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송(千年松)...솔바람 태교(3)

by 최화수 posted Nov 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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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수(名水) 100곳' 가운데 하나인 뱀사골 청정계류(위쪽 사진). 반선에서 와운마을 입구인 와운교(臥雲橋)까지는 이 계류를 끼고 걸어가기 쉽게 나무데크 등을 만들어 놓았다(아래 사진). 원래의 뱀사골 등산로는 와운마을을 오르내리는 자동차 길(車道)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데크가 놓여 있는 이 길을 '사람이 다니는 길'로 표기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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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의 종교성은 ‘솔바람 태교’라는 의식을 갖게 했다.
우리 무속과 민속에서도 솔은 더 세분화되어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자리한다.
솔은 무엇보다 제의(祭儀) 공간을 정화하고 청정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
동제(洞祭)를 지낼 때 미리 잡귀의 침입과 부정을 막기 위한 금줄을 친다.
이 금줄에는 백지와 솔가리를 꿰어 두는 것이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얼과 한이 서려 있는 나무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어머니 뱃속에서 솔바람 태교로 시작하여 출생할 때는 금줄로, 또 사망했을 때는 생소나무 관으로 들어가 함께 묻힌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 살면서 솔잎과 송진, 송이버섯과 복령(뿌리) 등을 식품과 약재로 이용하는 생활을 해오기도 했다.

추석의 대표적인 시식(時食)인 송편을 빚을 때 솔잎을 켜켜로 깔고 찐다. 솔잎의 무늬와 향이 베이도록 하여 맛과 멋을 더해주고, 솔잎 속에 함유된 특유의 물질에 의한 방부(防腐) 효과가 높다.
이 송편은 소나무처럼 건강해지는 끈기가 생기고 지기(志氣), 절개, 정조가 강해진다고 여겼다. 그래서 임신한 왕비는 물론 어린아이의 백일이나 돌상에 오색송편을 차려 놓았다.

송편은 쌀가루를 이용한 흰송편 뿐만 아니라, 푸른 색의 쑥송편, 모시잎을 넣은 모시잎송편, 소나무 껍질을 넣어 만든 갈색의 송기송편 등이 있다.
소나무 한 그루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은 송화가루, 송절, 솔잎, 송진, 송로, 송기, 송이버섯, 백복령, 적복령 등 아홉 가지이다.
이 가운데 노란 송화분을 털어 꿀물에 타 먹는 송화수, 송화를 꿀물에 버무려 다식판에 찍어낸 소화다식도 이름난 건뇌음식이다.  

60대 이상 나이가 든 사람 가운데 어렸을 때 산골에서 자란 이들은 이 소나무와의 각별한  기억들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관솔이나 송진을 따서 불을 밝혔거나, 춘궁기에는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송기떡을 만들어 주린 배를 채운 것 등이다.
일제 시대에는 송진 공출로 사람도 소나무도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려야 했다.
이 송진에 곤충이 들어가 화석화 된 것으로 호박 보석이 있다.

소나무의 용도 가운데 또 ‘도래솔’이 있다. 묘지 주위에 심는 소나무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하지만 이들 소나무가 요즘 들어 점점 심각한 생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과 솔수염 하늘소 등이 소나무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사시키고 있다.
곳곳에서 소나무가 빨갛게 타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는 오늘이다.

소나무 에이즈는 특히 육송, 조선소나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온이 점차 높아져 아열대성으로 바뀌어 가는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한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한다는 ‘다래솔’까지 생존 위협을 받는다면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가 참으로 가볍지가 않다.
소나무들의 위기가 우리의 얼과 정신마저 어지럽히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리산 뱀사골 와운마을에 자리하는 천년송이 더욱 주목이 되는 것은 오늘의 우리 시대 현실에 비춰 그 의미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넓고 넓은 지리산에서도 소나무는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와운마을 천년송은 독야청청 고고한 기품을 자랑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무로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