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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13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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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사람이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 시조를 누구나 알듯이, 우리 언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외국 산 이름으로 '태산(泰山)'이 으뜸이리라.
갈수록 태산', '티끌 모아 태산', '태산명동 서일필', '가자니 태산, 돌아서자니 숭산'이란 속담이 있고,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의 '태산북두(泰山北斗)'도 있다.

태산은 중국 5악 가운데 으뜸 가는 명산이다. '시경(詩經)'은 '하늘과 통하는 산'이라고 했다. 그래서 태산 등정을 '여등천(如登天)'이라고 한다.
실제로 돌계단인 '하늘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천가(天街)'가 열리고, 옥황정(정상) 사당에 옥황상제를 모셔놓았다.
민간신앙의 본산인 태산은 중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한다.

중국 왕조의 국가적 행사 가운데 가장 장엄한 봉선(封禪)은 태산 정상에서 올렸다. 하늘에 태평성대를 보고하는 신성한 의식으로 후덕한 황제에게만 허락됐다.
또 있다. 중국 인민에게도 태산은 각별한 의미가 전해온다.
태산에 오르면 젊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인들은 줄지어 태산을 오른다. 근래는 우리 한국인들도 이 태산을 줄지어 찾고 있다.

태산은 해발 1545m로 그 높이는 대단하지가 않다. 하지만 '하늘 사다리'란 말이 시사하듯 암괴들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돌계단이 6660개, 정상까지는 7412개가 놓여 있다. 가파픈 '수직상승' 구간도 꽤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사람들이 어째서 태산을 '하늘과 통하는 기둥'이라고 했는지 알 만하다.

남천문부터 '하늘거리'란 천가가 열려 있다.
하지만 가서 보라. 그 거리가 결코 '천상(天上)' 같지가 않다. 음식점과 여관, 가게와 잡상인 등이 뒤엉켜 요란하고 어지럽다. 더구나 이곳에는 갑자기 인파마저 계단 길의 몇 배로 넘쳐난다.
하늘거리는 정상까지 마치 도심지 거리처럼 시끌벅적하게 이어진다.

옥황묘(玉皇廟)가 있는 정상 일원도 요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팔뚝만한 향을 피우는 냄새가 진동하고, 바위에 새긴 시문 등 글씨는 왜 또 그리 많은지!
크고 작은 바위에 온갖 글씨들을 새겨놓았다. 심지어 아무 글자도 없는 거대한 빗돌(無字碑)을 세워놓기도 했다.

1987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른바 유네스코 복합유산이니, 태산의 문화와 자연 그 보존가치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현실은 그 반대이다.
‘하늘거리’에서 정상까지의 어지러운 모습들은 자연파괴의 전형이나 다름없다.

6660개의 돌계단길보다 그 위의 ‘하늘거리’에 왜 갑자기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지는가?
그것은 케이블카 때문이다. 케이블카, 그것도 세 곳에서 관광객들을 실어 올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오른 관광객들이 하늘거리를 뒤덮는다.
그래서 정상까지 시장바닥의 난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황제들은 태산에서 봉선을 해야 그 권위를 인정받았다. 고대 제왕들은 봉선을 할 때 수레바퀴를 모두 부들로 감싸 돌 하나 흙 한줌 훼손하지 않도록 했다.
황제라고 하여 아무나 봉선을 할 수 있 것도 아니었다. ‘정관의 치(貞觀之治)라 하여 황금시대를 열었던 당태종도 신하 위징(魏澂)이 가로막아 태산에 오르지 못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을 실어 올리는 케이블카에다 여관과 음식점, 난전에 잡상인까지 뒤엉켜 법석들이라니…!

"자기네 후지산(富士山)은 손도 안대면서 태산에는 기어이 케이블카를 놓다니요!"
조선족 안내인이 일본 자본과 기술이 기부체납 형태로 케이블카를 가설, 태산을 망쳐놓았다고 비난한다.
그렇다. ‘중국인의 정신’이라는 태산에 함부로 케이블카를 놓을 수야 없는 일이다.

태산의 등산구에는 공자가 이곳에서부터 올랐다는 일천문이 있다.
거기에 태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끌게 하는 돌글자가 있다.
‘登高必自’가 그것. 등고필자,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낮은 곳에서부터 걸어서 올라가라는 경구(가르침)이다.

지리산 노고단 턱 밑 성삼재까지 도로가 개설돼 있다.
노고단 등정에 나섰다는 이들이 이 성삼재까지 차량으로 오른다. 심지어 지리산 종주를 한다는 이들도 차량으로 성삼재에 오른다. 이해 못 할 일이다.
화엄사에서 걷지 않고 어찌 노고단에 오르는 기쁨을 알겠다는 것인가.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사람이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 시조 한 수에 담긴 가르침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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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7.06.30 10:10
    지난17일 원지에서 서울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옆에앉은 60대두분이
    지리산 케이불카 이야기를 하는걸 들었습니다,
    설악산 덕유산 내장산등 지리산만 못한곳들도 다 케이불카를 놓았다며
    당연히 놓아야 한다고 하드군요,
    꿀 산나물 짜장면 국밥한 그릇이라도 팔아 먹을려면 케이불카가 꼭 있어
    야 한다고 하시드군요,
    많은 산청군민의 염원이라면 설치 하는수밖에 없겠드군요,
    여산선생님 더위에 잘 계시지요,
    사랑방에도 한번씩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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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마 2007.06.30 22:55
    워낙 유명한 곳이라선지 아주 혼잡한 상황인가 보네요.
    중국 인구도 어마어마하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니
    태산을 찾는이들이 엄청나겠죠. 지리산은 어떨런지요.
    마침 제주에 세계자연유산이 지정되었다는데 그 경과도
    잘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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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07.02 05:40
    태산과 노고단 성삼재 이야기로 옛시조의 정신을 다시 음미합니다
    오브넷 주소 안내도 합니다만,. 본문을 좀 더 널리 공감하고 싶습니다
    하동송림 -으로 모십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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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종자똘만이 2007.07.09 18:12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사람중에 지리산의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 합니다. 5일제 근무로 탐방객이 많이 늘어 지리산 등산로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산을 오르는 등산로를 대신할 케이블카를 설치함으로써 산림의 훼손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등산의 꽃은 종주를 꼽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꿈도 꾸기 힘든 무박종주도 합니다. 성상재에 차를 올리면서 가능한 상황이 되었지요 아직도 종주코스는 큰맘을 먹어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종주코스 어디라도 케이블카와 연결된다면 특히 천왕봉 일대 어딘가와 연결된다면 지금 능선의 소로길이 자동차 다니는 길이 될 거 같지 않습니까. 민족의 영산을 많은 국민들 그리고다른 나라 관광객도 보여줘야 하겠지만 지리산은 아쉽게도 설악산의 권금성처럼 지리산의 전경이 휜히 보이고 종주코스와 차단되는 그런 장소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현재의 지리산도 등산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야간산행이 금지되기 전에는 종주코스가 밤낮도 없었지요 현재 이상의 산꾼을 산에 올린다면 지리산 주능선에 신작로가 생길겁니다. 지리산이 간절하게 보고 싶다면 4시간만 고생하면 다음에는 지리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산행을 택할 일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최선생님 지리산에 대한 많은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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