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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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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연 김복순 부부는 부산의 식당과 집까지 판 돈을 몽땅 쏟아넣어 엄청나게 많은 녹차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차를 만든 뒤에는 포장을 해야 했지만 방법이 없었지요. 궁리 끝에 부산 국제시장에서 커피병을 구입해 왔습니다. 끓는 물에 담가 커피 레테르를 벗겨내고, 그 자리에는 녹차의 상표를 붙여야 했습니다.

조태연 김복순 부부는 차 이름을 '선차(仙茶)'라고 지었지요.
이것이 우리나라 역사상 판매 목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녹차 이름입니다.
공장 이름은 고려제다본포(高麗製茶本鋪)'라 하고, '고려명산차'란 선전글귀도 넣었답니다.
또한 김복순이 일본에서 여러 해 동안 차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는 사실과, 외국차를 능가하는 '발명차(發明茶)'라고 선전하는 글귀도 담았지요.

이 '선차'는 '이름 그대로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신선이 마시는 차'라고 선전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녹차에 함유된 성분을 기록한 것입니다.
조태연은 이 차를 경상남도위생시험소에 의뢰하여 '시험성적표'를 받아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녹차 판매를 위한 최초의 성분분석표였던 거에요.

1962년 9월18일 경남도위생시험소가 분석하여 발표한 녹차의 성분 분석의 내용은 어떠했을까요?
관능시험 즉 냄새와 맛은 '보통'이며, 성상은 특수 향이 있는 녹갈색의 마른 잎으로 적혀 있습니다. 불순물은 없고, 유해성 중금속도 검출되지 않았으며, 인공 착색 물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답니다. 또한 수분은 55%, 단백질 25.7%, 조지방 2.3%, 회분 6.2%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환경이 열악하던 당시에 녹차 선구자 부부에 의해 이처럼 어렵게 개발된 최초의 상표 녹차 '선차(仙茶)! 엄청난 정성과 개척자적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녹차였지만, 이를 어찌 합니까, 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차를 만들어 돈을 받고 팔겠다는 이들 부부를 바라보는 이웃의 눈빛에는 조소마저 담겨 있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또한 조태연 부부를 '괴상한 잭살을 만드는 사람'으로 놀려대기까지 했답니다.

당시 국내에선 유일하게 증차식(烝茶式)으로 전과정을 손으로 만들었으니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거친 '잭살'을 만들어오던 주민들에게는 그것이 '괴상한 잭살'로 보였을 법도 했겠지요.
조태연 부부의 수제품인 선차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아주 느리게 거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1, 찻잎을 따서 시루나 가마솥에서 수증기로 찐다. 시루에서 들어내어 서늘한 그늘에서 말린다.
2, 연한 불에 가볍게 덖는다.
3, 위의 1, 2 과정을 각각 세번 번복한다.
4, 그늘에 널어 말리면서 잡티를 가려낸다.
5, 2보다 열을 더 올린 가마솥에 넣고 천천히 저으며 볶는다.
6, 멍석에다 비비고 털어서 건조시킨다. 물론 깨끗하게 잘 말린다.
7, 다시 가마솥에 넣고 볶는다. 은은한 불길에서 오래 뜸을 들일수록 특유의 맛과 향기를 머금게 된다.
8, 불순물을 제거하여 포장한다.

이와같은 복잡한 과정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선차는 1962년부터 10년 동안 우리나라 녹차 제조법의 기초 교과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난의 더깨가 덕지덕지 붙어 있던 1960년대에 녹차가 대중 속으로 먹혀들 수가 없었지요. 조태연 김복순 부부에게는 너무나 힘든 나날이었답니다.
  • ?
    솔메 2003.08.08 14:32
    화개골의 사업적 製茶의 효시가 고려제다본포의 [仙茶]라니 사업개척의 치열함에 앞서 일종의 낭만까지도 느껴지는구만요...辛苦의 나날이던 개척자- 조/김복순 부부에게는 다소 불경스런 표현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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