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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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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2.07.26 14:00

상처

조회 수 10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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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나간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두레의 이마를 보면-
두레의 이마에는 자세히 보면 서너 바늘 꼬맨 자국이 있습니다. 육년전 좋은 시골 찾아다닌다고 헤매고 다닐 때 지금은 우리 집 앞 산인 백운산 기슭의 진상 수어지 위 어치 계곡에서 입은 상처입니다. 겨울날이었지만 개울물이 맑아 손 씻으려고 바위 아래로 내려갔는데 "퍽"하는 소리에 눈을 돌리니 두레의 오리털 잠바가 물 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저 녀석이 떨어뜨렸구먼 하는데 옷 아래로 팔 다리가 버둥거리길레 사태의 위급성에 얼른 첨벙거리며 일으켰을 때 이마에 처음에 뼈같이 하얀 게 보이더니 이내 피가 그치질 않았습니다. 이레는 4살인가 되었을 땐데 두레오빠아 하며 엉엉 울고 두레 엄마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수건으로 연신 두레의 이마를 눌러주었습니다. 올라갈 때 차로 2-30분 올라갔었는데 어찌나 다급하게 운전했는지 내려오는데는 약 5분여가 걸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이런 기도를 했었지요. "하느님 이번 기회에 두레의 막힌 머리가 뻥 뚫렸으면 좋겠습니다". 허허 웃기지도 않는 바램이지요?
병원에서 쪼그만 놈이 어찌나 기운을 쓰며 발악하는지 마취를 해도 마취가 안들어 어른 여섯명이 달려들어 꼭잡고 꾀맸습니다. 일이 끝난 후 서울로 올라오면서 그때야 마취기운이 도는지 두레는 골아 떨어지더군요.
그 일로 인해 우리부부는 그 골짜기는 우리 살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되었지요. 그런데 진상을 오고 가며 차창 밖으로 좋은 동네구나 하는 생각을 지니게 한 섬진강변의 한 곳이 있었는데, 지금의 우리 사는 곳이 될 줄이야.
사람이 정 들이며 산다는게 뭔지? 우연인지 알았는데 오모한 섭리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으로 인연이란 것이 무엇인지? 참 희한하지요. 지금도 두레의 이마를 살펴보면서 그때 살 곳을 찾아다니던 때를 생각한답니다.

-내 다리를 보면-
제 다리에는 무수한 상흔들이 있습니다. 국민학교때 우마차에 매달려 학교가다 길에 튀어나온 돌에 무릎이 까져 피가 범벅이 되었는데, 내 딴엔 잘 나으라고 흙가루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모래알이 상처 속에 점점히 박혀 약국 아저씨가 소독해주며 핀셋으로 일일히 뽑는데 죽는줄 알았습니다. 하여간 그때 난 것을 비롯해서 어른이 되어 등산하다 나무에 긁힌 것, 종기, 모기에 물려 긁었더니 곪아버려 커진 것까지, 남들과 달리 당뇨를 앓고부터는 작은 상처도 쉽게 아물지 않고 꼭 상채기를 남기곤 했습니다. 요즘같은 여름 날 반바지를 입으면 무수한 상흔에 사람들이 놀라곤 합니다.
"아니 집에 모기가 굉장히 많은가봐요?"
심지어 작년에 처가에 갔었는데 장인 어른께 우리 집도 이제 좋은데 사니 여름날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님이 제 다리를 슬쩍 보시고는 대뜸
"싫다 니네 집에 모기가 많은 것 같은데 왜 여름에 가냐?"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우리동네에는 모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느 시골동네와 달리 고여있는 웅덩이 물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집 주위의 개울물들은 물살이 빠르고 주위 가까운 곳에 논이 없고 집 앞의 섬진강마저 백운산과 지리산의 경계로 가장 여울목이 긴 구간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처음 이사와서는 신기하게 모기가 전혀 없었는데, 그나마 우리가 두 해를 사는 요즘에는 사람 냄새가 풍겨서 그런지 전에 비해 날아들어 오는 놈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야외처럼 법석을 부릴 정도는 아닙니다. 실내에서는 거의 안물리니 서울에 살 때 정도인 것 같군요.
제 기억에 고등학교 때에 충북 옥천의 어느 시골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교련복도 뚫어버리는 모기떼에 질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동네는 모기가 많아 그러나 모기 잡아먹는 개구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덩달아 개구리 잡으려는 뱀도 많았을 정도였습니다. 흡혈귀에 뜯기는 공포의 밤. 제가 밤에 하도 뜯겨 잠자리채를 머리에 쓰고 물 속에 들어가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나 원 참! 지난번 조선일보 기사에 난 사진에도 내 다리의 그 상채기가 다 나왔더라구요. 우리 집안은 다리에 털도 별로 없는 집안이라 더 생생하게 보였지요. 작년과 달리 요즘 우리 집에 예약하셨다 답사하고 간 단체들에서 갑작스레 취소를 하는 곳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손해도 손해지만, 왜 그런가 이유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뭘 잘못했나? 내 다리에 난 상처에 공포의 모기를 떠올렸나? 우리 집 화장실이 재래식이라서?...
여러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은 처음과 달리 너무 안이하게 사는 것에 대한 하늘의 사인(sign)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필요하니 꼭 달라는 생각만 더 늘고 전보다 감사하는 기도도 잘 안하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이곳을 보며 품었던 꿈을 이루어나가도록 살아야겠다고 반성했지요. 초발심이 흐리멍덩한 요즘의 안이함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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