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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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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01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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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대게 신기하다. 깨끗하지?
어제부로 우리 집 방안에서도 깨끗한 화면이 나오는 tv를 봅니다.
kbs-1만 뒤틀린 화면으로 소리중심의 라디오처럼 보아왔었는데
그저께 신청해두었던 위성방송 skylife가 드디어 설치되었습니다.
열심히 지붕 위에서 작업을 마치시고 케이불 선을 방안에 잇던 아저씨가
tv를 보시더니 "아니 이거 로터리식 채널이네요"
그간 십수년간 끼고 살며 퓨즈 나가서 갈아 낀 것 외에는 고장도 없이 잘 나왔던
옛날 금성테레비였슴다. 그런데 이젠 골동품 감인지 위성 연결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쓸 수 있는데 새로운 방식에 적용이 안돼 못쓴다니!
일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시대 추세에 등 떠밀리는 어르신들의 푸념이 얼핏 떠올랐습니다.
더군다나 새 것을 사야하니 갑자기 속으로 돈이 얼마가 드는지를 헤아려 봅니다.
이럴 때는 턱턱 사들여 놓는 넉넉함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망설일 틈은 별로 없었고 위성을 보려면 무조건 선택해야만 하는 결정만 남더군요.
학교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비디오를 보려해도 화면이 없어 못보는 참이니
보던 것은 학교 서재로 옮기기로 생각하고 새 것을 사기로 정했습니다.
비도 오고 녹차도 못 따 두레엄마도 쉬는 날이기에 순천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20인치인데도 십오 만원도 안되는 "명품"이란 딱지가 붙은 삼성tv가 있었습니다..
작년인가?.. 두레가 주물럭거리도록 3만원 하는 카세트를 산 이후
오랜만에 사는 가전제품입니다.
옛날 광고 멘트지만 전자 제품을 사며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 어쩌고 했는데,
이젠 가정 재산목록이라는 생각보다는 소모품 하나 갈아 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더군요.
산더미 같이 매장에 쌓여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누구나 턱 집어 산다는게 신기하고...
그래도 말이 텔레비젼인데... 자랄 때, tv있는 집은 부자라는
국민학교 때의 이미지가 머리에 여태도 박혀 있어 그러나, 아니면 나만 그러나
15만원이라니 횡재한건가? 싼 비지떡인가? 중국산에 껍데기만 붙은건가?
잠시 재보다 그냥 덜컥 쇼핑 카트에 넣어버렸습니다.
생각보다 돈도 여유가 있는 김에
시골이라고 신고 다닐 이유가 없어 운동화만 끌고 다녔는데
이번 기회에 구두도 사고 두레엄마 셔츠도 사고 이런 저런 용품도 넣습니다.
물론 애들 생각에 왕년(?)에 먹던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도 샀습니다.
(참고로 저의 아버지는 미군부대에 다녔었는데 그 덕분에 저는 어려서부터 핫크리스피 맛이 나는 치킨과 콜라, 치즈, 버터를 먹었었습니다. 미군들 파티가 끝나면 아버지가 남은 것을 싸온 것인데, 60년대에 그런 것을 먹었었으니 생활은 어쨌거나 입만 고급이었죠. 한동안 그 맛을 잊었다가 80년 후반에 막 생겨나기 시작한 kfc체인점에서 그 맛을 다시 보았을 때,  내가 어려서 이것을 먹었다고 하니까 웃기지 말라며 아무도 안 믿더라구요)
어째거나 간만에 도시의 언저리를 다시 어슬렁거린다는 생각이 들고...
서울서 매 주말이면 시내에 나가 아이쇼핑이든 뭐든 왔다 갔다 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집에 돌아와 케이블을 연결하니
이레가 제일 신나했습니다. "우와아 짜알-나온다"
그러면서 자기가 학교에 가면 tv코메디 프로 못봐서 친구들 이야기 틈에도 못꼈는데
이제는 볼 수 있다며 재잘거리고,
저는 "요놈의 지지배 그런다고 아빠가 너 맘대로 보여줄 것 같으냐"얼러대고,
마누라는 "애 소원인데 보여주자"고 그러고,
안두레는 테레비나 봐라 나는 혼자서 먹을란다 옆에서 혼자 치킨을 정신없이 입에 물고...

저녁나절 참 우리 집이 별거 아닌 tv와 닭튀김으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그간 도시의 일상과는 멀어진 생활이었는데
그게 기억의 편린으로 아직도 남아 추억처럼 되씹는가 봅니다.
그전에 직장 선배 집에서 홍탁을 처음 먹어봤었는데
온 입을 콕 쏘는 강렬한 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가끔 떠오르곤 합니다.
아마 우리에게는 지나간 도시 생활도 은연중
우리 가운데 홍탁의 강렬함처럼 뇌리에 남아있는 것이겠지요.

  • ?
    최화수 2002.04.17 10:08
    봄단장(?)을 하고 온 가족이 즐거워하는 모습 보기에 좋습니다. 내가 어릴 때 철사줄과 스피커로 라디오방송을 청취했던 기억을 떠올려 줍니다. 두레, 이레에게 좋은 선물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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