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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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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태씨의 작품 가운데 <철쭉제>란 중편소설이 있습니다.
박참봉 집안과 그의 집 하인 사이에 죽고 죽이는 갈등 관계를 다룬 소설이지요. 이 작품은 5박6일에 걸친 화엄사~노고단~반야봉~세석~천왕봉~세석~대성의 지리산 종주 코스를 따르는 기행문학 형식으로 씌어 있어 눈길을 끌게 합니다.

이 소설은 박참봉 집이 있었던 솔매마을에서 시작하는데, 전후문맥으로 보면 구만들(九萬坪)의 한 곳으로 생각됩니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픽션이지요. 그러니까 주인과 하인이 피를 흘리며 죽이고 죽는 살벌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지어낸 얘기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구만들의 '금귀몰니 운운...'이 무색하게 될 테니까요.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이 구만들에는 여러 마을이 자리합니다. 유이주 삼수 부사가 운조루를 지은 오미동은 원래 백동(白洞)이라 부르던 곳이지요. 풍수상으로 꾀꼬리가 버드나무에 둥지를 튼 형국이라 하여 '유지앵소(柳枝鶯巢)'라고도 하고, '금귀몰니'라고도 일컫습니다.
이 구만들 명당은 오미동(五美洞) 한 곳에만 있다는 것은 아니에요.

오미리 서쪽에 용두리(龍頭里)가 있습니다. 이 용두리를 금환락지의 진혈(眞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어요.
또 오미리 남쪽에 금내리(金內里)가 있는데, 이 마을 사람들 가운데는 마을 이름이 '금환락지가 그 안에 있다'는 뜻하니까 금내리가 금환락지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오미리에 속해 있는 환동(還洞)도 금환락지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 군요.

운조루 5대 주인 유제양의 일기 '시언(是言)' 1883년 4월21일편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용두리에 살던 허현이란 사람이 1876년 오미동 동네 및 들 가운데 집을 짓고 살면서 '금환락지의 혈'이란 뜻으로 환동(還洞)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유인규, 유선칠 등 한방을 하는 이들도 명당이라고 하여 이곳에 찾아와 한약방을 차렸다고도 합니다.

1929년 4월 순천군(현재의 승주군) 항전면 대치리의 7천 섬지기 지주 박승림이란 사람이 환동이 금환락지가 틀림없다는 풍수의 권유를 받고 이사를 왔습니다.
그는 1000평이 넘는 대지에 새 집을 지었는데, 돌담장을 금가락지처럼 둥글게 쌓았답니다.
그는 부자였지만 덕을 베풀어야 복을 받는다면서 동네사람들이 어려울 때마다 몇 섬씩의 쌀을 구호미로 내놓아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네요.

오봉산 서쪽 밤나무단지에서 바라보면 운조루-환동-금동(金洞)이 일직선으로 이어집니다. 그 중심에 1908년에 지은 '마(馬)진사 집'이 자리합니다.
그이는 금환락지의 진혈이란 풍수가의 말을 믿고 이곳에 집을 옮겨 짓고 물레방아를 운영했는데, 그 집이 자리한 곳을 '금동'으로 불렀답니다.

구만들의 여러 마을마다 금환락지의 명당이라 하여 전국 각지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옮겨 왔었지요.
삼수 부사 유이주가 지은 운조루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명가로서 우뚝 서고자 한 집들이 적지 않습니다.
7천 섬 부자 박승림이 이곳으로 옮겨와 지은 집도 그 보기가 되겠네요.

구만들의 곳곳이 명당이란 것은 풍수가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에요.
이곳으로 옮겨온 이들 스스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자손대대로 번영할 것으로 믿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그 이후는 어땠을까요?
부귀영화를 누린 집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문순태의 <철쭉제>가 그린 솔매마을의 비극이 암시적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구만들이 사람 살기 좋은 곳이 명당이란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명당이라고 하여 그저 놀아도 절로 배가 불러지는 것은 아닐 테지요.
지리산 청학동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 피안의 세계는 우리들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
    솔메 2004.11.08 11:18
    구만들에는 '금환낙지'혈의 명당을 쫒아 이름도 비슷하게 지은 亞類명당들이 많군요. 명당자리만 믿고 저절로 부자되고 형통한다고 스스로 교만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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