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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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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부터 12년간 불교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성철(性徹, 1912~1993년) 스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인구에 회자된 법어로 더욱 유명해진 그이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그 뜻을 알거나 모르거나 상관없이, 거의 모든 국민의 입에서 유행어처럼 읊조렸던 말이지요.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답니다.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것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사회대중은 알겠느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210번지, 지리산 들머리 경호강변의 한적한 농촌마을입니다. 지금은 이 마을의 머리 위로 자동차들이 총알같이 내닫고 있는 대진(대전~진주)고속도로가 걸려 있지요.
'문익점(文益漸) 면화시배지'에서 직선으로 1㎞ 남짓한 거리의 이 마을은 요즘 목화시배지보다 더 유명하답니다. 성철 종정의 생가가 복원되고 그 앞에 법당이 세워진 때문이에요.

소년 이영주(李英柱, 성철 스님의 속명)가 단성초등학교에 다녔고, 24세의 청년이 되기까지 많은 책을 읽었던 그의 집, 부모와 함께 7남매가 기거했던 곳입니다.
그가 살던 집이 어떠했을까요? 그것은 마땅히 많은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사가 될 만하지요. 성철 스님을 추모하는 문도회와 관청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그이의 생가를 복원하고, 그 앞에 '겁외사(劫外寺, 시간과 공간 밖에 있는 절)'를 짓고, 그 앞에 스님의 대형 동상이 서 있습니다.

[성철 생가를 찾아가면 솔직히 어리둥절한 기분이 앞선다. 한 스님의 생가라기보다 무슨 궁궐처럼 보이는 때문이다. 전통한옥 고대광실이 여간 번쩍거리는 게 아니다. 강릉의 오죽헌, 강진의 영랑 생가를 찾았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이 정도로 좋은 집이면 굳이 출가하여 산문에 들 이유가 없을 법하다. 하기는 석가모니는 일국의 왕자였지만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고자 출가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어진다.

복원이란 원래 모습대로 재현해 놓는 것이다. 그래야 주인공이 거기서 어떻게 자랐고 무슨 생각들을 엮고는 했을지 유추해볼 수 있다. 담장도 옛날 그대로, 이웃집도 그대로 두고, 고샅도 원래 모습대로 있어야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성철 생가는 어떤가. 주변 일대를 밀어붙이고 도로와 시설물이 들어섰다. 단성초등학교와 진주공립중학을 다녔던 소년 이영주(李英柱, 성철의 속명) 모습을 연상하기도 어렵다.](최화수의 '지리산 통신' 제1부 제136호, 2002년 1월17일)

성철 스님에게는 수많은 일화들이 있다고 합니다. "딱 한 말씀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신도에게 "중한테 속지 말어!"라고 했다네요. 그이는 또 시주금을 들고 온 신도들에게 "절에 가지고 올 돈이 있으면 불우이웃에게 주라"고 했다고도 합니다. '콩 세 말'보다 훨씬 더 과장되게 재현한 듯한 그의 생가와 법당, 거대한 자신의 동상을 그이가 지켜본다면 기겁을 하지 않을는지, 하는 걱정마저 들게 하는군요.

동상이나 조각상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거북하게 생각되는 것은 성철 생가와 지척의 거리에 있는 남명 기념관 조각상과 중산리의 새 성모석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산리의 관광휴양단지에 새로 만들어 세운 성모석상에 관한 얘기는 이곳 칼럼 제7호 '중산리의 이 기막힌 아이러니'(2002년 1월11일자)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 일부는  다음과 같은데,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지난 2000년 8월6일 이 천왕사와 불과 1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중산리계곡 건너편 국민관광휴양단지에 또 하나의 성모석상이 생겨났어요. 높이가 2.1미터로 원래 석상보다 엄청나게 큰 것이지요. 웬 성모석상이 난데없이 또 중산리에 들어선 것일까요? 놀랍게도 중산리를 비롯하여 이곳 시천면 주민들이 4천500만원의 성금을 갹출하여 만든 것이랍니다. 또한 성모상 앞에 거대한 제단을 만들어 누구나 분향할 수 있도록 해놓았어요. 이곳에 이르는 도로와 주차장도 꽤 넓게 닦아놓았더군요.

진짜 성모석상이 같은 마을, 지척의 거리에 있는데 주민들이 어째서 많은 돈을 갹출하여 새 성모석상을 만들어 세웠을까요? 더구나 향화(香火)를 받드는 멋진 제단까지 만들어 새 성모상에게 기원을 하도록 해놓았을까요?  문화재의 손상을 막고자 모사품을 만드는 일은 더러 있지요. 하지만 천왕사 성모상은 강건하게 고착된 채 신도들의 경배를 버젓이 받고 있어요. 원래의 성모석상이 천왕사에서 완벽하게(?) 보호받으며 건재하고 있는데도 주민들이 새 석상을 만들어 세운 까닭이 정말 아리송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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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09.27 02:36
    내고향 경상도 문딩이들은 왜 이럴까?무조건 멋대가리없이 기념물 세우니.그걸 말릴 수도 없고.좌우간 쥑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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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09.27 09:55
    [ "딱 한 말씀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신도에게
    "중한테 속지 말어!" 라고 했다네요. ...].
    한 세대 훨씬전에도 그럴진데, 지금의 불가에 드리운 속물과 물신의 그림자는 어느정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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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9.27 12:45
    부모님. 사랑하는 젊은아내와 딸을 놔두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드란 성철 스님. 박정희 대통령이 해인사에 들려서 만나자고해도 만나주지 않았드란 옹고집. 그로 인해 불교는 좀 힘도 들었다고 하고. 저는 불교와 절을 좋아합니다만 해인사 성철스님 부도는 너무나 화려무궁하데요. 성철스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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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도 2003.09.30 13:56
    지난8월 중산리로 하산하여 버스정류소식당에서 점심먹다가 계곡넘어 웬 거대한불상이 보이걸래 물어보니성모석상이라하던데 그게가짜었군요.^^ 그야말로 色不異空 空不異色..... 이왕 실체가어떻든간 마음이 중요하다고 믿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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