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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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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208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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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중에 면사무소는 바빴습니다.
바로 40회 지리산 남악제와 구례군민의 날 행사 때문이었습니다.
면에서는 그 전부터 회의다, 준비다 하며 많이 분주했었습니다.
물론 저야 뒤에서 약간만 돕는 입장인지라 일이 없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선의 담당자는 신경써야 하는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더군요.
이 지역 분들은 이 행사를 "곡우제"라고도 부르는데, 옛날에는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한번 노는 아주 흥겹고 즐거운 행사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옛날보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들을 하시더군요.
그 이유는 옛날에야 놀러 다닐 여유도 없어 맘놓고 노는게 흔치 않아서라는군요.
요즘같이 관광버스 타고 횅! 허니 갔다오는 시절이 되니 노는 것도 그저 일상이 되어버려서
....

봄철에 고로쇠 채취가 끝난 후 녹차를 따기 전의 그 얼마간의 짬 속에
각 동네별로 한번씩 놀러들 갑니다.
그런데 동네마다(토지면은 22개 리가 있습니다) 놀러 가는 장소 중에
인기있는 곳의 하나가 "청와대"라고 하시더군요.
한번은 할머니들 경로목욕을 모시고 갔는데(남, 여장애인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목욕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이 제가 하는 주요 일입니다), 다음날 청와대로 가신다기에 가셔서 대통령 얼굴 한번 보실수 있느냐니까 웃으면서 거기까지는 못 간다고 하시데요.
그러자 옆의 한 할머니께서는 당신네는 가셨을 때 중요한 손님을 만나고 계셔서 못나오셨다는 말을 들었다며 서울의 높은 나랏님이 일하고 계신 데를 갔다오셨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이렇개 옛날보다 많이 놀러들 다니시고 하셔서인지, 곡우제가  재미가 덜 한 듯 합니다.
하여튼 여러 가지 행사중에 제일 하이라이트인 읍, 면 대항  남, 여 줄다리기와
씨름 등의 체육행사가 있었는데, 이 대목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답니다.
여자 씨름을 서로가 안 하려고 해서 선수가 없다며 저보고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깜짝 놀란 저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힘이 없다, 못한다,.. 기를 쓰고 빼는데...
안 통하더군요. 후보로만 이름을 넣겠다, 씨름 안한다, 이 대목에서 할 수없이 응낙을
할 밖에요.


그 날 이후로(아마도 지난 목요일인가 하는데) 전 걱정이 슬며시 되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에 나가떨어지는 창피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도대체 씨름이란걸 해봤어야지요.
옛날에 이만기 선수나 이준희 선수가 할 때 재미있게 본 것 외에는 도대체 샅바란걸
실제로 보기는 했나, 만져보기는 했나, 아이고,,,,,,,
저녁에 집에와서 두레아빠에게 그 얘기를 하니 푸하하하 웃으며 괜히 용쓰다 다치지 말고 그냥 상대방이 들면 힘쓰지 말고  넘어가라고 하더군요.
아니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만 샅바 맬줄도 모르는데 어쩌란 말이냐구요오.
저녁마다 줄다리기 팀은 모여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씨름팀은 이길 것을 기대를 안하니,  당일날 컨디션에 따라 각자 개인기로
버텨야 하는건지 별 말이 없더군요.
주위에서 제가 씨름선수로 출전을 한다니 막 웃는데, 웃는 이들보다 제가 더 웃음이 나오는 상황은 뭐라 표현해야 할지...
어제 밤 두레아빠에게 걱정이 된다고 하니 그냥 힘쓰지 말고 넘어가주라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말을 듣고는 행사장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구례 읍내 옆으로 흐르는 서시천변에는 아침부터 각 면에서 나온 분들과 손님들로 해서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낭자하게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신경을 안쓰려 해도 마치 뭐가 답답한 것이 있는 양 날개쭉지 뒤로 신경이 써지더군요.
어느덧 씨름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전 도대체 씨름이란게 어떤건가 하고 옆의 시합장으로 가서 탐색전(??)을 했습니다.
마침 초등부 씨름이 있었는데 한 경기가 끝나고 다음경기가 시작되려고 하는 참이었습니다.
한편은 초등 6학년 정도의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선수가 나오고 다른 한편은
마치 3학년 정도의 조그맣고 작은 아이가 나왔습니다.
순간 그곳에 모여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아저씨들이 막 웃으시며
한마디씩 하더군요.
거 상대가 안되누만, 어디 비슷한 선수를 붙여야지, 등등등.
그런데 시합이 시작되자 그 작은 아이는 큰선수에게 다리를 걸고는
딱 달라붙어서는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버티기 작전인 듯 했습니다. 큰 선수가 아무리 떨어뜨릴려고 해도
떨어지질 않자,  결국은 큰 선수가 이리저리 힘을 쓰다가 한번 어긋나면서
먼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판도 앞 판과 같은 내용으로 그 작은 아이가
이겼습니다. 순간 행사장에는 정말 많은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저거다" 저는 일단은 버티기로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돌아섰는데.......
조금 있으려니 토지면 여자 씨름선수들 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복지계의 황여사님은 시합에 지면 사무실에 들어오지 말라며
한번 나왔으니 이기로 돌아오라는 어마어마한 주문을 웃으면서 하네요.  
그러면서 이왕 나왔으니 개인전도 한번 해보겠느냐고.... 하이고!!!.
신발을 벗고 나가서 모래판에서 본부석에 인사를 하고, 상대팀과 인사를 하고.
저희 첫 번째 선수가 나갔습니다.
여러번 경력이 있으신지 정말 상대를 한번에 내리치두만요.
우리팀 첫 번째와 두 번째 선수가 잘하셔서 2 - 0 으로 앞선 가운데 같은 사무실의
최여사님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저.
제가 하두 자신없어 하니 바로 앞에 계시던 이장님께서 넘어갈 것같으면
옆으로 돌라고 코치를 해주셨습니다.
모래판에 나가서 샅바를 잡던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이윽고 샅바를 잡고는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상대가 넘어트릴려고 할 때마다 이장코치님의 말씀대로 옆으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돌기를 몇 번 어느 순간에 제가 모래판에 넘어가 있더군요.@@@
모래판에 누워서 잠시 하늘을 한번 보고는 일어섰습니다.
두 번 째 요번에는 조금더 버티다가 한번 해봐야지.
전 다시 버티기 작전을 시도했습니다. 버티면서 발을 한번 걸려는데 상대가 먼저 걸더군요. 다시 하늘이 보이고...
개인 전적,  2 - 0.
내려오는데 다들 애썼다며 박수를 쳐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위로인지 무언인지, 처음인데도 잘했다며 연습만 하면 내년에는
괜찮겠다고, 오잉. 이 무신 소리.
저희 토지면은 제 뒷분의 선전으로 2회전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2회전에서 광의면과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오늘의 여자 씨름 우승은 광의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광의면은 5명 모두가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젊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습을  많이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 팀 첫 번째 선수가 잘하는데 결국에는 젊은이의 힘과 기술에 졌습니다.
자세히 보니 샅바를 잡는 손아귀가 야무지더군요. 힘도 좋구요.
결국 저희는 4판을 내리 져서 지고 말았지요.
저하고 붙은 상대 선수는 샅바를 야무지게 틀어지자마자 어깨를 탁 치고 들어오는데
무슨 바위처럼 밀어도 끄떡도 않더군요.
무슨 버티기도 통하지 않고 그냥 내쳐져서는 모래판에 누어서 하늘을 봤지요.
두 번 씩이나.

어쨌든 경기는 끝나고 집으로 온 후에 전 그냥 잤습니다.
지금은 허리와 팔등이 아프네요.
사무실의 최여사님이 씨름선수같은 몸이라고 저보고 그러더니
오늘 진짜 씨름선수가 됐었습니다.
덕분에 샅바도 매보고 모래판에도 서보고 좋은 경험했습니다.
이 곳으로 이사온 후에 제가 하는 일들을 얘기 할 때마다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 거기로 내려가더니 별거별거 다 한다아.
녹차를 딴다더니, 밤을 줍는다더니, 매실을 따질 않나"
여기에 이제는 씨름까지 했다고 하면 참, 뭐라고들 할지. ( ㅎ ㅎ ㅎ)

조금 전, 이 글을 쓰는데  이레가 오늘 선생님께서 좋은 말씀 해주셨다며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엄마, 피할수 없다면 즐기래요. 어떤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라는데요.
전 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 말에,
"그래 정말 좋은 말이구나. 엄마도 오늘 피할 수 없어서 즐겼단다."
언제 두레 엄마가 씨름선수 해 볼 수나 있겠나요?

  • ?
    부도옹 2003.05.02 21:25
    ㅎㅎ 17일날 저녁에 운동장에서 [씨름판]이나 벌려볼까요?? ^^* 자고나면 욱씬욱씬 할텐데....
  • ?
    솔메 2003.05.06 12:01
    재미있으면서도 훌륭한 경험을 하셨네요. 변형된 버티기작전으로 내년에는 좋은성적을 기대합니다..
    참고로, 저도 50줄이 넘어서 직장내의 체육대회에서는 씨름선수로 통한답니다..^^
  • ?
    마음 2003.05.07 19:56
    사람냄새 나고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푸르디 푸른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것 같네요
    마음의 고향같은 지리산을 그리워 하며...
    행복하세요!
  • ?
    빨간머리 2003.05.15 12:03
    '첫경험을 많이 하는 삶'!!!
    두레어머니 졸지에 씨름선수 된 이야기를 보니, 그 말이 생각납니다. 늘 하던 일만 하며 같은 길만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 놓여진 그 많은 길들과 경험들을 이왕이면 더 많이 가보고 더많이 누리는 게 '맛난 삶'일 것 같아요.
  • ?
    솔바람 2003.05.21 13:41
    그래서 인생은 오래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생전 안해 본 여러 일들을 많이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무슨 일 때문에 40대 후반에 100m 기록을 갱신하며 다닌 적 있었답니다. 섬으로 출퇴근을 했는데 도선 선장이 마이크에 대고 떠드는 겁니다."뛰면 기다려 주고, 안뛰면 갑니다." 참말로 기가 막혀서. 출발해 버리면 2만원 주고 船外機 타고 가야하니. 돈이 뭔지 참........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고된 삶에서 도움되는 좋은 말씀입니다.
    두레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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