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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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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나는 '지리산의 달인(達人)'으로 불리는 한 유명인사와 '샘물산행'을 하며 그이로부터 아주 신비로운(?) 얘기를 들었어요. 그이는 세석고원에서 살다 증발한 우천 허만수(宇天 許萬壽)님의 흔적을 찾기 위해 영신대(靈神臺) 제단에 텐트를 쳐놓고 며칠 묵었다고 합니다. 술과 육식을 입에도 대지 않는 그이는 쌀 한 봉지만 가진 채 영신대 주변 바위벼랑을 씨줄 날줄 긋듯이 타고다니며 암굴 등을 수색하고 다녔다네요. 그런데 깡마른 체질의 그이에게 아침마다 예기치 못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거예요.

"그 참, 이상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텐트를 치는 거예요." "텐트에서 잠잤다면서 텐트를 치다니요?" "아랫도리 속옷 말이예요." "...하하, 난 또...!" "그런데 그게 매일 아침 그러는 거예요." "그야, 용변이 마려우면 그럴 수 있는 거지요." "아니, 나는 그런 현상을 그곳에서만 느꼈다구요. 그러니까 그게 신통하다는 거지요." 처음에는 우스개말로 괜히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이의 표정은 정색을 하고 진지하기까지 했어요. 그이는 영신대의 신령한 기운(氣運)이 '남성'에 기운을 불어넣어준 게 분명하다고 말하는 것이었지요.

영신대는 지리산에서 득도하고자 하는 이들이 한번은 거쳐 가는 곳이지요. 그곳에 공부(?)하러 갔던 이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군요. 영신대의 기운이 얼마나 센지 웬만한 사람은 감당해내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밤중에 까무러치거나 자지러지고 그런다네요.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엄청 센 신령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군요. 그런데 '지리산의 달인'은 그 제단에서 막영을 한 거지요. 그이는 까무러치지도 자지러들지도 않고, 오히려 불가사의한 '정력의 선물(?)'을 받은 겁니다.

'지리산의 달인'으로부터 이상한 기운(氣運) 얘기를 듣고보니 상불(上佛), 하불(下佛)에서의 비슷한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상불, 하불이란 불일폭포에서 청학동으로 넘어가는 상불재에 이르는 내원계곡 지류의 골짜기를 일컫습니다. 불일폭포 일대가 하불이고, 상불재 가까이가 상불, 그 중간이 중불로 불리었답니다. 상불에서 하불에 이르는 골짜기는 원래 열네댓 가구의 마을이 있었지요. 6.25 전란으로 이 마을이 사라졌는데, 그 뒤 속칭 '공부'를 하러 오는 이들이 토굴생활을 하면서 60년대에 불마을이 되살아난 것이지요.

'화개타령'이란 노래 가사에 '그 산 경치 다 보아도 상불, 하불이 명지로다' 라는 대목이 있지요. 이 불마을은 옛날부터 지리산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불마을의 토굴에서 '공부'를 하여 득도하거나 신통력을 얻은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쌍계별장 전신인 도원암(桃園庵) 주지 해성스님도 상불에 암자를 지으려고 도원암을 처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지요. 그이는 도원암에서 상불을 오갈 때 호랑이가 언제나 따라다녔다는 등의 전설적인 일화가 지금까지도 쌍계사 주변 주민들 입을 통해 전해오고는 한답니다.

불마을에서 공부하며 얻게 되는 신통력 가운데 하나가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절륜(絶倫)의 정력'을 얻는다는 것이지요. 이 불마을에서 공부하여 절륜의 정력을 얻은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1960년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한 사이비종교 교주 서모씨였다고 합니다. 그는 상좌의 제자로부터 칼을 맞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여자 신도들과의 요란한 관계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했었지요. 그가 상불에 머물 때 기혼, 미혼여성들이 그를 에워싸다시피 했고, 그를 찾아오는 여성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더군요.

하지만 불마을에서 얻은 절륜의 정력이 너무 지나쳐 '남성'을 거세한 야릇한 사건도 일어났답니다. 1970년대 초반 전북 군산에서 하불 토굴을 찾아와 기도생활을 하던 한 전도사가 성령을 얻어 손만 갖다대면 병이 낫는 신통력을 발휘했어요. 그런데 그이 역시 절륜의 정력을 얻었답니다. 그의 토굴에 한번 찾아온 여성들이 다시는 돌아가지를 않았다네요. 심지어 여학생들도 책가방을 던지고 주저앉았다는 군요. 여자들의 극성스런 등쌀에 기도생활이 불가능해지자 그이는 스스로 병원을 찾아 '남성'을 절단해버린 거예요.

이런 신통력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솔직히 나는 기(氣) 운운 하는 것에는 철저하게 무지합니다. 또한 어떤 신통력도 믿지를 않지요. 심지어 토굴에서 공부하여 득도(得道)를 한다는 것도 '마음을 비우는 것' 이상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데 묘한 것은 지리산에서 '절륜의 정력'을 얻는다는 얘기들은 한결같이 내가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지리산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그 말을 믿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 직접 경험한 일이라니 믿지 않기가 어렵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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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2.06.11 23:10
    ^^; 재미있는 얘깁니다. 이글 읽고 '불마을'에 찾아드는 남자들이 많겠네요. ^^ ....난 '불가마'찜질방에나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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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6.12 13:35
    지리산의 너른 품에서 일어나는일은 새머리같은 인간으로써는 해득이 어려울 일이 많네요. 사이비종교(백백교?) 교주 서백일이의 아들과 저는 초등교 4년때 같은반의 동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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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무 2002.06.27 17:35
    나도 가볼까요.. 요새들어 마누라가 바가지를 긁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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