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네 집 그 여섯번째 이야기..

by 임효진 posted Jun 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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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집은 커다란 교실이 네 개인데.. 거기에 한 가족씩만 받았단다.
"저희는 그런 소망이 있어요. 가족이 와서 서로 그동안 바빠서 못
나누었던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책도 읽고.. 그렇게 여유로움을
찾아서 가는 곳이었으면 해요. 그래서 그 큰 교실에 한 가족씩밖에
받질 않았어요."
소문이 또 소문을 듣고 그래서 휴가철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왔단다.
그런데.. 그런 경우도 있었다.
두레 엄마가 날짜를 잠시 착각하고 예약을 미리 받았는데, 다른 사람의
예약을 또 받아버린 것이었다. 정말 뭐라 말 할 수도 없이 미안한
두레엄마는 다른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그 사람에게 연거푸 미안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 사람의 한 마디가 두레엄마를 엉엉 울게 만들었다.
"그 사람이 저희들보다 돈을 더 준대요?"

두레엄마는 그런 경우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고, 앞이 캄캄해지면서 전화기를 붙들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저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그러면서..
그 때 처음으로 이렇게 일을 벌인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손님이
찾아와도 나가기도 싫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음이 여린 두레엄마는 큰 눈에 또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지만..
따뜻한 기억이 더 많았기에 두레엄마는 툭툭 털고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한 번은 '두레네 집'에 방문한 사람들끼리 마음이 맞아 '지리산 음악회'
를 열었다고 한다. 그 날은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그런 따뜻한 자리였다고 한다.

두레네는 사람에게서 받은 아픔과 상처를 다시 사람에게서 받은
따뜻함과 사랑으로 치유하고 있었다.
두레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고 알게 모르게 그네들의
마음에 생긴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괜히 죄인아닌 죄인으로 살아야 했던
날들. 그들은 하늘에 원망도 해 보았을 테고, 사람들에게
실망도 했을 테고, 남 모르게 속앓이 하는 밤도 숱하게 있었을 것이다.
그 때마다 그들이 결코 놓지 않았던 희망의 끈들.
그 끈들이 바로 '사람'이었고, 이제 그 '사람'이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두레네는 그들에게 받은 따뜻함과 사랑을 잊지
않고,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초여름의 벌레소리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개운하게 잠을 자고 난 아침.
난 두레네 집을 떠나면서 교통비에 손익계산을 하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두레네가 내게 준 것은 하루의 휴식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여유로운
삶, 그것이었다.

서울로 가는 버스에서 나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두레네 집'은 말이지..
거긴 누구나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곳이야.
거기엔 돈이 많다고 큰 교실을 차지하던지..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곳이 결코 아니고.
아프거나 장애가 있다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그런 곳도 아니야.

거기에 가려면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과 동물들에 대해
열린 마음과 휴식을 취할 만한
여유로운 마음만 가져가면 돼.

그것만으로도..
두레 아빠, 엄마, 그리고 두레, 이레..
아 참.. 총명이, 톰,똑똑이, 또또, 콕콕이
이 모두가 넉넉한 웃음으로 반겨줄 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