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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16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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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형상은 눈에 들어오는 그대로입니다. 남명선생은 황소가 누워 있는 모습과 같다고 했다지요.
그이가 노래한 '頭流十破黃牛脇(두류십파황우협)'의 '황우협'이 지리산 별칭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황소가 누워있는 것처럼 크고 웅장하여 모든 것을 포용하고 여유 있는 형상을 지닌 산이란 뜻이지요.
지리산의 빛깔은 어떤 색일까요? 겨울은 흰색, 봄은 분홍색, 여름은 푸른색, 가을은 홍색 등 특징적인 빛깔이 있겠지요.
그렇다면 '지리산의 소리'는 무엇일까요? 좀 엉뚱한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의 으뜸 소리는 물소리일까요, 바람소리일까요, 그도 아니면 종소리일까요?
지은이를 알 수 없다면서도 널리 전해오고 있는 글 가운데 '하동산수곡(河東山水曲)'이 있지요.
섬진강에서 화개동천을 따라들며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글 가운데 '광분첩석 쾅쾅 치는 쇄옥성 물소리에 만첩청산이 귀먹으니...'란 대목이 있어요. 불일폭 물소리가 온 산을 삼킨다는 것이지요.
또한 '종소리 멀리서 구름따라 사라지고 사미승 북치는 소리 산도 따라 울리네'란 '화개동천' 시도 전해오고 있답니다.

폭포수와 북치는 소리가 지리산을 삼키고 울린다는 것이예요.
하지만 서산대사는 지리산 화개 골짜기에서 이런 시를 읊었답니다.
'물소리 솔바람은 천년의 음악인데 만고의 누리에서 한바탕 웃어보네'
'천년의 음악' 물소리와 솔바람이 지리산의 소리일까요?
물소리나 솔바람이 지리산의 소리를 대표한다고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리산의 소리 그 진수(眞髓)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닐 까요? 남명선생도 '천왕봉은 하늘이 울어도 울리지 않는다(天鳴猶不鳴)'고 했거든요.
물소리, 솔바람, 종소리를 뛰어넘는 그 어떤 소리, 그것은 무엇일까요?

지리산이 들려주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 차원을 넘어 지리산과 인간이 합일되어 함께 들려주는 소리가 더욱 지리산적(的)일 수 있지요.
사람과 지리산이 어울려 빚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란 무엇일까요? 사람 이상의 상상의 세계에선 신선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지리산 높은 구름 위에서 신선이 늘 옥피리를 불고 있다!"
지리산 음악의 신화는 사람들의 입으로 이런 말이 옮겨지는 것에서 시작되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이는 신선이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구름 위란 곳은 이름하여 '운상원(雲上院)'이었답니다.

운상원이란 칠불암의 옛 이름이지요. 표고 830미터의 첩첩산중, 그 아래로 구름이 내려와 구름위의 천상(天上)과 같은 곳이에요.
거기서 절묘한 가락의 옥피리 소리가 들려온다면 신선이 옥피리를 불고 있다고 생각할 만도 했겠지요. 그러나 옥피리를 부는 주인공은 신선은 아니었어요.
'칠불암은 삼신동에 있는데, 옛 이름은 운상원이었다. 또한 진금륜(眞金輪)이라고도 부른다. 그 옛날 옥부선인(玉浮仙人)이 여기서 숨어 살면서 옥피리를 불었다.'
'여지승람 하동지(與地勝覽 河東誌)' 등에 나오는 기록이랍니다.

지리산 그 높은 곳에 운상원이 들어선 연유부터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 왕비인 허황옥 오빠이자 승려인 보옥선사(寶玉禪師)가 AD 48년 아요디아(阿踰陀)왕국에서 김해로 들어옵니다.
그는 수로왕의 일곱 왕자를 데리고 가야산, 수도산, 와룡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와 토끼봉 남쪽 능선 중턱에 운상원을 짓고 수도에 전념하지요.
수로왕 62년, 일곱 왕자는 깨달음을 얻고 성불(成佛)을 하게 되고, 그래서 운상원을 칠불암으로 고쳐 부르게 되지요.

이 설화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의 불교 전래 역사를 다시 고쳐쓰야 하겠지요.
운상원과 칠불암에 얽힌 수많은 설화들이 있지만, 여기선 그 '옥피리 소리'만 알아보기로 합니다.
보옥선사는 우리나라에 올 때 한 가닥 현악기인 '이크탈'과 '분지'라는 피리를 가지고 왔답니다. 그이는 일곱 왕자와 함께 운상원에서 이 악기를 타고 불었다는 것이지요.
산 아래 사람들은 그 신비로운 소리를 듣게 되면서, 지리산 높은 구름 위에서 "신선이 옥피리를 분다"고 경탄했던 것입니다.

보옥선사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들이 정리돼 전해오지만, 그 연대와 이름 등에 상당한 혼란이 따릅니다.
'여지승람'의 '옥부선인'이란 보옥선사의 이름을 뒤집어 놓은 것이기도 하지요.
또한 '옥보고(玉寶高)가 지리산 운상원에 들어가 거문고를 배운 지 50년만에 새 곡조 30곡을 지어...'라는 '삼국사기'의 기록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지리산 운상원에서 '옥피리'와 거문고가 우리 음악(국악)의 원류를 낳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지리산의 소리'의 진수는 바로 우리 국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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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3.13 10:50
    서너번 다녀온 칠불암에는 일곱왕자의 成佛설화와 [亞字房]만 있는즐 알았습니다만 ,귀한 자료를 알려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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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2.03.18 12:45
    "지리산의 소리" 다음 편도 있을 거죠? [웃음]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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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2.03.18 17:26
    존경하는 솔메거사님과 늘 경탄케 하는 moveon님께서 격려의 채찍질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웬지 심신이 지쳐 있습니다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추스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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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쇠 2002.03.22 15:55
    형님 힘내셔요 웃음소리를 한번 보내드리고 싶어도 여기는 파일첨부가 되지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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