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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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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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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주 화요일 저녁 이든가?
저녁을 일찍 먹고 있는데, 우리 집 개들의
짖는 소리가 나길래 누가 왔나? 싶었다.
그러나 이 저녁 어두워지는데 누가 오랴 싶어
그냥 저녁을 먹고 있으려니 누군가 살며시
부엌 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열어보니 목사님과 사모님이 계셨는데
사모님께서는 커다란 보자기를 주셨다.
거기에는 그 유명한 여수 돌산 갓김치와 콩들이 들어있었다.
또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밖엔.....
그런데 목사님께서는 사택의 "토미"를 데려와서는 우리 집
감나무에 묶으시며 말씀하셨다.
우리 집에서는 사랑을 못받으니 이 집에서는 사랑을 많이 해주세요....
그 갠, 유명한 허시파피의 광고에 나오는 그 허시파피였다.
그 밤 두레 아빠는 첫 날은 맛있는 것을 주어서 맘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며 우리 집 개들에게는 안주고 맛있는 저녁 짬을 그 토미에게 주었다.
어떻게 어떻게 개 집을 마련해주고는 그 밤은 그냥 잤다.
밤에 자면서 하는 말,
내일 토미 집 만들어야 겠어...
다음 날 그날은 좀 춥고 바람이 부는데도 남편은 토미의 집과
(똑똑이 집처럼 피라밋 식에다 방수 비닐도 덧대어서 지었음-판자집)
고등학생 또또의 집-라면박스 엎어놈-도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남편의 하는말,
"토미도 똑똑이과 인가봐!"
(우리 집 개들에 대해서 거의 무덤덤한 관심만 보이는 나에 비해
두레 아빠는 개들의 희노애락(?)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전번의 똑똑이의 삽질 건 때에도 남편은 밖에만 나갔다오면
웃느라고 바빴었다.
또또가 사고를 치면 그에 맞는 벌도 주고
콕콕이들이 배추를 망쳤을 때는 며칠 닭장에서
갖혀 있어야만 했다.
난 그런 모습의 두레 아빠에게서 어린아이 같은 심성을 느끼곤 했었다.
그런데 토미의 하는 짓이 영 똑똑이 보다도 못 할 때도 있다며
왜 우리 집에는 진짜 똑똑한 진돗개는 안오고, 영 어째... 하며
입맛을 다신다.
조금 전 나가보니 토미는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어대는데
또 줄이 감나무에 엉키고 꿰어서 나무 밑둥에 목을 붙이고 헐떡이고 있었다.
두레 아빠는 또다시 줄을 끌러주며 얘는 정말 왜그러니.....
문득 토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참 딱해 보였다.
그 놈은 아주 잘사는 집에서 실내에서 자랐단다.
주인이 외출할 때는 차에 언제나 태우고 다녀서 차를 타면 좋아한단다.
그 주인 집에서 계속 살았으면 이 겨울 춥지 않고 늘어진 개 팔자로 살고 있었을텐데.
니 팔자도 참 말년에 고생이다 하고 돌아서는데
문득 작년까지 살았던 경기도 어느 마을에서의 00할머니가 생각났다.
처녀시절부터 부잣집에서 자라고 시집와서도 일본어 선생님을 하며
남편에게서 그야말로 공주대접을 받고 살았다 한다.
할머니는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가 되었고,
스스로 사는 것에 대하여 훈련이 없던 할머니는 계속 해서 공주로 살기를 원했다.
그런 모습을 남모르는 이들이 좋아할까?
결국 주위 사람을 괴롭히며 말년에는 돈까지 없어진 할머니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한다.
결국 일종의 복지 차원에서 그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여전히 공주인 그 할머니는 양아들이 보내준 돈으로는 몇만원짜리
주름제거제와 화장품들, 그리고 몰래 나가서 혼자만 사먹는 음식들.
정말 주위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모든 면들로 인해 스스로 왕따를 자처했고,
그러던 어느날 몹시도 아파 자리에 눕게 되었다. 그렇게 아파하는 모습에 안스러워서 친척들과 시누이에게 전화를 하니 그쪽의 대답인즉
돌아가시면 오신다고 했단다.
마을분들은 섭섭했지만 오죽하면 친척들이 그랬겠냐며
할머니 하는 행동으로 보면 정말 그러고도 남겠다 싶었다.
그 후 우리는 이사를 왔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계속 마을 식구들만이 아닌 그 면의 주위분들을 닦달대어
무료 국립병원으로 보내어지고 그 병원에서도 골치를 썩였단다.
결국에는 몇차례의 인터뷰 끝에 지금은
가평의 꽃동네에 가셨다는데 그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씁쓸했다.
왜 우리 집 토미를 보며 그 할머니가 생각났는지.
너무 귀하게만 자라 혼자 하는 것을 못하는 할머니.
너무 귀하게 자라 바깥 생활에 다른 개들처럼 제대로 못하고 슬프게 보이는 토미.
곱게 자란 온상의 꽃보다는 들판의 꽃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고 강인해 보이는 법.
귀한 혈통의 멋진 허시파피지만 우리 집 또또와 똑똑이가 더 예쁘게 느껴지는
토요일 정오 무렵의 짧은 생각이다.

두레아빠가 읽고 붙인 사족-또 우리집 개스키 이야기네?
그 날 이후로 우리집 식구들의 비율이 개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어
그야말로 우리집이 개판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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