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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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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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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차도 없이 어떻게 시골에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중교통도 마땅찮은데 불편하지 않느냐는 안스러움이 베어든 정담이었지요.
시골로 내려오며 그에 걸맞는 생활을 해야지,
문명의 이기 중 공해와 연결해 생각하면서 손꼽으라면 자동차가 다섯 존가락 안에 포함될 터. 그런 연고로 평소에 늘 환경 운운 하는 사람답게 생활해야지,
차가 있으면 게을러지고 운동도 안하니 적당한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해야지,
이런 저런 이유로 차 없이 사는 생활을 당연시 해왔던 것이지요.
하지만 마음속의 속내로는 사실 저희도 차가 아쉬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집안을 수리하려고  시멘트 한포대를 사려도 무거워서 엄두도 안나고 그렇다고 몇십푸대를 주문해야 배달해주는데 그렇게 많이 쓸 이유도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은 큰 맘먹고 시멘트 열 포만 배달해달라고 했다가 겨우 그걸 배달하러 거기까지 가야하냐고 건재상 아저씨한테 꾸시렁거리는 소릴 듣고는 미안한 마음에 괜히 배달료도 드린다고  했다가 사람 어떻게 보냐고 되레 혼나기도 했습니다.
하다못해 개 사료 닭사료 비료라도 몇포 사서 어깨에 낑낑 메고 버스를 이용할 때면
한시라도 빨리 차를 구해야지 했지만,
차 라는게 재물이 꽤 있어야 구해지는게 되나서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려보아도
뾰죽한 수가 없는 높은 감나무의 서리맞은 홍시처럼 아쉽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는 곳은 하루에 한두번 다니는 시골도 아니고 관광객이 많은 동네라서 버스도 자주 다니기에 읍내 장날에 서는 오일장에 가기도 쉬우니 무척 디행인 편입니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일찍 끊기는 막차로 인해 시간에 쫒겨 다니기 때문에
어디를 나갔다 하면 늘 조급한 마음에 어지간한 볼 일이 아니면
차시간을 먼저 고려하는게 습관이 되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차비 들여 나갔다 오고도
"아차 그 일을 깜박했구먼" 하고 무릅을 치는게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또 차라도 놓치는 날이면 영락없이 택시를 타야하니 괜히 생돈 나가는 것 같아
별일 아닌 일에 시간을 보냈다고 큰 죄 지은 것처럼 후회어린 한숨도 쉽니다.
도시의 빨리빨리의 스트레스가 사라진
느림과 여유로운 시골의 또다른 마음졸임이지요.
그렇습니다.
복잡하고 다난한 사람의 삶의 양식이 장소가 바뀌었다고 어디가나요.
거기는 거기대로 여기는 여기대로 각자의 삶의 모습에 맞게 적당한 긴장감은 있는 법이지요.
진정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면 동일한 길 위에서 헐떡이는 것일 겝니다.

이번에 두레 작은 외삼촌 문병하러 서울에 다녀왔는데
뜻하지 않게 아는 분으로부터 차 하나를 거저 받다시피 넘겨받았습니다.
흐믓한 기분으로 새로생긴 대-진 고속도로로 해서 밤 운전을 하며 내려왔습니다.
한 2년 정도 운전을 안해서 은근히 어떡하나 했는데
조심스러움에 맞게 차분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학교로 들어서며 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내려보던 섬진강의 푸른 흐름을 지켜볼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아득히 보이는 영신봉 자락아래 틈바구니의 열린 틈으로 달려오던 버스를 기다리며 푸른 하늘을 지켜볼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같이 기다리며 동네 할머니와 어색하게나마 나누던 쑥스러움도 함께 말입니다.
하나를 버리면 또다른 무엇인가가 채워지며 다가오는 법인데
이젠 어떤 것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것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교통 위반 범칙금 날아오지 말기를,
신경 예민해져서 상대방 운전자에게 적개심 품지 말기를,
동네 아주머니 아이 좋아라 뒷자리에 같이 타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를...
길 가다 차 세우는 사람 태워주며 좋은 소식 있기를...
그리고 우리 차에는 제발 밤에 돌아다니는 너구리 치이지 않기를...



  • ?
    MOMO 2001.12.09 12:31
    참 잘하셨습니다. 축하해요 잘 활용하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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