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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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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형, 잠시 더 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내가 평생을 걸쳐 쫒아가는 일이 있다면
아마도 길(道)을 찾아 나선 일입니다.
난 나름대로 잘 무장된 감성과 이성을 훈련시켜왔으며
그 지혜안에서 나름의 믿음의 체계를 만들고
내가 믿는 예수의 확신을 고백해 왔습니다.

80년 학번이 모두 공감했을
민중 속에 자신을 드러내신 예수의 삶을 쫓아다녔습니다.
생명의 귀중함을 쫓아
생태환경을 지킴이 나의 길 중 걸어야 할 중요대목이라 여겼습니다.
넌더리나는 체제교육이 신물 나, 다른 대안교육체계를 꿈꾸며 보내왔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스터디바이블과 성경주석을 편집하는 일을 경험하고
월간목회에서도 근무하며 다시 났다는 목사님들도 만나며
내 생각에는 그래도 열심히 예수 도를 찾아가는구나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성령의 신비를 은혜로 깨닫고는
이전의 나는 내가 쌓은 허구에 찬 믿음의 한계에 놓였었음을....

저는 작년 11월 중국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신장수술이 85%의 성공률을 가진
장기이식 수술 중에는 그래도 최고로 안전하다는 부문이라 합니다.
그런데 전 실패했고
결국 신장은 물론 심장도 멈추고 폐에는 물이 차 모든 신체의 기능이 한때 멈추어
이른바 ‘죽었다’고 하는 임사경험을 하였습니다.
깨어나 보니 의사들이 어떻게 조치했는지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죽기 전 나는 너무나 이 육신이 고통스러워 죽기를 간청했습니다.
옆에서 아내가 우리 아들과 딸을 기억하라며 격려하고
온 교우들이 기도하고 있다고 전해주어도 난 지치고 힘들어 차라리 죽기를 구했습니다.

난 작년에 목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귀중함보다는
죽기를 간구하는 믿음 없는 목사가 되고 만 것입니다.
목사가 되었어도 내가 잘 세워놓고 고백해온 믿음대로 살고
율법을 지키는 바리새인처럼 그 안에서 자고한 나였습니다.
성령을 고백하나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치 못한
성령체험 없는 목사였습니다.

깨어난 이후 줄곧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내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꼼짝없이 중환자실 침대에 사지를 묶여 체내 산소 공급을 강제 호흡기에 맡겨져
겨우 연명하며 고통에 시달리고는 계속 하나님께 더 좋은 곳 가기만을 고집했습니다.
어느덧 호흡기가 떼어지고 스스로 숨쉴만한 정도가 되자
갑자기 지난날의 모든 것이 필름처럼 돌려졌습니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줄줄 흐르고 너무도 내 모습이 부끄러워
그간 잘못 살아왔음을 어디다 말할 곳도 없고...며칠 며칠을 그렇게 보냈는지 모릅니다.
누가 찾아와서 말만 걸어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후에 이게 바로 회개의 영이 내게 임한 것이로구나! 생각되었습니다.

회개의 영이 임하고
저는 정말 하늘을 보았습니다. 3일간 여기 아닌 다른 세계를 보았습니다.
무익하나마 부득불 말할 수밖에 없다는 바울의 심정처럼
셋째하늘에 대한 이야기(고후12장1절)를 불필요한 고백인 것처럼 말하던 바울.
저도 역시 그 곳을 본 후 할 일이 많다고 여겼습니다.
내가 일어나면 ‘내가 본 바요 만진 바요 들은바’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하여야하는가를 묻던 젊은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세월만 헤아린 미련한 자였습니다.
단지 하나님이 저를 불쌍히 여기사 저를 직접 찾아오셨을 뿐입니다.
내가 이전에 믿어왔던 이성의 체제 속에 계신 분이 아니라
내가 감성과 이성에 의해 비쳐보았던 어렴풋한 그분이
보일 듯 보이지 않던 청동기시대의 거울에 계신 흐릿한 그분이
이제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듯 또렷했습니다(고전13:12).
마침내 내게 성령이 임한 것입니다.
내가 “마침내 죄로부터 해방되고 하나님의 종이 되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영생”을 얻은 것입니다(롬6:22).

과거 두레마을에 있을 때 달걀을 병아리로 깨나게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미닭 품에 있으면 손쉬운 일을
인위적으로, 사람의 손으로 깨우자니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름을 꼬박 알을 지켜보며 온도계로 재보고
적절한 열이 식으랴 보온밥통에 전구를 켜주고,
이리저리 알을 굴려 골고루 온도가 미치도록 정성드려 지켜보아야 하는 일입니다.
알이 깨나도록 자기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입니다.
마침내 한 생명이 알을 깨고 소리를 냅니다.
새로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김 목사님은 ‘나’ 라는 알에서 깨어나게 하신 분이라 여깁니다.
‘이놈 언제나 알에서 깨어나나’ 지켜봐 온 분이십니다.
길게 15년간이나 지켜보아오며 훈계와 제가 알지 못하는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신 분임을 제가 알에서 깨어난 후 알게 되었습니다.
깨어난 후 나의 “스승을 주께 하듯 하라”는 성서의 말씀이 생각나
목사님을 다시 뵈었는데 그냥 눈물만 줄줄 흘렀습니다.
“한 영혼 한 영혼을 사랑하라”던 그 이야기가 남에게만 한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내 문제만 집착해 살아오던 내가
다른 이의 영혼을 안타까워 하는 영이 임한 감격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렇게 깨어나게 그간 지켜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눈으로 먼저
그리고는 눈물밥을 삼키며 울먹거리며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이제 알았냐? 그럼 됐다. 하나님 일 열심히 해라”
제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빙긋이 웃어주시며 어깨만 두드려 주십니다.
대부분의 세상의 질서 같으면 너는 내게 속해 이 일을 하라고 할 터인데
이제 알았으니 너는 네 할 일을 하라는
마치 우리가 어려서 보아온 무협지의 아련한 선사나 할 이야기로
“너는 이제 네 길을 가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시대에는 있을 법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제 화두로 주었을 때
나는 내게 좋은 스승 주신 이가 주님이심을 깨달았습니다.

베드로처럼 내 業인 고기나 잡으러가야지 하던 저였습니다.
주를 다시 만나 뵈고 이전엔 물속에 빠져가던 두려운 베드로가
겉옷만 두르고 물속으로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던 담대한 이가 되었고
마침내 성령께서 임하고는 주의 양을 치러 목숨을 들고 가는 베드로가 된 것입니다.

제가 30대 때에 당뇨로 인해 잠시 앞이 안보인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망막증으로 눈에 핏줄이 터져 안개처럼 뿌연 윤곽만 보이는 눈으로
북한산 능력봉이라고 하는 보현봉 산꼭대기에 올라가 기도하던 일이 있었습니다.
휜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저녁이었는데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침낭하나 메고 넘어지고 자빠지며 그 산에 올라갔었습니다.

그 밤에 제가 본 환상이 있었는데
제가 내 해골을 본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해골 속에서 음표(마치 8분 음표나 16분음표)가 나오는데
그것을 가슴속에 하나둘 갖는 이마다 기쁨에 찬 모습을 보았습니다.
천장에 글씨가 써있었는데 生卽必死(죽으면 살리라)였습니다.
아! 내가 죽어야 다시 사는 것이구나?
이후에 저는 이것이 고전적인 해석처럼
저의 자아가 죽어야 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나의 정욕을 죽이고 나의 욕심과 고집을 죽이면
제대로 된 예수의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까” 하고 묻던 이스라엘의 유명한 선생된 자
니고데모의 질문(요한 3장)처럼 저는 다시 태어나는 重生(거듭남)의 신비를
지혜와 철학으로 어림잡아 믿어왔을 뿐입니다.
근데 아니었습니다. 정말 저는 죽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가짜인 나가 진짜인 나로 솟아나야 했던 것입니다.
버러지같이 기어다니던 내가 그 틀을 벗어나 나비가 되어 다시 나는 것이었습니다.
내 자아가 새로워지는 것이 지혜의 소산이 아니라
육에서 난 것은 육이요, 영은 영으로 다시 살아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자가 깨달았던 알에서 깨어나 솟아난 나비처럼
철학적 우화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언어가 표현할 수 없는 영적 실제였던 것입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며 구름같이 허다한 증인들이 말하는 실제였던 것입니다.
믿음은 이 세계의 보이는 물질적 실제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영적인 눈을 뜰 때
이 세계와 영원의 세계 양자에 대해 모두 눈을 뜨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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