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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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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2.07.26 14:10

상처중의 상처

조회 수 101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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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중의 상처는 역시 마음에 묻은 치유되지 않는 상처 같습니다.
저는 마음이 여려 게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고 났을 때의 그 분함과 기분 나쁨이 싫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릅니다.
직장생활 했을 때 심심풀이 100원짜리 포커는 잘 즐겨도
갑작스레 판이 커진 1000원짜리는 얼굴표정을 숨길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세상 실리에 주안점을 두는 무서운 포커페이스의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기보다는 저런 모습으로 꼭 세상을 살아야하나 하는 치사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제가 그래서 도시를 떠나고 싶어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유혹이 싫어서입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적당한 거짓말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들 안위합니다.
또 그렇게 해야만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부추기는 일상이 만연되어 있 지 않습니까?
섹시한 여자를 보면 찝적거리는 남자가 용기있는 남자고,
기회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는 이가
승리자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세태를 저는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가끔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왜 그러나, 미친 척 하고 살어, 다 그런거지 뭐! 하는 갈등이 끝이 없었습니다.
다들 그렀게 살아가는게 현대인의 속성임에는 틀림없을 것입니다.
내가 하는 고민 남이라고 안하겠습니까?

여행을 하다가도 그리운게 집이라고
나는 이 도시의 여행자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도 오래 여행을 즐기고 있구나 .내가 돌아갈 집을 찾았지만
이 도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저는 그렇습니다.
원래 이북 출신의 가정이 그렇듯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왔습니다.
딱히 돌아갈 곳이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타향이었습니다.
도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 공간에 내세울 내 고향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내가 자유로히 숨쉴 편한 곳을 찾아나섰습니다.

저는 도시의 생활에 밀려난 자가 아니라
내 삶의 양태에 새로운 전환을 모색한 것이라고 여깁니다.
많은 귀농자들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들 중 상당수는 도시에서 패배한 것이라는 심정들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런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서는 이곳에서도 즐거울리 없습니다,
마음의 무거운 짐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요.
집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이와 비슷한 물음을 던지는 분들과 조우하곤 합니다.
그것은 마치 느림과 게으름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저는 말합니다.
거북이는 느립니다. 그러나 거북이는 게으르지 않습니다.
거북이는 그의 모습대로 그에 맞는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토끼는 토끼의 모습대로 자기의 삶의 모습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서로에게 다른 삶의 모습을 비교하고 우위가 있는양 말한다면 우스운 것이라 여깁니다.
요즘 생태학에서 말한는 "종의 다양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존중해야 하는 법입니다.
돈을 못 버는 자가 게으르다는 평가처럼 무식한 것은 없습니다. "
인간아 왜 그렇게 사니?"의 판단 기준을
물질의 많고 적음으로 따지는 세태가 변해야 할 것입니다.

도시에서 자기의 재능을 팔딱이며 사는 것이 유쾌한 사람이 있듯,
산과 바다의 높고 깊음을 즐기며 호흡이 긴 여유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계를 만질 때 눈이 떼글떼글한 사람이 있으면 나무와 풀을 만지며 눈이 초롱초롱한 이가 있는 법입니다.
서로 자신의 가치관이 다른 것이 사람살이 일 뿐이지
그 삶이 어느 것보다 좋고 나쁘니 하는 것은 없습니다.
있는 것은 돈으로 환산된 속물근성만 있을 뿐이지요. 그럼에도 자본의 시대에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너무도 쉽게 사람에게 상처를 주곤 합니다.
돈의 노예가 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가하는 상처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자본의 이전 시대를 살아왔었던 농부들의 삶이 좋아보이며,
장인(匠人)들의 정신이 후덕해 보입니다.
물질을 앞선 구도자의 삶의 모습을 존경하며,
정신의 유희를 찾는 예술가의 혼을 부러워합니다.

아직도 저는 도시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가득하지만
이제는 서서히 치유해주는 자연의 너그러움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헌데 그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는 쉽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아직도 과거의 못난 인연을 떠올리면 분노가 일고 몇 푼에 흔들림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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