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그린 투어리즘' 바람(1)

by 최화수 posted Jul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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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역 특산물인 삼나무를 이용하여 독특한 모양으로 만든 '유 스테이션(교통센터)'과 산림에 둘러싸여 있는 오구니 마치의 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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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동천 문덕산 구폭동에 달빛초당(茶仙草堂)을 지어놓고 한나절은 차를 따고 한나절은 시를 쓰는 碧沙 김필곤 시인.
그는 화개동천에서 태어나고 화개천과 함께 성장했고 대처에서의 황량한 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의 품 화개동천에 안겨 차 꽃처럼 살고 있다.

김 시인의 화개동천에 대한 생각은 참으로 마치 피붙이를 연상케 하듯 각별하다.
“화개동천은 영산인 지리산과 장강인 섬진강이 음양의 조화로 만들어낸 한 송이 차 꽃과도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지리산은 화개동천의 아버지이고, 화개천은 화개동천의 어머니이다.”

‘화개 오미(五味)’라는 것이 있다.
은어, 작설차, 고로쇠 수액, 죽순, 다슬기가 그것이다.
김 시인은 그래서 화개천의 정취를 이렇게 들려준다.
“차밭과 어울린 대숲, 복사꽃과 들찔레꽃, 돌담길과 논두렁 곡선이 화개천의 정취를 대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그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가 형편없이 망가지거나 사라지고 있다.
화개천을 따라 모텔과 음식점 등의 시설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도로 확장과 직강공사 등으로 하천 주변의 생태환경이 급변했다.
요즘은 하천변의 들찔레꽃을 구경하기도 어렵고, 돌담길과 논두렁 곡선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음양의 조화로 만들어낸 한 송이 차 꽃과도 같은 아름다운 화개동천’이 왜 이처럼 피폐해진 것일까?
관광과 상업화 바람에 따른 마구잡이식 개발 바람 때문이다.
한 동의 모텔이 들어서기 위해  들찔레꽃 군락도 파헤치고, 돌담길과 논두렁 곡선도 뭉개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화개동천, 아니 지리산에는 왜 좀 더 일찍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 곧 에코 투어리즘(eco-toruism)을 도입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좀 더 일찍 눈을 떴다면 화개동천을 비롯한 지리산도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이 얼마든지 가능했을 터이다.

지리산은 등산 활동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지리산 자락들은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의 5개 시군에 걸쳐 있고 수많은 취락들이 형성돼 있다. 수백만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지리산은 또한 아름다운 숲과 맑은 공기, 넉넉한 물과 각종 농작물 등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쾌적한 휴식, 휴양처이자 관광의 명소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그린 투어리즘의 심장과 같아야 옳을 일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그린 투어리즘의 활성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큐슈의 산간오지 오구니(小國) 마치의 경우 지천으로 많은 삼나무를 이용한 개성적인 목조 건축물들이 먼저 눈길을 끌게 만든다.

삼나무로 지은 ‘유 스테이션’(교통센터)‘은 오구니마치의 창구로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한 컨셉으로 건립됐다.
폐지된 국철역 철거지에 세워 교통센터로서의 역할은 물론, 1층은 특산물 판매소, 2층은 갤러리로 휴게 기능과 정보 교류 기능을 함께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외벽은 유리인데, 특이한 형태로 하여 건물 자체가 명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