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군민 염원'인가?(3)

by 최화수 posted Jul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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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지자체는 구례군과 산청군, 함양군이다.
이 가운데 구례군은 지난 1990년 지리산 온천랜드를 조성할 때부터 케이블카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구례군은 15년 이상 케이블카 설치를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뒤늦게 뛰어든 산청군이나 함양군도 케이블카 설치 의욕이 대단하다.
산청군은 케이블카 건설 군민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여 촉구결의대회를 개최했고, 군내 요소요소에 “케이블카 설치는 군민의 염원이다”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뒤늦게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에 뛰어든 함양군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함양군청 지적계 직원들로 구성된 ‘땅사랑’ 회원들이 대한지적공사 함양군출장소와 함께 GPS 등 첨단장비를 사용하여 지리산 제1봉인 천왕봉의 높이를 실측, 실제 높이가 기록 높이인 1915m보다 1.77m 높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함양군은 지난해 이미 오도재에 현대판 성문(?)을 만들고 ‘지리산 제1문’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함양군의회 한 의원은 “케이블카 설치는 등산으로 인해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절경지를 구할 대안이 될 수 있고, 훗날 지리산 훼손을 줄여주는 비책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구례군은 더 한층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급경사와 급커브로 대형 교통사고가 곧잘 발생하는 성삼재 도로를 폐쇄하고 그 대체 교통수단으로 산동의 온천랜드에서 성삼재에 이르는 케이블카 설치를 하겠다는 것.
그 승인신청서를 이달 중에 환경부에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구례군이 설치를 추진하는 케이블카는 8인승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스위스와 카나다 등 관광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을 도입할 것이란다.
연간 80여만 대의 차량 통행으로 빚어지는 소음과 환경오염, 로드 킬 등으로 말썽이 되고 있는 성삼재 도로를 폐쇄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 주목된다.

케이블카 옹호론자들은 스위스 알프스 등의 케이블카 설치의 예를 즐겨 든다.
또한 노약자나 장애인들의 입장을 앞세우기도 한다.
심지어 도로나 등산로가 가져오는 폐해 사례를 들기도 한다. 물론 그런 주장에 나름대로의 논리나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알프스 등지는 케이블카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더라도 산지 훼손이 따르지 않는다.
케이블카 종점 부근을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리산의 경우 케이블카로 관광객을 실어 올릴 경우 주능선이 쉽게 점령될 것은 불문가지.

지리산은 전란의 상처를 씻기가 무섭게 사람들의 등쌀에 시달려 왔다.
피폐해진 등산로와 야영장 등을 많은 돈을 들여 원상복구 작업을 해오고 있다.
곰을 비롯한 동식물의 복원 노력도 뒤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타령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리산은 차량이나 케이블카로 굳이 사람을 실어 나르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천왕봉이든 노고단이든 걸어서 올라가게 하자.
노약자나 장애인도 주위에서 잘 도와주기만 하면 능히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는 안목이 아쉽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