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다만은(두레엄마의 운동기).

by 두레엄마. posted Jul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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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얼마전부터 집에서 면사무소까지 걸어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출근이 처음 시작되던 날부터 걸어서 가고 싶었지만 위험할 것 같은
여러 가지 생각에 그만 슬그머니 접고 말았지요.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에 운동장도 돌고 하지만 그 결심은 얼마 안 가서 그냥 흐지부지.
남들보다 월등한 마당(ㅎㅎ), 운동장이라는 조건을 갖추고도 이러고 있으니....

어느 날 집에 오니 두레아빠가 놀라운 소식이라며 어떤 아줌마의
운동기를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131kg의 몸이 10개월만에 70여kg으로 줄은 기사를...
그 기사 주인공의 감량의 요인은 걷기였습니다
하루에 아침저녁 출퇴근시 1시간 반씩 3시간.
역시 걷기구나..


그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자들 눈에 잘 띄라고 빨간색 배낭을 메고 긴팔 남방에 모자까지.
첫 날 운전하다가 멈추는 차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장님에서부터 교회 집사님, 마을 분들 잘 아는 동네 택시 기사분까지...
"아니, 왜 그러세요. 빨리 타십시오.
운동하는 거예요. 그냥 가세요." 이러기를 여러차례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재가며 면사무소에 도착하니 약 45분에서
50분 정도 걸리더군요. 걸을 만 하네!!!.
저녁에도 걸어서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저녁에는 기사분들이 집중력들이 떨어지는지 마구 운전해 조금 위험하더군요.
그 다음날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런데 퇴근(?)길에도 걷는 것은 그 날로 끝이 나고 말았지요.
구례동중을 지나서 오는 차들을 마주보며 걷고 있었는데 굉장히 큰 탱크로리차가 지나가며
빠아앙 큰 소리와 함께 옆을 스치듯이 지나가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전 나도 모르게
옆의 수로로 그냥 뛰어내려갔습니다.
그냥 힘이 빠지더군요.  화도나고....
그래도 또다시 걷고 있는데 원송을 지나 조그만 쉼터에 우리 이장님께서 차를 대시고는
그냥 뒷문을 열고는 기다리고 계시는 겁니다.
그냥 가시라고 해도 요지부동. 으음, 차를 탔지요.
그러고는 하교길은 끝입니다.


구례동중까지는 섬진강을 보며 걷습니다.
이러저러한 생각 내지는 아무 생각도 안하든가.
동중을 지나면 반 온 것입니다.
그 때부터는 면사무소를 향하여 그냥 돌격.
오늘은 두레아빠와 이레와 같이 집을 나섰습니다.
이레와 승강장에서 헤어지려는데 두레가 보였습니다.
이 시간까지 있을 리가 없는데 아마 연곡사에서 구례행 버스를 놓쳤나봅니다.
그 김에 우리는 두레를 데리고 걸었습니다.
얼떨결에 걷게된 두레는 이 일이 매일 계속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내내 묻기에 바쁩니다. "내일도 두레 걸어서 학교에 가" 냐며...
두레! 체력 좋더군요. 전혀 지치거나 힘들어 하는 기색없이 마치 우리 집 운동장만 걸은
애같이 상큼하게 걸었습니다.
앞에는 엄마가, 가운데는 교복입은 멀쩡한(?) 두레가, 뒤에는 아빠가.
일가족이 출동한 날이었습니다.
동중앞에서 두레는 학교로 들어가고 두레아빠는 다시 턴해서 집으로 가고.
시계를 보니 8시 30분. 도착해 있어야 할 시간에 동방천이라.
(얼굴이 벌겆게 된 채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별로 안좋아보여
좀 일찍 도착하여 옷도 갈아입고 숨을 좀 고르고는 일을 시작합니다)
다른 때는 태워준다는 차도 많더니 오늘은 어째 시간을 못맞춘다냐.
전 빠르게 걷기 시작하다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차를 만나면 걷고 또 뛰다가는 차를 만나면 걷고.
왜 차를 만나면 뛰다가 걸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침부터 전혀 뛸 일이 없는 곳에서 뛰고 있는 여자가 웬지 우스울 것 같아서 이고,
그러지 않아도 파도리를 지날 무렵이면 모내기 하시는 분들이나 동네분들이
이 바쁜 세상에 왜 걷나 하며 쳐다보시는 눈길이 부담스럽기도 하던 차에
그 길을 뛰기에는 조금 생소한 풍경 인 듯 하여...
또 아침마다 순찰을 도는 파출소 순경들의 의아해 하는 눈길을 오늘도 받았는데.
왜저러지? 하는.

요즈음 걸으며 느끼게 되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걷는 모습을 발견한 운전자들 중에는 옆 차선이 비어 있으면 아주 큰 차들도
격려하는 듯 많이 비겨서 운전하는 차들이 많습니다, 승용차는 물론 이구요.
그런데 반대로 일부러 옆으로 붙여서 놀래키며 가는 차들도 잇습니다. 크랙션도 누르면서요.
정말 좋은 성질(ㅎㅎ) 다 버리겠드만요.
그런데 두레 아빠랑 같이 걸으면 그런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
차만 다니는 권리가 있는 게 아니라 사람도 걸을 권리가 있는데 걷는 사람이
없어서 인지, 걷기에 위험해서 아예 안 걸어서 그런 일들이 생기는지, 둘 다 겠지요

아침마다 걷기 전에 기도합니다.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뱀 만나지 않도록.(차에 친 뱀을 봤거든요)

내일도 열심히 걸을 겁니다.
단, 비오는 날은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