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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방송이 들어오고 난 후 저는 다큐멘터리 방송을 즐겨봅니다.
그 중에 잘 선택하는 채널인 Q채널에서 "서바이버"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내용은 한 열 두어 명이 고립된 지역에서 공동생활하며 하루에 한 명씩 투표로 자신의 공동생활에서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인물을 선정해서 퇴촌시켜나갑니다. 결국 최후에 남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일종의 게임입니다.
물론 이 게임의 승자에게는 무려 백만 달러라는 엄청난 상금이 주어집니다.
게임의 요소를 갖추기 위해 그 내용 사이사이에 여러 가지 시합들이 진행되지만 우리가 간편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맥가이버처럼 다재다능한 사람, 약한 자를 배려해주며 공동체에 유익한 인물, 힘 좋고 성실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간단히 생각하면 전체를 위해 헌신적이고 능력있는 좋은 사람에게 보상의 성격으로 돈이라는 상품을 전해주는 것일텐데, 이게 본질이 뒤바뀌어 어찌보면 백만 달러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비열하고 머리 잘 돌리는 모사꾼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 돼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도출한 이러한 허망한 결과들을 바라보면서 사람살이에 회의가 일더군요.
목적만 이룬다면 수단과 방법이 어떠하더라도 과정에 불과할 뿐이라고 여기는 세상의 세태를 축소한 모습이었습니다. 자신도 꺼림칙하지만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적당히 이용하는게 승리하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아무래도 저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려도 대다수가 그렇게 결론이 나는 겁니다.
정신이 아무리 고고해도 몸이 그렇게 원하면 몸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사람인가 봅니다. 정장보다는 캐쥬얼이 유행을 선도하고, 성정을 다스리는 클래식한 음악보다는 팍팍 튀는 유행가가락이 알아주는 것 같으며, 건강에 좋은 음식보다는 당장 혀를 자극하는 패스트푸드에 손이 먼저 가듯이 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게임입니까?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이겨야하는 약육강식이 적용되는 자연계의 연장선상에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사람이 위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먹이를 둘러싼 하이에나의 시끄런 울부짖음과 다름없는 사바나 벌판일 것입니다.

사람이 발전시켜온 정신세계는 육체의 욕망을 제어시키는 역사를 밟아왔습니다.
사람 역시 동물이면서도 다른 동물을 축생계라 부르며 하대하게 만든 유일한 잣대는
바로 이 정신의 발달에 기대어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 정신이 다른 생명들에게는 없는 용서와 사랑을 가져왔습니다.
나에게 해를 입히는 타자에 보복하는 사나운 물어뜯기를 절제하는 미덕을 키어왔습니다.
나보다 약한 이를 안타까이 여기는 측은지심을 불러온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세계관이 꽃피는 세상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도덕적 이상세계요,
모든 이가 바라마지않는 종교적 이상향일지도 모릅니다.
몸을 입고 있는 우리가 정신을 찾아나서는 구도자를 존경하며 바라보기만 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축생의 야비함에 속하고싶지 않다는게 보편적이라는 것입니다.
동물의 본능에 속해 살면서도 동물같이 살지 않으려는 이중성...

어제 저녁에 똑똑이가(우리집 개) 자기 밥그릇 주위를 왔다갔다하는 족제비를 물어 죽였습니다. 어렸을 때 집 마루 밑에서 보고는 도시에서는 사라진 동물이었던 족제비를
동물원도 아닌 집에서 근 10여년 만에 주검으로 본 셈입니다.
어쩐지 요 몇 달, 집에 쥐들이 없어서 주위에 고양이가 다녀서 그랬나 했는데...
족제비가 없어졌으니 다시 쥐가 드나들지도 모르겠군요.
성질대로 살아가는 똑똑이 땜시 다시 쥐끈끈이를 놓아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성질 내키는대로 살아가는 똑똑이보다는 똑똑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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