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두레네(추풍령) /두레네(지리산) /두레네크리스마스이야기(지리산)

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3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해 전 애저녁에 써두었었는데, 다시 한번들여다보니
요즘같은 찬 바람부는 계절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리새인이 득세를 하는 세상에 하나만이 진짜라고 한다는데....
나만 다른 생각을 하나 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는군요.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아님 말구"?)


윗 텃밭으로 올라가는 길에 여남은 평 짜투리 땅이 있습니다.
남새라도 뜯을 양 무엇이라도 심기에는 보잘 것 없기에 그냥 버려진 그늘 깊숙한 곳이지요.
이곳에도 이른 봄이면 연한 냉이와 쑥이 돋아나고
몇 밤 지나면 작은 냉이꽃 그득하고 쑥대밭 지천으로 변하다
곧 엉겅퀴와 망초 잎새로 그 주인이 바뀝니다.
조금씩 움직이면 땀이 날만한 철이오면 망초가 꽃을 터트릴 때
그 사이로 코스모스 가녀린 잎들이 머리를 내밉니다.
장마틈새에 잘 다니지 못할때면 어느 순간에 접시꽃이 삽시간에 자라
여름을 발갛게 정열적으로 보내고 바람에 사그러집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 꽃만이 아닙니다.
바닥엔 뚝새풀, 한삼덩쿨에 쇠비름이며 강아지풀, 그 위에 위세 좋은 억새와
줄기를 뻗혀오른 호박덩쿨이 또아리를 틀고...

한때 온통 땅들을 뒤덮을만한 기세를 부리던 한 종류의 풀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렇듯 자기의 자리를 다음 차레의 풀들에게 내어줍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그렇다고 사라진 풀들이 아주 죽은 것은 아닙니다.
그 자리의 그 흙 속에는 이제까지 피었던 모든 종류의 풀씨들이 묻혀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차레 자기 생명이 돋아날 적절한 시기가 돌아오면
또다시 부활의 노래를 불러제키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처럼 대자연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라도 상상키 어려운 순환의 바퀴를 돌려왔습니다.

우리가 사는 작은 땅 한반도에는 샤머니즘이라고 불리우는 무속종교가
부족국가 시대에 백성의 마음을 달래주던 주류종교라고 합니다.
삼국시대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핀 꽃이 고려시대까지 천여년간을 만발해왔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통치 이념(이데올로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교정신이
우리의 뇌리 속에 온콩 자리잡고 젊은이, 늙은이, 애, 어른, 아낙네, 남정네는
각각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까탈쓰런 율법으로 따져대곤 하기도 했지만
그 바람에 한국인의 윤리의식이 형성되는 역할도 담당했다고 봅니다.
지금은 한여름 붉게 묻드는 나팔꽃처럼 어디선가 할렐루야 나팔을 불어대는 교회들이 위세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
융성하게 피어나는 각 시대의 풀꽃들 같이 우리 시대의 대세를 잡은 것처럼
각자 자신의 화려한 외양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돋아난 모든 풀처럼 우리네 사람의 심성 속엔 이 모든 씨앗들이 잠재되어 있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기후와 온도에 따라 그에 적합한 생명체가 이 우주를 아름답게 장식하듯이
이 시대 이 땅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이들의 생각이 꽃을 피워야 할것입니다.
각 시대마다 갈급한 영혼에 위안을 주는 정신이 있듯이
아무리 숨기려해도 드러날 때가 되면 감출 수 없는 보물은 드러나는 법입니다.
자연의 이치는 정말 저절로 자연스럽게 다가와 깨닫게 되는 법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 빈 들에 접하며 생각은 변하고 4 두레엄마 2002.11.15 1047
73 우리집 똑똑이 아니 수원 아저씨 똑똑이 4 두레엄마 2002.11.15 1255
72 불꽃놀이 2 두레네집 2002.10.26 996
» 흙 위에서 하늘을 보다 두레네 집 2002.09.11 1335
70 주목받고 싶은 욕심을 접으려니... 7 두레네집 2002.09.02 1214
69 서바이버-진짜 살아남아야 할 이는 없더라. 두레네집 2002.08.04 1051
68 새벽에 기습 철거한 말벌 집 6 두레네집 2002.07.27 1418
67 상처중의 상처 1 두레네집 2002.07.26 1016
66 상처 두레네집 2002.07.26 1019
65 달 빛 아래 함께 사는 숨붙이들 8 두레네집 2002.07.25 1212
64 게임하듯 풀을 뽑다가 5 두레네집 2002.07.23 1047
63 학교.... 1 꽁치간수메 2002.07.23 1096
62 반갑습니다^^ 은화^^ 2002.07.19 938
61 다이빙의 여왕 이레에게. . . moveon 2002.06.22 1169
60 파리똥을 아시나요? 2 두레엄마 2002.06.09 1548
59 두레형아와 이레누나에게 2 최창윤 2002.06.06 1107
58 사람에겐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8 두레네집 2002.05.14 1210
57 눈물어린 우애(이레의 독서 감상문) 3 두레동생 이레 2002.04.30 1037
56 이레의 항변 - 왜 나만 청소해야 돼? 6 두레엄마 2002.04.29 1295
55 두레 친구들의 놀이마당 3 두레엄마 2002.04.29 11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