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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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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병주의 소설로 기억됩니다만, [지이산으로 쓰고 지리산으로 읽는다]는 대목이 있어요.
지리산은 한자로 '智異山'으로 씁니다. 그런데 지리의 '리'자를 理, 利, 里자로 쓰지 않고, '이'로 발음되는 異자로 쓰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삼영출판사의 한한사전을 보니 '리'로 읽는 한자가 무려 199가지나 되더군요. 그 199가지 '리'자를 다 젖혀두고 지리산의 리자를 굳이 '異'자로 쓴 것입니다.
그래서 [지이산이라 쓰고 지리산으로 읽는다]고 했으니, 좀 유별나게 생각되지 않나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먼저 통성명부터 합니다. 서로의 이름을 알고부터 의사 소통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가 어느 한 산을 사랑하거나, 즐겨 찾는다면 마땅히 그 산 이름의 연유부터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여러분, 지리산 이름이 몇 개나 되는지 알고 계세요?
또 '지이산으로 쓰고 지리산으로 읽는' 그 까닭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산 이름도 함부로 불려지는 것은 아니지요. 산 이름의 연유를 알아야 그 산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설악산'이란 이름의 예를 볼까요.
조선 현종 때 여류시인 금원(錦園)은 '동호서락기'에 '봉만용열석색개여설고명(峰巒聳列石色皆如雪故名)'이라 썼어요.
설악 연봉이 줄지어 서있는 바위 빛깔이 눈처럼 맑아 눈같은 산이라 했다지요.
'설악(雪嶽)'이란 이름도 봉우리의 줄지은 바위 빛깔이 흰눈과 같다는 데서 연유한다는 거예요.
또는 한가위부터 눈이 오기 시작, 이듬해 하지까지 눈이 녹지 않는다(仲秋如雪至夏至而消故名)는 것에서 유래한다는 설('동국여지승람')도 있답니다.

그러나 노산 이은상은 달리 풀이했어요.
설악의 설(雪)은 고어 '살'의 음역자(音譯字)로 산천의 이름일 때는 신성한 영역임을 뜻한답니다. '살'은 생명의 절대 긍정, 절대 유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삶, 사람, 슬기, 사리(舍利)의 근본적인 말이라는 것이에요.
곧 설악산은 '신성광명한 산'이란 뜻으로 붙여졌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말로 '살뫼'라고 하던 것을 한자로 옮길 때 설악산(雪嶽山)이 된 것이라는 군요.
금강산 옛 이름 '서리뫼(霜嶽)'도 신역(神域)이란 뜻에서 일치한다는 군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사람들이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인간에게 다가와 의미있는 존재가 되지요.
사람들이 그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적절한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지이산이라 쓰고 지리산'으로 읽는 '智異山', 그렇다면 이런 이름을 붙였던 우리 조선들은 지리산을 어떻게 인식한 것일까요?
그 이름에 담겨 있는 뜻이나, 이들 이름이 만들어진 과정에 그 해답이 담겨 있을 거예요. 지리산은 한자로 '智異山'으로 쓰는 것 하나 뿐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지요.

각종 문헌에 등장하는 '지리산'의 한자 표기는 智異, 地理, 地而, 智利, 知異 등 다양합니다.
'智異'의 한자 표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887년 쌍계사에 세운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 제47호)이에요.
그밖에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등에도 이 명칭이 두루 쓰이고 있어요. 하지만 같은 책에 '地理'라고 적고 있기도 합니다.
'地而', '智利', '知異' 등의 표기도 '지리산변증설' 등 여러 문헌에 등장하지요.
이런 사실에서 '지리산'의 이름이 신라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어요.

지리산에 대한 어떤 인식에서 이런 한자 표기를 하게 됐을까요?
그에 대한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지리산의 또다른 이름들을 찾아봅시다.
지리산의 이름이 도대체 몇 개나 될까요? 지리산을 좋아한다면 마땅히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겠지요.
우선 널리 알려져 있는 두류(頭流, 頭留)산, 방장(方丈)산을 꼽을 수 있네요. 또 방호(方壺山)산, 남악(南岳)산, 불복(不伏)산, 봉익(鳳翼)산, 부산(富山), 신산(神山), 황우협(黃牛脅), 적구(赤狗)산 등이 있지요.
그러니까 모두 몇 개가 되지요?

지리산의 이름들에 대해 그동안 일부의 단편적인 해석만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정희(李政喜, 경상대학교 한적실장)님이 '한국산서회' 회지 '山書'(통권 제12호)에 '지리산의 명칭과 그 의미 소고(小考)'란 글을 실었답니다.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공동 번역자이기도 한 그이의 이 글은 지리산 이름들에 대해 아주 신선한 해석을 하고 있군요.
지리산의 다양한 이름들과 그 유래와 의미를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지리산이 우리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져 왔었는지 알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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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1.16 12:36
    시사적이고도 유익한 칼럼을 항상 고맙게 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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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2.01.16 15:42
    솔메거사님, 시사적이고 유익하다는 말씀 과분합니다. 항상 더 많이 생각하고 정성껏 글을 쓰라는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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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 2003.11.03 02:39
    산봉우리가 많다보니 이름도 많아진건 아닌지요? 내가 쳐다보면서 이름붙이면 내 지리산이 또 생기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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