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동편제(東便制) 탯자리(1)

by 최화수 posted Feb 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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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철쭉 화원'으로 불리는 지리산 서북능선 바래봉을 향한 채 고즈넉히 자리한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
이 작은 마을에는 지리산권의 주요 사적지인 '황산대첩비지'가 있고, 그 사적지 못지않은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자리합니다.
지리산권 문화의 상징인 '판소리 동편제(東便制)의 탯자리'가 바로 그것이지오.
지리산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가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시골 마을,
그냥 평범하고 한적한 이 농촌마을에서 저 유명한 판소리 동편제가 태동한 것입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동편제의 창시자인 가왕(歌王) 송흥록(宋興祿)과 그의 아우 송광록, 손자 송만갑의 출생지입니다.
또한 여류명창 이화중선, 박초월, 안숙선, 강정숙 등이 태어나 소리를 익히며 성장한 '소리의 성지(聖地)'이기도 하지요.

신라의 악성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에서 거문고를 완성, 이를 전수하면서 만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옥보고가 거문고 음악을 완성시킨 곳이 지리산 주능선 남쪽의 칠불암 운상원이냐, 바래봉의 남원 운봉이냐는 아직 명확하게 가려지지는 않았답니다.
그렇지만 운봉 고원의 화수리 비전마을이 동편제의 탯자리이자 수많은 명창들을 배출해냈으니 이곳이 우리 국악의 한 연원지임을 실감케 해준다고 하겠네요.

17세기 후반 농업 등 산업의 발달로 재산을 모은 일부 서민들은 사회적 신분 상승을 꾀하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킵니다.
이를 양반 중심의 유교문화와 대비하여 서민문화라고 부르지요.
광대놀이, 사설시조, 풍속화, 민속놀이, 민간소설, 판소리 등이 그러합니다.
특히 판소리는 조선 후기에 발달한 대표적인 서민문화로 꼽히고 있어요.

판소리는 한 사람의 창자(唱者, 노래꾼)가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긴 이야기를 소리(창, 노래)와 아니리(백, 말)로 엮으면서 발림(몸짓)을 곁들여 입으로 하는 종합적인 예술이라고 일컬어집니다.
판소리는 18세기에 성립하여 19세기에 본격적으로 발달했지요.
판소리는 조선 후기 서민 세력 성장의 상징적 표현이자 서민세력이 가진 문화적 역량을 총결집한 것이기도 합니다.

판소리는 크게 나누어 동편제와 서편제, 중고제로 구분되지요.
동편제는 남원 구례 순창 등 전라도 동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소리제이고, 서편제는 보성 광주 나주 등 전라도 서남지역에 전승된 것이며, 중고제란 경기도와 충청도에 전승된 것을 가리킵니다.
동편제는 발성을 무겁게 하고 소리의 꼬리를 짧게 끊으며 웅장한 시김새로 짜여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는 군요.

동편제는 서편제와 달리 기교와 수식이 적은 대신 시원하고 활달한 창법으로 남성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요.
이 특성은 동편제가 널리 전승되는 지역과 연관된다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곧 동편제는 탯자리가 지리산 운봉이듯이 그 중심이 지리산 자락으로, 지리산의 품안에 있는 계곡과 폭포수 곳곳이 모두 소리 공부 터였어요.
그래서 웅장하고 선이 굵은 남성적인 소리가 나온 것이라는 군요.

동편제 탯자리 비전마을은 지난 2000년 이래 '국악의 성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가왕 송흥록의 생가와 명창 박초월의 고택을 복원하고, '판소리 동편제 탯자리 비'도 세웠어요.
동편제 창시자 송흥록이 판소리를 열창하는 동상도 서 있는데, 마치 그이의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한 생각을 갖게 합니다.
송흥록은 가왕답게 수많은 일화들을 남기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