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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634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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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나그네 누구나 쉬었다 가도록 언제나 문을 열어놓는 문수암의 작은 요사채(?)(사진 위, 뒤편의 일부만 보이는 건물이 법당)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해우소의 독특한 모습(사진 아래).
....................................................................................
초파일, 2시간 반을 차를 몰고, 다시 걸어서 2시간 반을 올라 정오 무렵에 문수암(文殊庵)에 도착했다.
돌계단 몇 개를 올라 목을 축이고자 천인굴 앞의 샘물로 다가서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강상길입니다. 선생님, 오늘 마천(馬川) 쪽으로 오시지 않는지요?”
“지금 막 문수암에 도착하는 참입니다.”
“그럴 것 같아 전화했어요. 부산으로 가실 때 인월에 잠시 들러주세요.”
강상길 님이 마천의 ‘소문난 짜장면'집을 1년 전에 인월(引月)로 옮겼다는 얘기만 전해 듣고 있었다. 한 번 들러봐야지 하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냥 지나친 것이 여러 차례였다.

해마다 초파일이면 나는 문수암을 찾는다. 초파일마다 어김없이 문수암을 찾는 것이 어언 20여 년째가 되었다.
문수암, 지리 삼정산 해발 1000m, 도봉(道峰) 스님 홀로 공부를 하고 있는 청한(淸閑)한 토굴이다.
불제자는커녕 불교 신도도 아닌 내가 매년 초파일마다 이곳을 찾게 된 것은 오직 한 가지, 이십 수년 전 등산길에서 만난 도봉 스님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한 번 맺은 그 인연의 끈은 내가 죽는 날까지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청한한 토굴 문수암도 초파일이면 등산객들에게 활짝 개방된다.
영원사~실상사를 잇는 이른바 ‘지리산 7사암(寺庵) 루트’에 포함된 문수암은 초파일마다 많은 등산객들이 잠깐씩 들렀다 가고는 한다.
초파일 하루 문수암에 머물면서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크다.
초파일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곳에서 반가운 해후를 하는 이들도 꽤 많이 있었다.
하지만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곳 없다’고 했던가?
올해는 함양에 사는 인사 등 서너 명을 빼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인심이라는 것이 어디 한결 같던가?
마음 내킬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하다가도 마음이 바뀌면 바람소리도 차갑게 돌아서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한 때는 ‘문수암을 사랑하는 모임’ 어쩌구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기도 했는데, 지금은 유야무야 흐지부지 사라지고 없다.
놀랄 일은 아니다. 그것이 세상 사람들의 제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강상길, 그이는 어째서인가, 마음이 변하기는커녕 오로지 한결같다.

강상길 님은 자장면집 주인이라기보다 지리산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 말친구로서 더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다.
그이는 바른쪽 팔이 없다. 왼 팔 하나로 자장면을 뽑아내고, 또한 맛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래서 마천의 ‘소문난 짜장면’집으로 유명했다.
그의 ‘소문난 짜장면’집은 지리산 북쪽 더 큰 관문인 인월로 옮겼는데, 이곳에서도 지리산을 찾는 산꾼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인월 버스터미널 옆 ‘신협’ 건물에서 골목 안쪽 50m 지점의 간판이 잘 보인다.

문수암에 머물다 견성골을 따라 도마부락에 내려온 시각이 오후 5시30분.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어쩔까 망설이고 있는데, 마치 그것을 알기라도 하듯 그이가 또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 제가 미국에 다녀왔는데요, 뭐 한 가지 전할 게 있으니 꼭 들렀다 가세요.”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데도 그이는 꼭 나에게 ‘선생님’이니, ‘은사님’이니 하고 거북한 호칭을 붙인다.
2003년에 펴낸 그이의 자서전 <나의 프로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책머리에 내가 ‘추천사’를 써준 것을 잊지 않겠다며 그러는 것이다.

‘추천사’의 제목은 ‘지리산을 닮은 지리산 사람’이다.
“지리산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세계가 으뜸일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을 닮은 지리산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중략)
강상길 님은 자연에 동화된 품성으로 순수, 순후, 순박하다. 열린 마음, 넉넉한 가슴을 지녔다. 지리영봉처럼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리산을 닮은 지리산 사람’ 강상길 님!
그이가 있어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곳 없는’ 초파일의 씁쓸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
  • ?
    선경 2010.05.25 14:12
    순박하고 열린마음 그리고 넉넉한가슴을
    느끼게 하였던 오브넷의 첫인상이였어요
    늘 그자리에 기다려주는 지리산처럼
    오브넷에도 늘 그자리에 계셔주시는 여산선생님이 계셔서
    항상 든든하고 넉넉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보람되신 시간되세요
  • ?
    최화수 2010.05.25 15:46
    선경님으로 하여 오브넷이 늘 훈훈합니다.
    언제나 상냥한 말씀,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 ?
    한상철 2010.05.26 10:44
    도봉스님 소식을 듣네요.
    저도 초파일이면 사람들과 함께 칠암자 산행을 하곤 했는데
    몇번 관리공단사람들과 부딪치고 나서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저야 그냥 스쳐가며 인사나 나누는 처지지만 소식을 들으니 반갑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그렇듯 최근들어 지리산 매니아라고 하는 분들은
    저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그전에 함께 지리산을 헤매던 분들은 뿔뿔이 자기길을 가고 있는듯 합니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 ?
    최화수 2010.05.26 11:38
    한상철님, 오랜만입니다.
    가끔씩 오브넷에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의 짧은 글 속에서 많은 의미를 읽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
    moveon 2010.06.10 09:04
    아름다운 인연들. .. 가슴이 뭉클합니다.
  • ?
    최화수 2010.06.11 11:26
    진원님, 이제 조금 여유를 찾은 모양이지요?
    좋은 시간 이어지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
    해무 2010.07.02 15:36
    전 얼마전에 다녀왔습니다. 문수암..
    저희집과 가까운 곳이라.. 여전히 좋은글귀에 감사인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
    최화수 2010.07.05 19:40
    해무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늘 소식 궁금해 한답니다.
    언제 시간 날 때 소식 주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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