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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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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천하의 명당 '금환락지(金環落地)'가 있답니다.
금환락지란 무엇을 일컫는 것일까요?
선녀가 지리산에서 목욕을 하고 하늘의 선계로 올라가다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곳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이 살기 좋은 천하의 명당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금환락지는 금가락지로 둘러싸인 곳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또는 여인이 성행위를 하기에 앞서 금가락지를 풀어놓은 형국의 명혈(名穴)이라고도 합니다.
성행위는 생산을 의미하므로 금환락지는 곧 산물이 풍부하고 부귀영화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땅을 가리킵니다.

'지리산의 능선을 등뼈로 삼은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강물을 마시러 내려왔다. 그것은 왕시루봉을 타고 내려와 청룡이 되고, 반대편 병풍산으로 흘러내린 산줄기는 백호가 되었으니, 말 그대로 좌청룡 우백호요, 금환락지라 불리는 천하명당이었다.'-(이철영의 전라도 기행-구례 운조루)
그렇습니다. 이 금환락지의 대표적인 양택이 바로 구례 오미동의 운조루(雲鳥樓)인 것입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구만(九灣)들, 특히 운조루가 자리한 오미동(五美洞) 일원이 바로 금환락지라는 거에요.
지리산 자락의 봉우리들이 포근하게 감싸고, 앞으로는 너른 들판과 굽이 도는 섬진강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으니, 배산임수의 살기 좋은 곳이 분명합니다.
예부터 '조선의 3대 명당'으로 불려온 구만과 오미동은 이중환의 '택리지'가 일찌기 격찬을 했었지요.

'지리산은 동쪽으로는 지맥이 있으나 서쪽은 지맥이 없다. 그러나 단 하나의 지맥이 서쪽으로 뻗었다가 크게 끊어진 곳이 있으니 그곳이 구례의 구만이다.
졸졸 흐르는 물이 굽이쳐 안았고, 강 너머엔 오봉산이 남쪽에 보인다.(중략)
넓은 들이 기름지다. 별이 드물고 달이 밝은 밤이면 강 위에 이따금 작은 배가 저절로 양쪽 언덕으로 왔다갔다 한다.
세상에 전해오는 말이 "오봉산에 있는 신선이 지리산을 왕래하기 때문이다"고 한다.(후략)'

'택리지'의 그 구만이 곧 현재의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일대를 지칭합니다.
오미리는 오미동이라 하던 곳으로 다섯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유제양이 1908년에 지은 '오미동여사(閭史)'에 그 다섯가지가 씌어 있습니다.
첫째, 앞산인 오봉산의 기묘함이요,
둘째, 사방의 산들이 오성(五星)을 이루어 길하며,
셋째, 물과 샘이 넉넉하며,
넷째, 풍토가 순박하며,
다섯째, 터와 집들이 살기에 좋다는 것입니다.

일본 사람 무라야마(山村智順)가 조선총독부 촉탁 때 쓴 '조선의 풍수'란 책에 '자손부귀 영달의 땅'이라 하여 전남 구례의 금환락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금내리 및 오미리 일대에 1912년부터 전국 각처에서 꽤 지체 높은 양반까지 몰려들어 집을 짓기 시작하여 1929년에는 이주해온 집이 100여호에 달했다고 적시한 그는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썼어요.

'비기(秘記)에 말하기를 이곳 어디에 금귀몰니(金龜沒泥), 금환락지(金環落地), 오보교취(五寶交聚)의 세 진혈(眞穴)이 있어 이 자리를 찾아 집을 짓고 살면 힘 안 들이고 천운이 있어 부귀영달한다고 전해온다.
이 세 자리는 상대(上垈), 중대, 하대라고도 하며, 하대인 오보교취가 제일 좋은 자리라고 한다.'

금귀몰니란 금거북이 진흙속에 숨어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조선 영조 52년(1776년)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柳爾胄)가 오미동에 99간의 대저택 운조루를 지었는데, 집터를 잡고 주춧돌을 세우기 위해 땅을 파는 도중 부엌자리에서 어린아이 머리 크기 만한 돌거북이 출토되었다고 합니다.
이 돌거북은 유씨집 가보로 전해오다 지난 1989년에 도난당했는데, 이것이 금귀몰니로 운조루가 천하의 명당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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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자요산 2004.10.19 19:55
    마을이름을 오미리라 지은 연유를 알았습니다. 운조루 간판만 보았는데 들러봐야겠습니다. 어디든 알고가면 더 눈에 들어오는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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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4.10.20 09:56
    구례 지날때 강변 들에 오붓이 이뤄진 토지면을 차창으로 보며
    평화로운 마을로만 느꼈지요. 이런 깊은 내력이 잠재해 온 고을을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 보는 날 있기를 .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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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4.10.20 11:43
    문수계곡 청정수가 돌아흐르는 운조루에 들리면
    사랑채 누마루에 기대어 남녘을 바라보는 맛이 좋더군요.
    행랑채 앞 마당에 선 산수유는 올해에도 붉게 익어가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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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규 2004.10.20 21:50
    지리산 주변은 이야기의 소재가 무궁무진하군요. 이제는 소재가 끝나가는것 같았는데 구례쪽에 또다시 새로운 지리산의 발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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