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군민 염원'인가?(1)

by 최화수 posted Jun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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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산청군민의 염원이다”
경남 산청군 지리산 경계에 들어서면 곳곳에 이런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케이블카 설치 반대 플래카드가 아니라, 케이블카 설치를 촉구하는 플래카드여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기는 이 플래카드보다 더 강력한 케이블카 설치 촉구 범 산청군민 결의대회를 열고 시가행진까지 벌였으니,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일까.

‘산청군 범 군민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위원회’(위원장 이강두 국회의원)는 지난 5월 29일 시천면 덕산시장 주차장에서 지역 주민과 유관기관 관계자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모든 군민의 염원인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가 하루 빨리 완료돼야 한다.”
“지역 발전과 주민의 염원 실현을 위해 지리산 케이블카는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

하지만 이 집회는 사실상 관청이 주도한 것으로 농번기 일손이 바쁜 농민들을 전세버스로 동원했는가 하면, 강제성을 띤 성금 모금에 나섰다고 하여 비난이 따르고 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산청군 덕산 장터에서 열린 케이블카 추진대회와 관련, 행정기관이 앞장서 농민들을 모아 대회를 개최한 것은 구태의연한 관치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군민들을 동원해 집회를 개최한다고 사업 추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농민 동원에 대해 행정책임자와 지역 정치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성금 모금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군수와 정치인들이 추진위를 결성해 대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희망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케이블카 추진사업을 위한 모금 행위를 한 사실은 비판의 대상이다.”

국제신문은 “대회 당일 케이블카 설치 추진위는 농협 산청군지부로부터 1000만 원을 성금으로 받는 등 5200만 원의 성금을 거둬 대회 행사 비용으로 2000여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곁들여 진주환경운동연합 김석봉 공동의장의 다음과 같은 지적도 함께 실었다.
“농민들을 동원해 시대에 뒤떨어진 개발 논리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행정과 정치인들이 스스로 무능함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산청군은 예부터 ‘선비의 고을’로 불려왔다.
산자수명한 산청군은 실제로 많은 선비들을 배출했고, 또한 학식이 높은 대덕(大德)이 이 고장으로 찾아와 학문을 펴고 가르쳤다.
산청군이 배출한 국가 동량이나 역사적인 인물들은 참으로 많다.
산청 지역 곳곳에 산재한 명소들과 문화유적들에서도 그 사실이 증명된다.

그런데 천왕봉이 빤히 올려다보이는 덕산 장터에서 케이블카 설치 촉구대회를 열었다니, 더욱 기가 막힌다.
덕산 장터는 어떤 곳인가? 진주농민봉기의 횃불을 최초로 밝혔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더구나 이곳에는 남명 조식 선생이 산천재(山川齋)를 열어 후학을 기르고 학문을 집대성한 곳이다. 남명기념관 성역화 사업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선비의 고장’ 산청 군민 선비들이 과연 지리산에 케이블카 놓기를 염원하는 것일까?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누구나 걸어서 지리 영봉을 오르면서 지혜를 가다듬고 훌륭한 문장(글)들을 남겼다.
남명은 하늘이 울어도 천왕봉은 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남명 선생은 지리산 케이블카를 천부당 만부당 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이 산청군 것이냐?”는 핀잔까지 나오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은 그러나 산청군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웃한 함양군, 그리고 전남의 구례군도 지난 1990년 이래 케이블카 설치를 계속 추진해오고 있다.
산청군은 두류동~문창대 2㎞와 중산관광단지~장터목 5㎞구간을, 함양군은 창암산~제석봉 구간을, 그리고 구례군은 온천랜드~성삼재 구간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이달 초순 중국 태산(泰山)을 찾았다.
1545m에 불과한 태산, 하지만 가파른 암봉이 높이와 달리 만만하지가 않다.
중국 역대 군왕이 봉선(封禪)을 하는 곳이자, 중국 민중들이 이곳에 올라야 장수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 태산을 오르는 데는 무려 7400여 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야 한다.
그런데 이 산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그것도 무려 세 곳이다.  
(다음 차례 글에 그 얘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