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295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일제시대 최고의 여류명창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이화중선(李花中仙)!
그녀의 운명이 얼마나 기구했는지, 태어난 곳도 여러 지역이 거론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의 첫 결혼이에요.
그녀는 17살 때 남원군 수지면 호곡리 홈실마을 박씨(朴氏)문중으로 시집을 갔어요.

이화중선은 3남매의 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남자의 후처로 들어간 것이지요.
그녀의 남편은 바보나 다름이 없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시어머니의 구박이 극심했다고 그러네요.
그런데 그녀의 시댁이 있는 수지면 호곡리는 아주 유서깊은 마을이에요.

이 마을은 죽산박씨(竹山朴氏) 집성촌인데, 세거 내력이 주목됩니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을 반대하여 생겨난 마을이니까요.
고려 공민왕 때 문하시중 박문수(朴文壽)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권세의 무상함을 개탄하고 72명의 고려 중신들과 함께 개성 두문동(杜門洞)으로 입산, 세상과 인연을 끊게 됩니다.

그런데 박문수가 만수산 두문동에 들어가 두문불출(杜門不出)을 하기 직전 부인 김씨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어요.
"나는 고려 중신가문의 자손으로 절의에 죽음은 당연하나, 그대는 고향으로 내려가 조상의 제사를 받들고 자손을 끊이지 않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김씨부인이 옮겨온 곳이 지금의 호곡리(홈실마을)이에요.
고려 유신 죽산박씨가 600여년간 터를 이룬 세거지(世居地)이지요.

송암 박문수는 포은 정몽주에게 시 한수를 보냈답니다.
중국 진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되니 도연명이 벼슬을 내놓고 낙향하여 '귀거래사'를 짓고 세상을 깨우쳤으며, 은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되니 은나라의 충신 백이숙제가 수양산에 올라 고사리를 캐먹고 죽었다는 뜻의 내용이었어요.
박문수 역시 도연명과 백이숙제를 본받아 고려를 향한 충절을 지키겠다는 맹세의 시를 썼던 것이지요.

박문수의 후손들이 훗날 집을 지으면서 이 시의 끝자를 따 '몽심재(夢心齋)'라 이름했어요.
내호곡 마을에 있는 이 몽심재는 1700년대 말에 지은 한옥으로 중요민속자료 149호이기도 합니다.
이화중선의 시댁은 고려의 충절 박문수의 후손들로 집성촌을 이룬 곳, 몽심재로 유명한 마을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화중선은 나중에 명창 송만갑에게 소리를 배웠는데, 당연히 운봉 비전마을의 동편제 탯자리를 들락거렸을 거에요.
이화중선은 같은 남원 땅이지만 극과 극의 마을로 오고간 셈이네요.
이성계를 반대하여 생겨난 마을로 시집을 갔다가, 그곳에서 뛰쳐나와 이성계의 왜구 토벌을 기리는 마을(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을 찾아갔으니까요.

도연명과 백이숙제를 본받겠다는 고려 충절의 세거 집성촌.
3남매를 둔 바보같은 남편의 후처로 들어간 이화중선은 걸핏하면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았답니다.
그러니까 그녀의 일생도 영락없는 시골 아낙의 삶으로만 채울 수밖에 없을 법도 했어요.
그런 그녀에게 운명을 바꾼 사건이 일어납니다.

마을 앞 공터에 협률사(協律社)가 들어와 창극 공연을 했답니다.
바로 그것이었어요.
협률사란 광무연대(1897~1907)에 생긴 창극단으로 '춘향전' '흥부전' '장끼전' 등을 창극 무대에 올렸어요.
창극단 공연을 지켜보던 이화중선..,그녀의 가슴 밑바닥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던 '소리'에의 열정이 용암처럼 분출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
    오 해 봉 2005.04.29 23:58
    꼭 30년전 이맘때 일입니다,
    월남이 공산화되고 전방지역의 말단 중대장까지 보직이 동결된때가
    있었지요,
    그때 왕비열전과 이조실록을 정독해 읽었답니다,
    개성 두문동에 들어가던 박문수라는 고려 충신의 후손이 남원군 수지면
    호곡리 홈실까지 내려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군요,
    이화중선과 함께 죽산박씨 비전마을등 좋은공부 감사합니다.

  • ?
    김용규 2005.04.30 00:30
    지리산 골짜기의 지방사람들도 모르고 있는 그 지방의 역사를 어떻게 그렇게 소상히 알고 계십니까? 지리산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지라산의 사람들은 지리산이 서러워서 밖으로 바깥으로 거의 모두 나가서 삶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 ?
    야생마 2005.04.30 02:15
    그러고보면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져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고려 충절의 세거 집정촌. 3남매를 둔 바보같은 남편의 후처로 들어갔다가
    동편제의 최고수준의 여류소리꾼이 되었다 하니...
    미스테리하고 드라마틱한 다른데서는 듣기힘든 이화중선의 소리의 삶.
    선생님 덕분에 좋은공부 하네요. 풀어주실 이야기 계속 귀기울입니다.
  • ?
    선경 2005.05.01 07:38
    한옥으로 중요민속자료 149호인 몽심재도 공부하고...
    시골아낙네로 살아갔을 이화중선의 운명이 바뀌는 다음이야기
    기다려집니다....여산선생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 불꽃같은 여인, 불꽃같은 사랑(2) 1 최화수 2005.03.29 5354
131 불꽃같은 여인, 불꽃같은 사랑(3) 4 최화수 2005.04.05 5225
130 '소리'에 온몸 내던진 이화중선(1) 2 최화수 2005.04.17 5541
» '소리'에 온몸 내던진 이화중선(2) 4 최화수 2005.04.28 5295
128 '소리'에 온몸 내던진 이화중선(3) 3 최화수 2005.05.03 5403
127 '소리'에 온몸 내던진 이화중선(4) 4 최화수 2005.05.13 5938
126 노고단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1) 4 최화수 2005.05.25 5709
125 노고단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2) 2 최화수 2005.05.31 5622
124 노고단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3) 4 최화수 2005.06.10 5969
123 노고단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4) 2 최화수 2005.06.30 5519
122 노고단 산장과 '무장비 등산'(1) 3 최화수 2005.07.13 5900
121 노고단 산장과 '무장비 등산'(2) 4 최화수 2005.07.25 5592
120 노고단 산장과 '무장비 등산'(3) 4 최화수 2005.08.03 5911
119 노고단 산장과 '무장비 등산'(4) 5 최화수 2005.08.16 5894
118 노고단 산장과 '무장비 등산'(5) 14 최화수 2005.09.03 5864
117 "흙 파고 씨 뿌린 일 죄가 되는가"(1) 5 최화수 2005.09.14 6067
116 "흙 파고 씨 뿌린 일 죄가 되는가"(2) 4 최화수 2005.09.25 5998
115 "흙 파고 씨 뿌린 일 죄가 되는가"(3) 4 최화수 2005.10.05 5967
114 "흙 파고 씨 뿌린 일 죄가 되는가"(4) 3 최화수 2005.10.17 5649
113 "흙 파고 씨 뿌린 일 죄가 되는가"(5) 2 최화수 2005.10.26 53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4 Next
/ 1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