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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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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에 자동차가 오르게 되면서 이 곳에서 지리산 종주산행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종주산행이 아니라 하루 코스로 피아골이나 뱀사골 산행을 하는 이들도 성삼재까지 자동차로 올라 노고단을 거쳐 가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노고단 턱밑이라고도 할 성삼재가 산행 기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지리산 종주산행만은 고집스럽게도 화엄사 입구 황전리에서부터 시작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십명의 회원이 참가한 산악회의 단체 종주산행에 참가하고서도 성삼재로 오르는 대절버스를 황전리에 세우고는 그 곳에서 차를 내려서 화엄사 골짜기를 걸어서 오르는 이들이 있지요.

필자도 종주산행만은 반드시 화엄사 입구에서 걸어서 오릅니다.
그 때문에 함께 종주산행에 나선 이들과 하루 낮 정도 떨어져 있는 일도 생깁니다. 화엄사 입구에서 코재를 거쳐 노고단까지 오르는 길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더구나 거의 전구간이 돌계단길이다보니 관절에 많은 무리가 따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왜 화엄사 골짜기를 걸어서 오르기를 고집하는 것일까요?

필자의 경우 지리산 종주산행은 주능선까지는 산 아래에서 출발하여 걸어서 올라야 한다는 나름대로 굳어진 생각을 갖고 있어요.
종주산행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야 없겠지요.
다만 종주산행 첫날 무거운 짐을 메고 주능선까지 걸어서 오르는 과정의 그 힘든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실 성삼재 종단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그 누구인들 화엄사 입구에서 걸어서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지난 1980년대까지는 주능선의 대피소에서 잠자리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므로 종주산행이라면 야영을 원칙으로 하다시피 했어요.
그러니까 야영, 취사장비 등 그 무거운 짐을 메고 화엄사 골짜기를 오르던 '고통'을 누구나 감내했던 것이지요.

80년대에 지리산 종주산행을 했던 이들 가운데 지금도 화엄사 입구 출발을 고집하는 이들의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때의 그 고통이 아름답고 달콤한 추억으로 되살려지는 때문일 것입니다.  
힘들게 군대생활을 했던 이들일수록 지나간 군인시절을 더 유쾌하게 떠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네요.

1988년 노고단에 새롭게 들어선 3층 양옥의 현대식 새 노고산장은 여러 가지 큰 일들을 만들어냅니다.
노고단 터줏대감 함태식님을 피아골 골짜기로 내려보낸 것부터 큰 사건(?)이었습니다.
지리산 주능선에 난방과 전기시설을 갖춘 대규모 산장이 들어서고, 국립공단 관리공단이 그 산장을 직영하는 사실도 굉장한 것이었지요.

더구나 새 노고산장은 '무장비 등산시대'를 선언했답니다.
자동차로 성삼재까지 올라 맨손으로 노고단에 오른 이들에게도 야영장비와 취사도구를 임대해주고 주부식도 살 수 있게 하여 산상 야영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지요.
이론적으로는 아주 획기적이고 좋은 일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100년 앞은 고사하고 바로 한 치 눈앞도 내다보지 못한 엉뚱한 발상이었습니다.

'무장비 등산시대'를 선언했지만, 그것은 1988년 한해 여름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답니다.
텐트며 버너며 코헬을 빌려 쓰는 것은 좋은데, 그 훼손의 정도가 감당이 불감당이었다는 거에요. 텐트는 태워먹고, 버너는 고장내고, 식기는 망가뜨리고...산상 장비 임대 질서가 엉망이었던 것이지요.
그들 대부분은 산악인이 아닌, 유산객들이었으니, 능히 짐작할 만하다 하겠네요.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리산 주능선의 현대식 산장 건립에 뒤이어 야영장 폐쇄 조처가 내려진 것이지요.
사실 노고단, 세석고원, 장터목, 벽소령 등은 산상 야영에 따른 자연훼손 상태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거던요.
야영을 금지하고, 야영장으로 맨땅이 된 곳에 자연생태계를 원상복원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 돈과 노력이 소요됐습니까.

'무장비 등산시대'란 처음부터 태어나지도 말아야 했던 운명이었지요.
    
  • ?
    최화수 2005.09.03 16:16
    어느새 가을이로군요. 아무 한 일도 없는데, 올 한해도 벌써 3분의 2가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곳에 정겨운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에게는 더 큰 고마움을 가슴 한편에 빚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댓글에 대한 저의 답글은 마음으로만 전하고 있습니다. 해량을 바랍니다.

    이번 여름에는 이런저런 일로 지리산을 자주 찾지는 못 했습니다.
    일본을 두 차례 다녀오고, 안동 하회마을과 평창, 홍천 등지를 세 차례 다녀오는 등 엉뚱한 곳을 헤매면서 시간을 흘러보냈군요.

    여름철 동안 지리마당의 '지리산 산책'과 '지리산 통신' 글 올리는 일이 부실했습니다. 핑계 없는 무덤이야 없겠지만...

    가을에는 조금 더 많이 살펴보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하여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좋은 가을'을 기원합니다.
  • ?
    최성문 2005.09.03 20:07
    늘..
    좋은 글을 읽기만 하고..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 ?
    부도옹 2005.09.04 23:52
    지난 시절의 지리산 이야기들을 올려주시니 항상 추억속에 행복한 시간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
  • ?
    오 해 봉 2005.09.05 09:34
    어제 관악산과 연결된 삼성산을거쳐 삼막사에 갔더니 승용차몇대가
    법당앞 마당까지 올라와 있더군요,
    절입구에는 봉고차와 승용차가 수십대 주차되어있고요,
    경인교대앞 버스타는곳까지 근한시간 땀흘리며 산길로 내려오면서
    화엄사와 노고단길을 생각했답니다,
    여산선생님 좋은가을 맞으세요.
  • ?
    선경 2005.09.06 01:33
    늘 바쁘신 가운데에도
    오브넷가족들을 위하여 써주시는 칼럼 항상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이계절에 여산선생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 ?
    오 해 봉 2005.09.06 11:10
    선경님께.
    멀리 카나다에서 잊지않고 ofof.net을 찾아주시는 선경님께 여산선생님을
    대신하여 감사 드립니다,
    멀리있으니 고국의 부모형제 친지들 지리산이 얼마나 그리우실지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다른좋은곳도 있지만 이곳을 찾아오시고 격려글을 보내주시는
    선경님께 고마운인사를 드립니다,
    가족모두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시길 기원드립니다.
  • ?
    정진도 2005.09.07 10:41
    여산 선생님의 칼럼을 늘고맙게 읽고있습니다.
    언제 지리산이나 재약산에 선생님 모시고 산행하고 싶읍니다..
    좋은 가을 맞으시고 항상 건강과 평화가 함께하시길빕니다........
  • ?
    한철 2005.09.07 10:42
    항상 감사한 마을으로 감상합니다
    건승하시고, 건강하시고 건필을 기원합니다
  • ?
    선경 2005.09.08 09:18
    오선생님 감사합니다
    늘 오브넷가족들을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어른이십니다
    후배들이 늘 포근한마음으로 더욱 정들이 깊어가는가 봅니다
    오브넷이 주는 커다란 행복속에서 삶의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하해님과 진원님께도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모든분들 항상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가을 되세요
  • ?
    섬호정 2005.09.09 05:12
    여산선생님의 지리산 칼럼으로 산에 오르진 못해도
    흡족한 산행의 기쁨 즐거움 신비로움에 도취됩니다
    무엇보다 역사의 현장으로 지리산을 아끼고 보호하시니
    우리 곁에 '인간지리산 如山'님으로 생각해집니다
    지리사랑의 교훈이 울려퍼집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합장
  • ?
    섬호정 2005.09.09 05:25
    선경님의 반가운 글을 대하면
    멀리서 한 천사가 찾아오신듯 합니다
    캐나다의 노오란 가을속에서
    선경님의 숨소리 들려오듯 하네요
    9월로 들면서 왠지 선경님 모습이 그립게 떠올라서...
    지리사진방을 뒤져도 보았지만...
    아름다운 마음의 문향을 느끼고 있습니다 합장
  • ?
    야생마 2005.09.11 18:35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 최화수선생님의
    수준높은 칼럼을 대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오브넷의 정체성은 최화수선생님이 계시기에 살아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많이 바쁘신 와중에도요.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
    해성 2005.09.12 00:03
    선생님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구요.
    깊어 가는 가을 계속 건필하세요.^^
  • ?
    선경 2005.09.14 23:59
    섬호정선생님 늘 생각해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오브넷의 예술의 향기를 전해주시는 선배님이 계시기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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