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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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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식님이 왕시루봉 외국인 선교사 수양관 관리인이 되면서 왕시루봉을 산악인의 사랑방으로 바꿔놓은 것은 지리산 산악사에 있어서 한 아름다운 삽화가 될 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왕시루봉 수양촌 오두막은 모두 12동이었지요.
교회와 함께 쓰는 콘세트 건물 관리동에는 함태식님이 기거했습니다.
거기서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인요한님의 오두막이 있었고, 바로 그 옆에 '자이언트' 이광전님의 '광희장' 오두막이 나란히 자리했습니다.

그 옆 오두막은 광주지역에서 활동한 산악인 박종갑님이 사용했습니다.
외국인으로는 리즈가 오두막 한 채를 이용했는데, 그이는 오산 미공군기지에 근무하는 군무원이었어요. 리즈는 우리 산악인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했습니다.

산악단체로는 교회 아랫 동의 부산 '우리들의 산'산악회 오두막이 있었고, 또 한 동은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왕시루봉 오두막을 오랫동안 지키면서 뜻있는 일을 해낸 이는 따로 있지요. 바로 오두막 '에이텐트'를 지키면서 지리산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은 '지리산 사진작가' 임소혁님입니다.

임소혁님은 왕시루봉에 상주하면서 지리산의 아름다운 자연세계를 사진과 글로 옮겨 '월간 산'지 등에 수년 동안 연재를 했고, 지리산 사진집도 여러 권 펴냈으면, 전국 순회사진전도 열었어요.

'우리들의 산' 오두막은 오랫동안 버려둔 것이다보니 보수를 해야 할 곳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개인 오두막과 달리 누구도 그 일을 맡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어요. 몇 차례 이용은 했지만, 달리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해 동안 임대료만 지불한 것이 전부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에이텐트'의 임소혁님은 왕시루봉에 끝까지 남아 지리산 사진작가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그로부터 어느 사이 10년의 세월이 흘러 2001년 3월 첫 주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필자는 왕시루봉으로 올랐습니다.
'에이텐트'의 임소혁님이 '지리산 보존' 관련 모임을 추진한다면서 필자더러 꼭 한번 다녀가라고 초대를 한 것이지요.

이 날의 왕시루봉 행이 '지리산 통신' 멤버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지리산을 찾게 되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필자는 '지리산 통신'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중간중간 생략하고 줄거리만 대충 남깁니다.)

...............................................................................................................................

(전략)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이 3월3, 4일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에서 '가족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처음 마련했다.
해발 1,200미터 왕시루봉 '인휴대'에서 기쁜 만남의 시간을 갖고자 했는데, 전국적으로 눈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눈비가 장애가 될 수는 없지만, 일몰 시각 이후의 강풍과 기온 급강하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하지만 밤 12시에 도착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울산의 마지막 팀은 새벽 3시에 도착했다.

(중략)
지리산 열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악천후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참가예정자 가운데 유일하게 모친 병환으로 1명만 불참했을 뿐, 전체 인원은 29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에이텐트'에는 부산의 산악인 남기탁, 산시인 권경업과 시인 강영환 등이 따로 찾아왔다.
원래 이들과 사진작가 임소혁, 그리고 '지리산 통신 가족'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지리산 산상 토론'을 벌이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하지만 꽃샘추위 정도가 아닌, 혹독한 겨울 날씨 때문에 야외 이벤트는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임소혁의 '에이텐트'에는 연장자들이 모여 대화의 꽃을 피웠고, 젊은이들은 다른 산장을 이용했다.
조리를 하는 이들, 물을 길어나르는 사람, 후속 팀과 휴대폰으로 연락을 계속하는 이들 등 모든 젊은이들이 물이 흘러가듯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새벽 5시까지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나누었다.

다음날에는 폭설을 뚫고 A팀 산행이 강행됐다. 구례구역 앞 뒤풀이 자리에서 만나보니 모두들 너무나 밝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지리산의 열정이 활화산처럼 끓고 있는 그들의 신선한 젊음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후략)
  • ?
    솔메 2004.05.04 12:04
    임소혁님은 왕시루봉에 아예 상주하면서 지리산 사계절을 앵글에 담는 활동을 하였군요..
    대단합니다.
  • ?
    산유화 2004.05.04 15:04
    지리산 속 산악인들의 훈훈한 모임터,
    왕시루봉 인휴대에 더운 바람이 불어가던 시절의 회상, 귀하고 새롭습니다.. 현재 임소혁님은 태안사 들어가는 길가 폐교에 곡성 섬진강문화학교를 개관 상설사진전시관도 열었다지요.
  • ?
    허허바다 2004.05.05 09:42
    정말 제목대로 낭만시대를 구가하셨군요... 얼마나 좋으셨을꼬~~ ^^*
    그래요 산유화님? 섬진강문화학교... 꼭 들러봐야 하겠네요...
  • ?
    moveon 2004.05.08 09:53
    낭만시대. . . . . 너무 부럽다는 생각뿐입니다. . 태안사 들어가는 길가 폐교라구요? 저도 한번 들러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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