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지리산 사람'의 하산(3)

by 최화수 posted May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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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식 님의 거처이기도 한 피아골탐방지원센터와 지척의 거리에 있는 연곡사의 장독대(사진 위)와 천주교 광주교구 피아골 피정집(기도하는 곳)의 전경(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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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의 피아골 입구는 적막감이 느껴질 만큼 조용했다. 연곡사 뜨락에 봄꽃이 만발해 있는데도 사람은 아주 드문드문 보일 따름이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영 없다보니 이곳 음식점들도 영업을 하지 않아요. 밥을 사먹을 수 없을 지경이니, 이거 참….”
함태식 님은 피아골탐방지원센터와 가까운 곳의 음식점들이 한결같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을 아쉬워했다.

함태식 님의 거처이기도 한 피아골탐방지원센터 건물 앞쪽은 꽤 넓은 야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야영장도 여름철이 되면 텐트가 불야성을 이룰 것이다.
그것이 지난날의 노고단 야영장 모습을 금세 되살려준다.
“조용히, 깨끗이!”
그이는 늘 그렇게 외치고는 했다.

함태식 님은 노고단 야영장을 깨끗하고 조용하게 지켜내고자 때로는 ‘호랑이’가 되기도 했다. 그의 불호령이 ‘노고단 호랑이’란 별명을 갖게 한 것이다.
사실 그이는 강골에다 목소리가 아주 카랑카랑하다.
그 표정, 그 목소리가 8순의 지금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카랑카랑한 말을 듣고 있노라면 건강 때문에 하산이 불가피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

좋든 싫든 그이는 피아골탐방지원센터 앞의 야영장을 끼고 살지 않을 수 없다.
그이는 앞으로 이곳 야영장이 시끄러우면 아마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조용히, 깨끗이!”라고 외치리라.
그렇지만 그이는 야영장의 관리인은 아니다.
그래서 그이가 이곳 야영장을 어떻게 지켜볼 것인지, 그것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함태식 님에게 단지 임시로 거주할 공간만 내준 것일까?
함태식 님이 옮겨갈 주거공간이 없는 것을 감안했다고 하더라도 피아골탐방지원센터 건물 10평을 할애하여 방을 만들어준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없지 않다.
공공건물에 개인 주거시설이 들어선 것부터 좀 그렇다.
사무실을 잘라 쓰고 있으니 함태식 님도, 관리공단 직원도 불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가능하다면 함태식 님이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별도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함태식 님이 관리공단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함태식 님에게 이곳 야영장 관리를 맡기면 어떨까?
그이는 지리산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그 누구보다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아골 탐방지원센터 야영장이 지리산의 새 명소가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