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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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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청학동(靑鶴洞)을 찾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꽤 많은 듯합니다. 지금도 자칭 타칭 청학동 추적자들이 상당수 누비고 있지요.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 지는 누구도 정확하게는 모를 거예요. 청학동을 계속 추적하고 있는 산악인으로는 '지리산의 달인' 성락건님이 가장 유명하지요. '산에 미친 사람'을 자처하며 진주에서 장비점과 출판사를 열던 그는 지난해 하동 청암 묵계리에 집을 지어 '나무달마살래' 라고 이름하고, 이 집으로 옮겨와 살면서 그처럼 좋아하는 지리산의 품에 안겼어요.

성락건님은 청학동에 관한 글을 산악전문잡지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는 믿는다. 청학동은 지리산 중에, 시간과 공간이 찌그러진 틈 사이의 세계이며, 자연의 일시적인 현상에 의해 변하거나 이동하는 공간임을-. 또한 지리산을 사랑한 사람들의 염원이 뭉쳐 있어 아주 특별한 사람만이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공간일 것이다." 라고 말했어요. 그는 "지리산에 청학동이 있다면 세석 이외에는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아니, 세석에서 청학동 틈새를 지켜보았다고 말했지요.

성락건님은 청학동 연구가들을 다수 만났다고 하는군요. 그는 촛대봉 아래에서 만난 한 노인의 얘기를 듣고 세석고원을 탐색한 끝에 30여 가구가 살았던 집터와 돌담, 돌우물, 돌확, 다섯 군데의 돌탑과 제단, 타원형의 청학 연못, 바위에 새간 파자(破字)된 글씨 등을 찾아냈다는 군요. 이상한 사실은 두번째로 그곳을 찾았을 때는 아무리 헤매어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청학동은 시간과 공간의 찌그러진 틈 사이 세계로, 자연의 일시적 현상으로 변하거나 이동하는 공간"이라는 거예요.

세석고원이 청학동일까요? 실제로 지리산에서 빨치산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때까지 이곳을 청학동으로 믿고 정착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지요. 음양수샘 부근 일대는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어요. 전란의 희생이 커지자 세석고원에 살던 이들은 지금 '청학동'으로 일컫고 있는 삼신봉 아래 학동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성락건님이 세석고원을 청학동으로 믿는 데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우천 허만수, 고운 최치원, 그리고 여감자와 정걸방 등이 이곳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지요.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청학동에 대한 추론만은 성락건님과 의견을 달리합니다. 아마 '三神洞(삼신동)' 각자(刻字)가 화개동천 신흥동과 불일폭포에 있고, 고운 최치원의 신비로운 족적이 화개동천에 집중돼 있는데 따른 선입견 때문일 거예요. 불일폭포 아래로 내려가면 학연(鶴淵)이 있는데, 일명 '겹용소'라 불립니다. 접근이 어려운 이곳에 나무를 베어 사다리를 만들어 세우고 겨우 입구에 들어가서 이끼 낀 돌 하나를 주워보니 '三神洞'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남명의 기행록에 씌어 있답니다.

"겹용소의 안쪽 곧, 안 용소 한편에 터널이 있는데, 그 굴은 가야산과 이어져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지리산과 가야산을 오간다고 말하고 있지요." 이 말은 불일폭포를 3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는 변규화옹의 말입니다.겹용소 500미터 협곡 아래에는 최치원이 공부했다는 신비로운 옥천대(玉泉臺)가 있지요. 자연 암석 속에 공부방 같은 공간이 있고, 그이가 공부를 할 때는 자연광선이 책장에 비쳤다는 등의 말이 전해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지요.

신선세상에 살고 있는 최치원을 만났다가 푸른 도포를 입은 안내자를 따라 인간세상으로 나와보니 불일폭포 앞이더라는 글도 전해옵니다. 강릉에 사는 한 양가집 규수가 돌연 증발됐는데, 하루는 푸른 도포를 입은 사람이 그 아버지 앞에 나타나 딸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했다네요. 아버지가 안내자의 등에 업혀 물속을 지나 경이의 신선세계에 닿았다는 거예요. 거룩한 차림의 한 노인이 책을 보고 있었는데, 딸이 "최치원선생이다"고 했다는 겁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전설은 흔히 듣는 것이지요.

지리산 청학동은 신선이 청학을 타고 시공을 초월하여 노니는 곳으로, 중국의 기산,곡부와 함께 천하의 3대 명지라고 합니다. 도인이 나와 경영하는 길지요, 미륵이 출현해 사람들이 신선이 되는 곳, 천황이 태어나는 자궁터 등의 말도 전해오지요. 하지만 그 모두는 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얘기지요. 청학동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요? 불일평전 변규화옹은 "자기가 사는 곳이 청학동이다"고 말했답니다. 이 이상의 우문현답도 없을 듯합니다. 도학을 믿지 않는 나의 좁은 생각일는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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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5.28 10:57
    불일폭포 부근 골짜기-특히 비가 개인후에 雲霧가 낮게 골골드리운 주변풍광은 소름이 돋을정도로 畏敬心이 느껴졌지요. 들려주신 전설,설화가 실재하듯 靑鶴仙人이 사는 仙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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