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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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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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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하던 날씨가 본격적인 겨울 날씨로 돌변하니
섬진강에 불던 강바람이 골을 타고 매섭게 올라옵니다.
개밥 그릇도 날라가고, 닭장 지붕도 날라가고,
여름에 쳐둔 파란 그늘막은 찟어져 펄럭이고,
양철 루핑 변소지붕도 귀곡산장 효과음을 기막히게 연주합니다.
화장실에 앉으니 찬 기운이 엉덩이를 오무리게 만듭니다.
엉덩이에 힘주다 이마 옆에 돋은 혈관, 쪽거울로 보며
겨울에 혈압환자 많이 쓰러진다더니... 이해가 갈만합니다.
겅중겅중 뛰어오르는 똑똑이(우리집 개)를 아직도 작대기로 줘 패는 두레를 혼내주고
얼어 깨진 닭장 속의 프라스틱 물바가지를 꺼내려는데,
이눔의 닭들이 열린 틈으로 얼른 내뺍니다.
그전에는 닭 쫓다 헉헉거렸는데... 이제는 닭장 안에만 모이를 넣어주면
지들이 돌아다니다가 먹을 것 많은 계절이 아니니 결국엔 그 자리로 들어갈 수밖에.
그런데 고얀 것들 저번 날 똑똑이가 알 잘 낳는 닭을 잡아먹었는지
알 수가 기대치에 못미칩니다.
한번 숨들이시고 저것들을 그냥 확! 잡아 하다가 생각만 그럴뿐,
우리 집 식구가 요즘 모두 한약을 먹으니 돼지고기는 물론 치킨도 그림의 떡이지요.
운동장 한켠으로 모든 낙엽이 한데 몰려 있습니다.
풀려난 닭들이 연신 낙엽을 들추며 벌레 사냥에 나서지만
주둥이질을 안하는 걸 보니 먹을게 없는가 봅니다.
사실 나무 밑에 쌓인 오래된 낙엽을 들추면 통통한 굼벵이들이 나오는데,
우리 집 머리 나쁜 닭들은 바람에 날려 허풍선이가 된 낙엽더미에만 몰려 저러고 있군요.
닭이나 사람이나 그럴듯하게 보기 좋은 데만 달려드는가 봅니다.
저렇게 헤집다 이게 아니다 싶도록 시행착오를 반복해야겠지요.
우리네 사람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합니까?
겉으로만, 눈에 뛰는 것만, 남들도 하니 덩달아 몰려서는
우리가 닭대가리라고 놀리는 인석들 만치 근시안적으로 살아가는구나 싶어지네요.
옷깃을 추스리고 섬진강변으로 나갔습니다.
단 하루 추위에도 얼어붙은 강을 보며 그래도 아직은 이 강이 맑은가보다 싶어집니다.
예전에 한강변 합정동에 살 때 며칠씩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도 잘 얼지않는 한강이 생각납니다. 그래도 요즘엔 한강이 많이 맑아졌다고들 하는데 거기도 얼었을려나.
밤새 얼다 잠깐 햇빛에 풀리려는지 여기저기 얼음 숨구멍으로 물이 보입니다.
돌 하나를 들어 얼음판에 던져봅니다.
또 옛날 어린 시절 얘기지만 한강 옆의 방죽에 얼음이 얼면 던진 돌에
쩌엉- 쩡 울던 소리가 그리워서이지요.
섬진강 얼음은 짱짱하게 얼지 않아서인지 그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어쩌면 무디어진 삶을 사느라 귀에서 그 소리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음판에 돌 던지다 문득,
모든 백성이 하늘 나라에 살던 이들인데
이 땅에서 엉망으로 살다보니 옛날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렸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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