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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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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경제가 아주 어렵다고들 말하지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카드빚을 견디지 못해 범죄 수렁에 빨려들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들 저 지독한 궁핍의 1950년대와 어찌 비교할 수가 있겠습니까?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폐허,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것조차 벅찼던 나날이었어요.
그런 50년대에 어느 누가 학처럼 고고한 기품으로 녹차를 마시고 할 여유가 있었겠나요.

요즘 30, 40대 한창 나이의 청년층은 50년대의 그 지독한 가난을 아마 상상조차 못 할 거예요. 원색 옷차림으로 지리산에 등산을 간다? 뭐, 등산이라구!? 그 시절에도 아주 일부의 '특별한 사람들'은 지리산 등산을 했지요. 1954년부터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개방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화개동천에 아무리 질 좋은 야생차가 많다고 해도 그 혹독한 가난의 시절에 누가 녹차를 만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주민들이 '잭살'이라 부르는 것으로 찻잎을 몸살 감기약의 일종으로 이용한 것이 전부였지요.

'잭살'이란 화개골의 나이 든 노인들이 늦봄에 찻잎을 거칠게 훑어와서 그늘에서 말린 뒤 멍석 위에 놓고 비벼서 다시 말린 것이었어요. 이 잭살을 집집마다 상비약처럼 보관해 두었다가 일년 사철 몸살 감기 때 사용했답니다. 잭살을 푹 삶은 물에다 생강, 모과, 돌배, 댓잎이나 인동초를 썰어넣고 푹 끓여서 마시는 거였지요. 차의 근원이 약에 있었음을 엿보게 해줍니다.

하지만 화개골 사람들은 차나무를 아예 뿌리째 뽑아내고 다른 작물을 심기 위해 밭으로 개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어요.
바로 이럴 때 조태연이 화개를 찾아온 겁니다. 그이는 차나무를 뽑아내고 밭으로 개간하는 이에게 흥정을 한 것이지요. 밭과 그 일대의 차나무를 15년 동안 이용하는 데 10만원을 주고 임대계약을 한 거예요.

화개 녹차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는 김복순 조태연 부부(이하 경칭 생략)는 누구인가?
이 부부는 부산에서 식당과 부두일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일제시대 때 일본인 차공장에서 차를 만져본 경험이 있었다네요.
그 때문인지 그들은 녹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했답니다.

이 부부는 50년대 중반 부산 동래의 우장춘 박사 농장에 차나무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직접 찾아갔답니다. 온천장 뒤편 금정산 차밭골이었습니다. 거기서 찻잎을 따온 그들은 19공탄을 피워놓고 차를 덖어보았다네요. 김복순의 기억 속에 있던 제다(製茶) 기술을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었답니다.

김복순은 연탄불 위에 무쇠솥을 걸어놓고 차를 덖었어요. 그리고는 당시의 부산 중구 영주동 판잣집 다락방에다 덖은 차를 널어 말렸습니다. 그렇게 하여 다 마른 차를 달여 마셔보았지요. 김복순은 눈물을 글썽이며 스스로 감동했습니다.
조태연은 차맛을 제대로 볼 줄 몰랐지만, 아내의 행복해하는 표정에서 확신을 얻었다고 합니다.

조태연은 그동안 푼푼이 모아둔 약간의 돈을 들고 차나무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부인 김복순은 부산에 남아 식당을 꾸리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전남 해남, 보성, 승주, 선암사, 화엄사를 거쳐 조태연은 마지막으로 1961년 화개골에 찾아들었지요.

조태연은 화개차나무 임대계약을 했고, 조그만 초가 한 채도 구입했지요. 1962년 2월 그들은 부산에서 하동 화개골로 이사를 옵니다. 지독한 산촌으로 모두가 궁핍한 생활이었습니다. 방바닥에 깔고 자는 이부자리는 어느 집에도 없었고, 음식에 양념기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등잔불을 켤 석유도 모자랐습니다.

하지만 김복순 조태연 부부는 이사온 첫날부터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부산의 식당과 집까지 판 돈으로 녹차를 만들었답니다.
차 덖는 일손은 마을 아낙네의 손길을 이용했어요. 찻잎 따는 일도 현찰을 품삯으로 지불하면서 아낙네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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