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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465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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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 황현은 허세와 위선을 극히 혐오했던 완고한 반골 지식인으로서 시세(時勢)를 읽는 안목이 남달랐다.
그이의 꼬장꼬장한 직필(直筆)은 당대 '매천필하무완인(梅泉筆下無完人)'이란 평이 있었을 만큼 추상 같았다. 그의 붓 아래 온전한 사람이 없었다.
'사람마다 주사요, 집집이 참봉(人人主事 家家參奉)'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문란했던 과거제도, 청일전쟁 당시의 이런저런 정황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더불어 민씨 정권의 부패, 심지어 허구에 찬 일부 의병운동의 허상까지 거침없이 폭로했다.

1907년, 도저히 갚을 길 없던 국채(國債)를 2천만 동포의 단연(斷煙)운동으로 갚자 하여 국채보상회가 결성되자 온 국민이 이에 호응하여 전국민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매천은 이 운동이 시작만 있고 끝이 없어 조만간 몇몇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말 것이라고 통탄했고 그의 말은 적중했다.
500년간 이 나라가 선비 기른 보람을 말하며 정작 나라의 녹(祿) 한 번 받아보지 못했던 그이가 장렬히 자결의 길을 택하니, 이는 이 나라 선비의 서늘한 기개를 한 몸으로 대신한 것이었다.

올곧은 기개와 서릿발 붓끝의 반골 지성 매천은 경술국치를 당하자 이를 통분하는 4편의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자결했다.
하지만 그이의 진정한 정신은 허세와 위선을 혐오하고, 곧은 글을 썼던 직필에 있었다.
그이는 젊은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길러주고 새로운 학문을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문하생들과 유지들의 힘을 합하여 1908년에 광의면 지천리에 근대식의 ‘호양학교(壺陽學敎를)’를 세웠다. 이 학교가 신문화 학교의 효시이자 전남지방 최초의 사립교육재단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천이 낙향하여 저술한 한말 풍운사를 담은 '매천야록(梅泉野錄)'은 한국 최근세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매천야록’은 구한말의 비사(秘史)로 1864년 흥선대원군의 집정부터 1910년 한일합방에 이르기까지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거의 빠짐없이 담고 있다.
그이는 빼어난 글솜씨로 한말삼재(韓末三才)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졌는데, 한시 1천여 수를 남겼는데, 그의 사후에 839 수를 뽑아 '매천집'을 펴내기도 했다.

천은사 길목에 자리한 매천사(梅泉祠)는 1910년 경술국치 소식을 듣고 자결 순국한 우국지사 매천 황현을 배향한 곳이다.
이 사당은 1955년 그의 후손과 지방 유림들이 선생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자 건립했는데, 전남문화재자료 제37호로 지정되었다.
매천사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이다. 매천의 유물을 보관한 유물전시관도 세워져 있다.

매천사 담장 너머 좌측에 매천이 살았던 생가가 있는데, 지금은 후손이 살고 있다.
그이가 태어난 곳은 전남 광양군 봉강면 서석촌이지만, 훗날 구례 간전면 백운산록 만수동으로 옮겨 후학들을 가르치며 지냈다.
1902년 그이는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휩쓸고 간 뒤 구례군 광의면 수월리 월곡마을로 이사하여 순절할 때까지 살았는데, 현재의 매천사가 위치한 곳이다.

올해도 우리는 봄의 길목에서 어김없이 3.1절을 맞이한다. 이 날을 맞아 우리가 가슴 깊이 기려야 할 애국선열은 일일이 셀 수 없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매천 황현은 직접 독립운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또한 벼슬길에 나아가 국정에 관여한 분도 아니다.
하지만 그이가 재야에서 지조를 지키면서 역사를 쓰고 시를 지어 민족정신을 올바로 세우고자 신명을 바친 것으로 더욱 빛을 띤다.
한일합방의 치욕 앞에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 황현의 기개 앞에 숙연함이 앞서는 오늘이다.  
    
  • ?
    야생마 2008.03.03 11:48
    많이 숙연해 집니다.
    지리산에 묻히셔도 그 속에서 분노하고 계실듯..
    그당시 상황에 친일을 안할 수 없었다 변명은 할 수
    있지만 인정을 하고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지
    감추기 급급하고 오리발 내밀고 오히려 용공론 만들어내서
    더 활개치려 하니 참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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