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들의 지리산 사랑(6)

by 최화수 posted Jan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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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동북루트 개척 학술조사대가 칠선계곡으로 들어가기 앞서 용류담에서 기념촬영을 했다(사진 위쪽). 칠선계곡 군선담에서 대원들이 표지판을 달고 있는 모습(사진 아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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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1948년 여순병란을 시작으로 6.25전쟁, 그리고 빨치산과 군경토벌군과의 격전지가 됨으로써 찢기고 할퀴고, 불에 달구어지면서 참담한 희생을 치렀다.
1억3천만 평으로 넉넉한 이 나라 최대의 산덩어리가 폐허의 산이 되었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를 분노케 했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북으로 깊고 험하게 뻗어내린 칠선계곡, 설마 이 골짜기만은 옛대로 남아있지 않겠는가라는 안타까운 바람과 오기로 찾아 나선 것이 ‘지리산 칠선계곡 등반로 개척 및 학술조사’였다.”

1964년 11월28일부터 12월6일까지 칠선계곡 루트 등을 포함한 ‘지리산 동북(東北)루트 개척 학술조사대’ 대장으로 참가했던 김경렬(金敬烈) 님(당시 한국산악회 감사, 부산일보사 기획위원)의 말이다.
부산일보사가 주최하고 대륙과 자일, 동아대 산악부 등 부산의 3개 산악단체 젊은 엘리트들이 참가한 이 학술조사대는 당시 전인미답으로 알려졌던 칠선계곡 루트 개척에 뛰어든 것이다.
이에 앞서 예비조사대가 같은 해 10월7일부터 12일까지 칠선계곡 답사 가능성을 현지에서 미리 확인하기도 했다.

‘칠선계곡에서 상합(上合)너덜(칠선계곡 입구에서 11㎞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계곡에는 6개소의 폭포와 1개소의 천연석막(天然石幕), 23개소의 못(潭沼)이 있었고, 목기(木器) 제작을 목적으로 한 도벌꾼이 중간지점까지 침입하고 있었다.
이 계곡에는 50마리에서 100마리를 한 떼로 하는 산오리가 계곡의 못에서 놀고 있었고, 사향노루와 담비(食肉目) 등도 발견되었다. 예비답사 때에는 칠선계곡에서 백무동을 넘는 능선에서 두 마리의 큰 곰을 발견하였다.
23개의 못 가운데서, 아래쪽에서 중간지점에 위치한 몇몇 못은 옥녀탕(玉女蕩), 군선담(群仙潭), 선녀탕(仙女蕩) 등으로 명명했으며, 6개의 폭포 중 10m쯤의 한 폭포는 부산일보의 이름을 따서 <부일폭포>로, 다음은 대륙산악회의 이름을 딴 <대륙폭포>, <자일폭포>, <동아폭포> 등 각 참가 단체의 명칭을 달아 주었다.’

학술조사대 김경렬 대장은 1964년 12월8일부터 6차례에 걸쳐 칠선계곡 학술조사 리포트를 부산일보에 실었는데, 위의 글은 그 첫 도입부이다.
사향노루와 곰을 발견한 것이나, 산오리 떼가 대량으로 서식하는 사실도 놀랍지만, 학술조사대가 칠선계곡의 못과 폭포에 대한 명명(命名) 또한 눈길을 끈다.
옥녀탕, 군선담, 선녀탕 등의 못에 대한 명명은 자연스럽다.
폭포의 이름 <부일>, <대륙>, <자일>, <동아> 등은 참가 신문사와 산악회 명칭을 딴 것이다. 구례 연하반산악회가 장터목샘을 참가 대원의 딸 출산을 기려 <산희(山姬)샘>으로 명명했던 것이나 같다.

지리산 동북루트 개척 학술조사대 참가 대원은 당시 부산의 산악계를 대표하는 엘리트들이 망라되다시피 했는데, 명단은 다음과 같다.
* 명예대장 신업재(한국산악회 고문, 의사)
* 대장 김경렬(한국산악회 감사, 부산일보사 기획위원)
* 부대장 김택진(한국산악회원, 동아대 공대학장)
* 등로반 1
  성산(리더, 대륙산악회 간사), 김준희(대륙산악회 임원)
  지두업(동아대 산악부 간사), 이곤석(동아대 산악부 간사)
* 등로반 2
  김종석(리더, 부산대 산악부 OB), 곽수웅(대륙산악회)
  조정술(경남공고 산악부장), 류효수(부산일보사 기자)
* 학술반
  김택진(리더) 구준택(부산대 교수)
  이일병(동아대 교수), 김경렬
* 촬영기록반
  김재문(리더, 한국산악회 간사, 사진작가)
  최병선(자일클럽), 김병기(부산대 공대생)
* 수송, 표지반
  박창수(리더, 자일클럽),
  김종근(부산대 산악부원), 김길평(군기사 일병)
* 의료반
  신업재(의사)
  곽삼덕(자일클럽), 최상훈(부산대산악부, 의대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