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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491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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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 정상 300m 아래에 있는 케이블카 승강장(사진 위)과 이 승강장에서 산 정상과 전망대로 이어지는 나무계단(데크) 시설물의 어지러운 모습(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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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이 산골짜기에 자욱하여 푸른 바다 물결은 포구를 이루었고, 흰 파도가 눈을 몰아내니 산들은 섬이 되어 점점이 깔린 듯하다. 돌담에 몸을 기대고 위아래를 바라보니 정신도 마음도 한가지로 막막하여 몸이 태초의 공간에 안긴 채 하늘과 땅과 더불어 흘러가는 듯했다.’
1489년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김일손(金馹孫)이 성모사(聖母祠)에서 일박하다 밤중에 날이 개이자 밖으로 나와 그 감흥을 이렇게 읊었다.

천왕봉에 세워져 있는 현재의 표석은 1982년 초여름에 세웠다. 높이 1.5m의 자연석을 옮겨 와 세운 이 표지석의 전면은 ‘지리산 천왕봉 1915m’란 글자가, 뒷면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란 글을 새겨놓았다. 
 
표지석을 세우는 바로 그날 그 시각에 필자는 우연히 천왕봉에 올라 현장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니, 사실은 그 앞날 토요일 밤 전세버스를 대절하여 산악회 일행40여 명과 함께 중산리에 도착했었다. 그런데 이 어찌 된 일이랴, 중산리 일원에 경남도 공무원들이 단체로 들이닥쳐 잘 집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우리 일행은 덕산의 원리까지 밀려나와 민박을 했겠는가.

일요일 아침 천왕봉에 오를 때도 등산로에 공무원 행렬이 뒤덮여 있어 정상까지 오르는데 애를 먹었다. 그렇게 천왕봉에 오른 우리 일행의 머리 위에 요란한 굉음을 토해내며 헬리콥터가 접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경남 도백과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그 헬기를 타고 천왕봉에 발길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다른 공무원들은 1박2일의 일정으로 천왕봉에 올랐는데, 특정인은 헬기로 순식간에 영봉에 내려선 것.

천왕봉 표지석을 세우는 문제로 그 날과 그 앞날 중산리 일대와 등산로에서 수많은 공무원들이 법석을 떨었다. 어쨌거나 그날 우연히 천왕봉을 찾았던 필자는 헬기를 타고 천왕봉에 내려서는 특별한 사람들 때문에 기분을 망쳤다. 아니 그들 스스로도 헬기를 타고 내렸으니 천왕봉을 찾은 진정한 보람을 어찌 제대로 느꼈을까 싶다.

천왕봉에 헬기는 아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사람들이 오르내릴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최근 환경부의 기준 완화로 지리산과 설악산 등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가 사실상 허용이 됐다는 보도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탐방서비스 제고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연보존지구 내 로프웨이(케이블카) 설치거리를 2킬로미터에서 5킬로미터로 완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개선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구례군은 지리산 온천랜드~성삼재 케이블카 설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전북도와 남원시도 고기리 삼거리~정령치 4킬로미터 구간에 50인승 케이블카 설치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산청군도 중산리~장터목 노선을 추진하고 있고, 함양군도 산청군과 케이블카 설치 경합을 벌이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환경파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케이블카 설치가 오히려 자연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를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케이블카만 운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보니 산 위 승강장 주변에 상점이며 식당, 전망대 등의 부대시설물 설치를 했다. 자연 훼손 없는 시설물 설치가 어찌 가능하겠는가.

그것도 그렇지만, 남한 육지에서 가장 높은 지리산 천왕봉에 케이블카로 사람을 실어나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우리 민족의 오랜 세월에 걸쳐 한결같이 숭앙해온 신성한 영봉을 사람들의 발길로 함부로 어지럽혀서야 되겠는가. 아니, 지리산 천왕봉은 멀고 먼 길을 돌아 고생고생 땀을 흘리며 찾는 그런 영봉으로 아득하게 자리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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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4.03 11:26
    오늘보다 어제가, 내일보다 오늘이 더 좋은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합니다.
    지리산에도 이런저런 시설물이 자꾸만 들어서는 것은 들어서지 않는 것만도 못하지요.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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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무 2009.04.06 09:36
    창밖으로 흐드러진 벚꽃들이 이젠 바람에 한잎한잎 휘날리고 있습니다..
    지리산이든 어느산이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찌 건강한 사람들만
    있을까요 어느 한곳엔 불편한 몸으로 산을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을지 모르니 자비를 베풀고저 ....ㅎㅎ
    자연에 기계들이 떡하니 있으니 좋은경관은 결코 아닙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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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4.06 11:38
    어떤 일이든지 합당한 명분을 찾자면 없을 수야 없겠지요. 그렇지만 산길을 보호하고자 설치하는 나무 데크까지도 자연 훼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리산과 같은 명산에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백번 신중하게 생각해도 지나칠 것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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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창 2009.04.06 15:19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마당에, 환경파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이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의 한심스런 행태에 정말 울화통이 터집니다.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만큼을 국민 세금으로 직접 보전해주는 궁여지책을 써서라도 케이블카 설치를 무조건 막는 것이 환경부의 역할일 것인 즉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허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환경연합 등 관련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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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4.06 17:22
    북창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케이블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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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넘어 2009.04.07 10:56
    선경님 여산선생님 북창님 주능선을 한번 가보세요
    사람들이 밟고다닌 흙길은 거의가 시골고샅의 물도랑 이지안나요
    전방 휴전선근처의 교통호(참호와 참호의 연결통로)같은 등산로 비탈진곳을 장마나 폭우후 한번보신일 있으신가요?
    100%사태가 나고있지 안던가요
    지리산이 육산이라고들 하지만 바위와돌이 더많은것 아시지요
    나무계단이나 철계단을 설치한곳은 등산객들에게 안전을 보장하며 지리산을
    더많이 보호하고 있기도 하지안요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의 지역경제도 중요하지만 노약자(나이든신분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장애가 있으신 분들도 천왕봉에 오르고 싶답니다
    400만이넘는 장애우들도 정말로 간절 하답니다
    존경하는 여산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어필만 하면되지 마지막 댓글은 읽는사람들을위해 제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정 지리산을 사랑한다면 쓰레기를 줄이고 남이버린 쓰레기도 담아오는 것을생활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지리산을 걱정해주시는 선경님 혜량해 주세요
    북창님도요
    모두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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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9.04.07 11:49
    무슨 일이든 양면성(兩面性)이 있는 법이지요. 서로 충돌하는 양면성에 모두 충족하는 해법을 찾기란 어차피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서로 충분한 논의를 거듭,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찾아내는데 지혜를 모아야 하겠지요. 산넘어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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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9.04.11 08:01
    좋은 의견들 좋은 지리산 소식글 감사히 잘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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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무 2009.04.13 08:51
    지린산에 불이났단 소리에 많은 아쉬움과 속상함이 더할 선생님이
    걱정스럽습니다....방화일까요 참....빨리 진화가 되어야 할터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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