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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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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인들은 지리산이 영산인 줄을 너무도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수긍을 하게 된다.
자연지리사와는 상관없이 지리산의 정신문화사는 각별하면서도 찬연하다.
얼마나 많은 차라투스트라들이 이 산을 들락거렸던 것인지 헤아릴 수조차 없다.]
소설가 문순태님의 '우리 산하를 걷다-변강쇠의 지리산으로 들어가기'는 어머니의 넓은 품과 같은 지리산은  원하는 이라면 그 누구나 받아주었다고 말합니다.

문순태님은 특히 지리산이 유랑문학, 한국 피카레스크 문학의 고전이자 원전인 '변강쇠전'을 받아들인 사실을 상당하게 평가했군요.
지리산이 터전을 마련해주지 않았더라면 변강쇠와 옹녀의 '원초적 본능'마저 기운을 떨치지 못했을 터인데, 지리산이 감추어놓은 기층문화 속으로 파고들게 했다는 거에요.

경남 함양군이 지리산으로 찾아들던 옛길 오도재(悟道嶺)에 성곽과 성문을 만들고 '지리산 제1문'의 문패를 단다고 했습니다.
오도재 공사 현장을 찾아가던 필자는 고갯마루에 올라서기 앞서 함양쪽(휴천면) 월평리 주막 앞에 내걸려 있는 일련의 간판들에 눈이 어지러웠답니다.
'옹녀샘', '변강쇠 옹녀 묘'가 그것이지요.

몇 해 전에 오도재 아래 월평리(살구징이 마을) 산골짜기에 변강쇠, 옹녀의 쌍분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들어 알고 있었지요.
조선일보 '이규태 코너'의 관련 글도 이미 읽었었고요.
그런데도 실제 그 입간판을 보니 묘한 기분이 앞섰답니다.
그것은 1980년대 구룡계곡 입구 육모정 맞은편에 '성춘향 묘소'가 왕릉처럼 거대하게 조성된 것을 보고 놀랐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성춘향, 변강쇠와 옹녀는 누구입니까?
판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지요.
신재효(申在孝)가 개작한 판소리 6마당에 '춘향전'과 '가루지기타령'이 있습니다.
'가루지기타령'은 '변강쇠타령', 또는 횡부가(橫負歌)'라고도 불리지요.
판소리나 고대소설은 한 마디로 픽션, 곧 허구입니다.

소설이나 판소리는 지어낸 얘기이지요.
그렇다면 그 주인공 역시 허구의 인물, 곧 지어낸 인물입니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소설도 없지는 않으나, 판소리의 경우 구전에 따른 픽션을 사설로 재구성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성춘향과 변강쇠, 옹녀는 실존 인물일 수가 없습니다.

실존인물이 아닌, 판소리에 나오는 인물의 묘소가 어떻게 자리하는 것일까요?
성춘향의 묘소는 춘향문화선양회가 국립공원 구역 안에 많은 돈을 들여 왕릉처럼 거대하게 조성해 놓았습니다.
성춘향 묘소로 올라가는 긴 돌계단만 보더라도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변강쇠와 옹녀의 묘는 춘향의 묘와는 대비가 되는, 초라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이 묘는 '변강쇠 옹녀 선양회'에서 정성들여 조성했어요.

성춘향의 묘소에는 춘향문화선양회가 '만고열녀 성춘향지묘'라는 비석과 함께 춘향을 기리는 글들을 새겨놓았습니다..
변강쇠와 옹녀의 묘는 함양 유지들이 전설을 추적한 끝에 휴천면 월평리에 쌍묘를 조성하고 묘제를 올리고 있답니다.
구전과 전설을 현실로 기리는 것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한 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사실 성춘향은 남원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이 없지요.
성춘향은 판소리뿐만 아니라 광한루원 등 남원의 명소 명물, 남원의 긍지로 자리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성춘향 묘소'도 당연히 자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겠지요.

번강쇠나 옹녀의 묘는 구전의 주인공에게 고향을 찾아주는 것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거에요.
심청의 고향, 흥부의 고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춘향과 옹녀는 판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성춘향은 정절의 여인이요, 옹녀는 천하의 음녀이지요.
정반대되는 두 여인의 묘소가 참으로 묘하게 대비가 되는군요.
지리산에 자리하는 두 여인의 유택이 우리에게 묘한 대비가 되고 있네요.
  
  • ?
    오 해 봉 2006.07.31 23:50
    큰저수지 위에있는 왕릉보다큰 춘향의묘소는 구경했으나 변강쇠와 옹녀의
    묘소는 어느정도인지 가보고 습니다,
    픽션 이드라도 재미있는 옛이야기 이기에 궁금합니다.
  • ?
    如山 2006.08.01 15:44
    8월1~5일 '조선통신사 옛길을 따라서' 일본 지역 답사 일정에 따라
    오늘 일본으로 떠납니다.
    후쿠오카의 아이노시마, 히로시마, 쿠레, 도모노우라, 우시마도, 오카야마, 시모노세키 등지에서 관련 유적지와 유물을 찾아보게 됩니다.
    8월17~20일에는 다시 일본을 찾아 2006 조선통신사 한일문화교류사업 행사를 참관합니다.
    지리산은 그 사이사이에 찾아볼 생각입니다. 8월11~12일에는 지리산에서의 1박2일 일정의 특별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 잘 보내세요.
  • ?
    김용규 2006.08.02 13:22
    무심하게 여겼던 춘향과 옹녀의 묘한 대비! 지리산은 옛부터 정절의 여인과 탕녀의 여인이 민중들의 의식속에 내재되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판소리중 춘향가, 흥보가, 변강쇠가가 모두 지리산을 배경무대로 하였군요. 변강쇠와 옹녀는 판소리 가사속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로 여겨지지만 변강쇠가의 가사 내용을 유추해서 변강쇠 옹녀 선양회에서 함양읍쪽에서 오도재를 오르는 월평 산자락에 조성하여 두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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