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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65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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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찌 된 일이랴, 님은 1976년 6월 홀연히 산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으니 지리 영봉 그 하나의 신비에 통했음인가?
가까운 이들과 따님 덕임의 말을 들으면, 숨을 거둔 곳이 칠선계곡일 것이라고 하는 바, 마지막 님의 모습이 6월 계곡의 철쭉빛으로 피어오르는 듯하다.
...님의 정신과 행적을 본받고자 이 자리에 돌 하나 세워 오래 그 뜻을 이어가려 하는 바이다.]

중산리의 천왕봉 등산구 자연석에 세워진 추모비에는 우천 허만수님이 칠선계곡에서 지리영봉, 그 천고의 신비에 하나로 통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허우천의 최후에 대한 이러한 결론은 평소 그이의 행적과 삶의 자세와 견주어보면 당연한 결론일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이의 정신세계는 이미 지리산의 정기와 하나로 통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니까요.

필자는 80년대 후반, 허우천의 흔적에 대한 어떤 미련을 떨치지 못해 두번째 칠선계곡 답사에 나섰습니다.
마폭 조금 아래 쪽에서 필자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됐어요.
우리 일행은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는 데도 아주 힘이 들었지요. 그런데 온통 바위 투성이인 험준한 계곡 한 가운데로 한 사나이가 거침없이 걸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칠선계곡이 어떠합니까?
집채 같은 석실이 가로막고 있는가 하면, 폭포와 징담, 칼날처럼 날카로운 직벽 등이 예사롭지가 않지요.
그 계곡을 한 발자국도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계속 따라간다는 것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 사나이의 모습이 필자의 눈에는 마치 계곡의 수면 위로 사뿐사뿐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아,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로고! 저이가 바로 허우천이 아닌가!?"

필자는 한동안 경탄하는 마음으로 계곡길을 거슬러내려온 뒤에야 그 사나이를 만났어요.
가까이서 보니 그이는 20대 젊은이였답니다.
그이는 부산에서 첫차로 중산리에 닿아 천왕봉에 오른 뒤 칠선계곡으로 하산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우리 일행은 하루 앞날 치밭목에 올라 아침에 산장에서 출발했는데...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젊은이의 초인적인 산행능력은 마치 우천 허만수님의 한 면모를 대신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졌답니다.

몇 해 전, 필자는 지리산에 정주한 '지리산의 달인' 성락건님을 그이의 집으로 찾아가서 만났어요.
그런데 그이로부터 우천과 관련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답니다.
성락건님은 오직 그이 혼자의 의지로 우천의 시신(유해)이나 흔적을 찾기 위해, 누구도 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수색작업을 벌인 것이었어요.
그 방법도 특출했지만, 그 장소 또한 필자로선 아주 의외의 곳이었답니다.

성락건님은 먼저 우천이 증발한 곳은 칠선계곡이 아니라 세석고원과 인접한 영신대(靈神臺)로 굳게 믿고 있는 것이었어요.
그이는 영신대 제단에 텐트를 설치해놓고 야영을 하면서 주변 일대의 험준한 바위 벼랑을 촘촘하게 가로 세로 10미터 간격으로 씨줄 날줄을 긋듯이 자일을 타고 수색을 했다는 거에요.
열흘 이상을 마치 바둑판 눈금 긋듯이 그렇게 정밀 수색작업을 한 것은 영신대에서 우천의 결정적 흔적을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은 때문이지요.

성락건님은 '지리산의 달인'입니다. '산에 미친 사나이'인 그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지리산에 자신의 오두막 '나무 달마 살래'를 지어놓고 나무를 닮아 사는 사람이지요.
그이의 얘기를 들어보면 참으로 경탄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이는 지리산을 3차원의 세계로 보고 있는 거예요. 그이가 지리산에 '청학동(靑鶴洞)'의 실체를 믿고 있는 것도 그 3차원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성락건님이 어째서 우천의 흔적을 찾아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작업(?)을 했던 것일까요?
'지리산의 달인'이 '지리산 산신령'을 가장 존경하고 있는 때문이랍니다.
  
  • ?
    오 해 봉 2006.07.05 22:47
    우천 허만수님이 증발한곳이 영신대인지 칠선계곡인지
    그져 궁금 하기만 하군요,
    그분의 신비로운 사생관이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3차원 아닐까 싶습니다 ? .
  • ?
    선경 2006.07.07 10:34
    지리산의 달인이신 성락건님께서 3차원의 세계를 보고
    계시니 우천 허만수님의 영혼이 늘 평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
    김영진 2006.07.09 23:08
    십년전 지리산 365일 이라는 책을 통해 , 81년 대학초년 때 부터 간간이
    찾앗던 지리산이야기를 접하며 감명받은 기억이 납니다. 우연히 최근 다시 최선생님의 자취를 여기서 접하니 반가운마음 , 수많은이들에게
    좋은 글로 지리를 전파하고계시니 감사하게 생각하며 오레오래 선생님글 독자로 남겠읍니다.
  • ?
    최화수 2006.07.10 11:45
    <지리산 365일> 책 얘기를 하시니 저 또한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 이후 지리산 관련 책을 몇 권 더 펴냈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지리산 365일>입니다.
    그 책을 쓸 때 지리산에 대한 사랑과 정열이 넘쳐났
    던 때문인가 봅니다.
    김영진님! 이곳에서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마음으로라도 늘 좋은 얘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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