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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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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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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토요일 밤(1월5일) 열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집에 와서 우리 집에 있었던 오늘 하루 일을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아침에 지리산포탈을 보니 우리 가족에게 주는 용민님의 또 하나의 선물이
화면을 장식한 것을 보며
아직도 자고 있는 두레와 이레를 이부자리에서 깨워 즐거워했답니다.

벌써 해가 바뀌었지만 올 봄 설중매 속에 처음으로 우리 집에 찾아오신 분이
정 선생님이었습니다.
남도에 내려와 첫 겨울을 나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불투명한 희망을 지피고 있을 때에,  매화꽃과 함께 다가온 봄으로 인해 올해 다시는 올 것 같지 않은 봄눈을 가지고서요.
그렇게 찾아오셔서 격려를 해주시고 가신 정선생님 부부.
그 후에도 몇 차례나 다녀가시며 아이들 과자, 점심은 물론 음악회 플랭카드도 걸어주시고,
때론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의 귀중한 시간까지도 저희에게 함께 배려해 주셨습니다.
한 여름 안 해본 서툰 일에 쩔쩔매는 저희에게 위안을 주시던 강 선생님(old chell)부부.
세상사 경험없는 제게 진솔한 이야기를 친형님처럼 자상하게 들려주셨지요.
언니가 없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레에게 갑자기 언니들이 둘이나 나타났습니다.
그 후론 성은이, 성경이 언니 보러가자는 이레의 부탁이 늘어났구요.
겨울 채비를 하려는지 마음이 서늘한 11월에 그간 사이트에서만 뵈었던 김 선생님(momo)가족이 따뜻한 마음을 안고 오셨습니다. 정성 들여서 갈치, 동태, 고등어를 직접 손질까지 다해 가지고서요.
오늘 새삼스레 깨달은 것은 이렇게 세 분이 모두 여수,
그것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네에서들 계시더라구요.
거기다 찾아오신 순서대로 연배가 자연스레 내려와 제가 나이가 제일 적으니
저에게는 저절로 큰형, 둘째 형, 셋째 형이 생긴 것이지요.
전부터 공통되게 세 분이 꼭 한번 여수에 놀러오라고 하실 때마다 우리는 차생기면
여수에 제일 먼저 가겠다고 말하곤 했지요.
차를 가지고 내려오던 날 저희 부부는 이 차를 가지고
가서 인사를 하며 만나고 싶은 곳들을 꼽으며 내려왔지요.
그 중 여수는 약속대로 제일 먼저가 되었습니다..
바지런하신(죄송...) 정 선생님께서 큰 형의 역할처럼 모임을 만들고 연락 주셨습니다.
메일로 지도와 자세한 길 안내까지 보내주시면서요.
초행길인 여수에 보내주신 약도로 잘 갔습니다.
물론 한번 길 놓쳐서 다시 되 돌아가긴 했지만...

강 선생님 안내로 mbc 방송국을 견학하고 아나운서를 장래 희망 사항의 중요 자리에 두는
이레는 앵커 자리에도 앉아보는 영광도 누렸답니다.
돌산대교와 남도해양전시관구경..
남도의 정취에 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오늘 처음 경험했습니다만, 여수 참 포근한 곳입니다.
여수는 엄청 따뜻해서 집 사람은 마치 밭둑에 봄이 온 것 같다며
푸른 채마밭의 냉이를 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가로수로 여수 시청 앞에는 야자수가 심어져 있고.
물론 저희를 맞아준 여수 형들의 마음이 포근하기에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우리 집안에서 저는 외아들로 자라서 제게는 마음 한구석에 늘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더랬습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 동네 애들과 싸우고 졌을 때 울화통이 터져서 가진 생각의 단편이지요.
아마도 이레의 언니 타령은 절 닮아서 그런가 봅니다.

큰 형이 쏜 점심은 떨어지지 않는 총알 즉 기관단총이었습니다.
바다를 보며 맛있는 회로 배부르게 먹었다는 사실..
거기에 보너스로 최근에 비디오로 본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곳과 거의 흡사한 곳을 내려다 보며 마시게 된 예쁜 찻집.
정 선생님께서 사진 작가의 작품집을 보여주셨는데 그 중의 한 컷이 그 영화 속의 마지막 장면의 장소와 비슷하다고 두레엄마가 말했더니 진짜 그곳으로 데리고 가주신 것입니다.
이번에는 둘째형이 쏘고 우리는 또 맞고
모두들 무슨 귀빈을 모시는 것처럼 일정표를 짜셔서는
보여주고 싶은 데를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쓰셨답니다.
헤어지는 시간에 셋째형은 애들한테 용돈까지 챙겨주셨습니다.
그득한 선물에 순천부근으로 길 안내 해주시는 배웅까지 받았습니다.

행복한 마음을 가슴 가득하게 갖고 돌아오며 곰곰히 생각을 해봅니다.
저희가 이런 과분하고 정이 묻어나는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나?...
전혀 낯선 곳에서, 1년 전만 해도 아무런 인연도 없던 분들로부터...

집에 돌아와 묵묵히 정리를 하며 결론이 나지 않던 내 자신에게
세수를 할 때야 어렴풋하게 그 답이 느껴졌습니다.
삶 속에서 내 자신도 모르게
배어있던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처받은 사랑과 믿음에 대한
하늘의 배려하심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즉, 작년 한해 동안에 만났던 좋은 분들에게서 그러한 상흔들이 더 이상 곪지 않도록
나아질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받았다면
올 한해는 세세한 것까지의 치유하심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해의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곳에서 위로자로 다가오신 모든 이들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울산, 부산...
전국 팔도를 모조리 꼽아도 다 쓸 수 없는 나의 형, 누이, 그리고 동생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옛날에 예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누가 내 형제며 부모냐?...누구든지 하느님의 뜻대로 하는 자는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오늘 저희 부부와 두레, 이레는 무쟈게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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