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두레네(추풍령) /두레네(지리산) /두레네크리스마스이야기(지리산)

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9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서울에 살 때부터 오랫동안 교우해 오던 분이 제주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모든 짐을 차에 넣고 그 차는 배에 실려 바다로 뜨는 날이지요.
제주와 배편으로 가장 단거리인 완도 선착장에서 한반도의 흙과는
이제 인연을 달리한다는 것인데...
시원할지 섭섭할지 알 수 없는 만감이 교차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그 분을 보기 위해 구례에서 세시간 남짓 걸려
완도선착장에서 달려가 배시간 전에 잠깐 뵈었습니다.
한 시간 보기 위해 7시간을 왔다 갔다 했는데도
하나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 눈 덮인 두륜산의 선경이 아름다웠습니다.
다산의 유배지인 다산 초당 가는 길에 강진의 소금강이라는 협곡도 지났습니다.
완도 다리 푸른 물 일렁이는 그 다리를 건너고
뻘 밭 너머 갈매기 노닥이는 정경도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저야 여행 반, 전송 반의 마음의 여유도 있겠지만 떠나는 님들이야 그럴 틈이 없겠지요.
그래도 남도 땅은 겨울날에도 봄처럼 따스해 좋습니다.
가득히 널린 마른 생선들을 보며 그 일로 삶을 유지하는 인생의 애착들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볼거리보다는 지금은 이사가는 그리운 사람만 보고도 좋았습니다.
딸아이 이레는 영화장면처럼 흰 손수건을 흔들고...
두레엄마는 한 줄 눈물도 비쳤습니다.
나야 가장이니 웃음으로 "잘 사세요" 했지요.
두레는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도 않는 놈이
지가 제일 좋아하는 비행기 장난감을 주어도 울지 않는 것으로
그 마음을 드러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서울가면 보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는데 이젠 서울에 가도 못 보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할 것 같다는 아내의 얘기에 머리를 끄덕거렸습니다.
이젠 보고 싶어도 실 장면으로 보기에는 일년 중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가끔 보고싶을 때가 있으면 찾아가는 길이 조금 더 멀어졌겠지요.
하지만 그리운 이들에게는 먼 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제주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잘됐어"
그렇게 말을 건네고 돌아온 길이 그리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4 위성방송 sky-life, 그 전의 life-style 1 두레네집 2002.04.17 1012
53 녹차를 따며 동네분과 친해지기 5 두레엄마 2002.04.15 1161
52 저 영민이요. 영민 2002.04.09 997
51 도인의 경지가 멀리 있으랴? 두레네집 2002.04.07 977
50 [re] 도인의 경지가 멀리 있으랴? 정명진 2002.04.08 263
49 아들 놈의 청춘이 오려나 두레네집 2002.04.07 999
48 제 철 음식과 미련한 착각 2 두레네집 2002.03.29 941
47 기계가 무서워진 날 10 두레네집 2002.03.27 1061
46 두레는 몽실이-(부제:엽기적인 부모) 1 두레엄마 2002.03.20 944
45 시골의 福-두레와 이레의 학교 선생님 1 두레엄마 2002.03.13 1194
44 우리 집의 봄 날 주인이 오셨네요. 3 두레엄마 2002.03.11 1244
43 봄이면 물 나오는 나무-고로쇠 두레네집 2002.02.20 1118
42 찾아뵈었을 때 제게 해주셨던 이야기네요. 전군 2002.02.20 211
41 설날 민족대이동 동참기 두레네집 2002.02.15 1020
40 봄 볕에 녹아나는 흙 한줌과 개구리 알 두레네집 2002.02.08 932
39 두레와 총총이의 죽음 두레네집 2002.02.06 1484
38 살아있는 구례의 어느 전설 두레네집 2002.02.04 859
37 우리를 바라보는 언덕 위의 괴목나무 2 두레네집 2002.02.01 993
» 그리운 사람에게 먼 길은 없다. 두레네집 2002.01.30 935
35 무엇을 하려고 했던지... 두레네집 2002.01.24 8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