다."(박강섭 / '섬진강을 바라보며')

화개장터 앞에 '영호남 화합'을 상징한다는 거대한 철골 아치의 남도대교가 들어섰으니까 영남과 호남을 잇는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섬진강 양안의 주민들이 시내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남도대교의 등장으로 밀려난 전통의 '줄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여운처럼 따르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화개장터 앞 섬진강, 강 위에 줄이 걸려 있었지요.
뱃사공이 그 줄을 당겨 나룻배를 강 이쪽 저쪽으로 건너게 했습니다.
고작 한 두명의 승객을 싣고 줄배가 한가롭게 섬진강을 건너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그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사람의 가슴에는 또 얼마나 풍성한 생각들이 강물처럼 적셔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고요.

화개장터 앞 줄배는 10년 전에 등장했었답니다.
그 이전에는 뱃사공이 노를 젓는 나룻배가 사람과 짐을 실어날랐지요.
나룻배 이전에는 황포돛배가 하동포구 70리 물길을 거슬러 오르내리고는 했답니다.
황포돛배가 오르내리던 시절의 화개장터는 걸죽한 타령이며 온갖 물산이 넘쳐 파시를 이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화개장터의 새로운 상징처럼 육중한 철골 아치의 '남도대교'가 도도하게 서 있습니다.
그 다리 위로는 자동차들이 생생 편리하게 지나다닙니다.
황포돛배며 고기잡이배는 아주 전설 속으로 사라졌지요. 이제는 마지막 '줄배'마저 사라질 운명입니다.
고향의 추억 같은 배들은 우리들의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황포돛배며 고기잡이배를 대신하여 레프팅 보트와 모터 보트가 손살같이 섬진강 물살을 가르며 나타나고는 합니다.
섬진강 서정의 세계에 혼란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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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10.27 20:02
    그 다리 생각하면 섬진강 무드 다 깹니다.지리산 분위기까지 망쳐놓는 그 다리,누가 설계.감리.결재 했는지?몰취미의 극치.그나저나 이 애물단지를 이제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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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도 2003.10.27 21:16
    쌍계사와 화개장터를 본답시고 두어번 가봤는데 글쎄 무언가 부조화같아 이상했는데 아-- 그래 그괴물같은 다리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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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10.28 09:38
    저 지난주, 달빛초당에 들렸다가 나오는길에 그 다리를 처음으로 건너보고서 861번 지방도로를 선택하여 올라왔습니다.
    대다수는 영호남의 내왕 편리를 도모한다니 그저 찬성 대찬성이지만 지난시절의 서정을 생각하는 이들은 아쉬움이 많겠습니다.
    년전에 십리벚꽃 한창 철에 화개장터 건너편에 차를 두고 일부러 '줄배'를 타고 건너서 쌍계사까지 걸어갔다온 적이 있었는데....
    칼라플하고 거대한 다리를 건너볼때는 저도 여러생각이 나드만요..섬진강을 더 위로 올라가서
    압록삼거리에서 石谷 방향으로 竹谷을 못미쳐서는 오리지널 소형 '줄배'가 있었는데,
    그것이나 오래도록 유지해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저에게는 그 줄배가 참으로 깊은 가족간의 추억이 서린 줄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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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3.10.28 11:35
    아치는 강 가운데 교각을 박지 않게 하기 위해 설계자의 고민이 낳은 산물 같습니다. 강의 흐름을 보존하고자 하는 그 선의.. 현수교? 그러면 양쪽의 하늘을 찌를듯한 교탑이 더 부조화스러웠을 것입니다. 물론 다리를 세우지 않는 것이 자연미의 보존에 바람직스러웠겠죠.. 어차피 다리를 세운다고 결정되었다면 글세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공법상 저 아치는 필요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모든 일은 선의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벌어진 일.. 사후에 어쩌겠습니까.. 주변과 어울릴 수 있도록 인간이 정으로 색칠하고, 추억으로 덧칠하여.. 그리하여 넓은 지리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전체 지리에 비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미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전 그냥 다 받아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전제 조건은 이젠 사전에 이런 부조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들 참여해야 하는 것입니다. 짧은 생각이지만 용기내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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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3.10.28 14:52
    지역 주민들의 편의도 생각하면서 자연 환경과 어우러질 수 있는 시설물이면 좋았을텐데.. 다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단호히 한목소리를 낸다면 앞으로 타산지석 삼아 개선되리라 봅니다. 인공적인 화려 거대함보다 자연 그대로 편안하고 정겨운 지리, 휴식과도 같은 섬진강을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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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레엄마 2003.10.29 12:41
    섬진강은 가도가도 질리지가 않는다. 맞지요.거기에 붙여 전 이 말에 섬진강은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다란 말을 추가하고 싶네요. 이사오기전 저녁이면 두레아빠와 여기저기 눈에 박아둘 양으로 돌아다니다가 섬진강이 잘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는 그저 말없이 강물만 보다가 들어오곤 했었지요.
    선생님 글을 대하니 그 광경이 다시금 눈앞에 새롭네요.
    언제나 잘읽고 있습니다.
    조만간 소식 전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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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10.29 23:37
    옛날에 강을건너다닐때 철사줄을잡고 배에 곡식들을싣고 건너다니며 얼마고생을하고 불편했던가요.
    추풍령으로 이사가기전 두레엄마의 이야기 가슴이 찡 하네요.
    (65년에구례 문척면 월전리에서 그배를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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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麗蜃) 2003.11.03 02:31
    섬진강의 모래, 섬진강의 햇살,섬진강의 바람, 섬진강물의 그리움 그 정서를 담고 그 정서에 안겨 흐르고 싶은데 자연은 말이 없고 인간들의 발소리 숨소리들만 지면을 울리는 것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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