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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604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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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마천면 군자리 군자사(君子寺)는 원래 신라 진평왕이 숙부 진지왕이 즉위(576년)하자 도성을 떠나 피신하여 은거했던 별궁이었지요.
경주에서 지리산록까지 몸을 숨길 정도였다니, 권력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네요.
3년 뒤 진지왕이 폐위되자 그는 다시 도성에 돌아가 즉위하고 별궁에서 아들을 낳은 것을 기려 군자사를 창건한 거에요.

이 군자사의 우물가 미나리밭에는 예부터 개구리가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이는 우물의 발원처에 웅황(雄黃, 살충제 광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지요.
군자사 미나리꽝에 개구리가 없는 것처럼, 이 세상 사물의 이치는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더러 있어요.
영가(永嘉, 안동) 성안에 모기가 없는 것이나, 상주(尙州) 사불산(四佛山)에 칡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엄천사가 법우화상으로 하여 무당의 성지로 일컬어진 것도 예사스럽지가 않습니다.
법우화상은 그 도(道)가 매우 높았다고 해요.
어느날 그가 보니,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냇물이 크게 불어나지 않겠는가!
화상은 그 근원을 찾다가 천왕봉 꼭대기까지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키가 크고 힘센 한 여인과 마주쳤다고 하네요. 그녀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나는 성모천왕(聖母天王, 지리산신)으로 인간계에 귀양 내려왔는데, 그대와 인연이 있어 마침 물로 도술을 부려 스스로 중매를 한 것이다."
그리하여 법우화상은 성모천왕과 결혼했는데, 딸 8명을 낳아 자손이 번창하였고, 무술(巫術)을 가르쳤다는 거에요.
무당이 굿을 할 때 한 손에 금방울을 흔들고 한 손에 채색 부채를 들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부처님 이름을 부르고, 또한 법우화상을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답니다.

법우화상으로 하여 엄천사가 무당의 성지가 되었다...!?
하지만 엄천사가 사라졌듯이 법우화상의 자취나 무당의 흔적이 남아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무당의 원조인 성모천왕과 법우화상은 천왕봉과 백무동, 용유담에 더 많이 그 자취를 남겨놓았지요.
무속의 성지로는 엄천사보다 위의 세 곳이 주로 언급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엄천사는 '한국 무당의 성지'가 아니라 차밭, 그것도 관영차밭(官營茶園)인 '함양다원(咸陽茶園)'으로 그 이름이 더 빛나고 있다 하겠습니다.
관영차밭? 지리산 유일의 관영차밭이지요.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 엄천강변 엄천사지 입구에는 요즘 이런 글을 새긴 비석이 세워져 있어요.
'점필재 김종직선생 관영차밭 조성터(점畢齋 金宗直先生 官營茶園 造成址)'
비석 뒤에는 그이의 시(詩)가 새겨져 있습니다.

'영험한 차를 올려 우리 임금 오래오래 사시도록 하고 싶은데,
신라 때 심었다는 종자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겠네.
이제야 두류산 아래서 차나무를 구하게 되었으니
우리 백성 조금은 편케 되어 기쁘구나.
대숲 밖의 황폐한 밭 몇 이랑을 개간했으니
새 부리 같은 보랏빛 찻잎 언제쯤 볼만해질까.
백성들의 마음속 걱정을 덜어주려는 것일뿐
무이차처럼 명차를 만들려는 것은 아니라네.'

지리산 자락을 끼고 있는 함양 땅에 지도자(관리)로 왔다 간 이들 가운데는 아주 훌륭한 인물도 있었어요.
891년 함양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선생,
1471~1474년 함양군수를 지낸 점필재 김종직 선생,
1495년~1498년 안의현감으로 재직한 일두 정여창(一斗 鄭汝昌) 선생,
1791년~1796년 안의현감을 지낸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선생이 그들이지요.

이들 가운데 김종직 선생은 특히 지리산 기행록으로 지리산 매니아들에게 그 이름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이가 1472년에 썼던 '유두류록(遊頭流錄)'은 너무나 유명하지요.
그이는 함양군수를 지낼 때 엄천사에 '관영차밭'을 조성한 거에요.
그런데 관영차밭을 조성한 그 사연이 아주 기가 막히답니다.
  
  • ?
    솔메 2004.07.26 13:25
    점필재선생이 처음 조성한 관영차밭이
    그곳에 있군요.
    지리북록에도 雀舌과 같은 명차가 이어져오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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