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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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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04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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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여지없이 운동장 한켠에 그득한 잡초를 보며 턱을 괴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뽑아냈지만 장마철과 더불어 날이 다르게 쑥쑥 자라는 풀들이 부러웠습니다.
뭐 주는 것도 없는데 아무런 양분 없는 박토에서 어찌 저렇게 굳세게 자라는지....
우리네 삶도 물 한방울에 저렇게도 왕성한 삶이라면 걱정없을텐데 싶군요.
하지만 사람보기에 무성한 풀숲은 사는 사람을 구차하게 만드는 법.
손으로 뽑고 삽으로 잘라내도 그 순간뿐입니다. 사실 나 혼자 산다면야 그냥 두고 싶었습니다.
절로 자라는게 자연인데 내 인위적인 힘이 대세를 휘잡을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관리의 총책임을 맡은 본교(토지초교)에서는
어수선한 분교의 모양새가 아름다울리는 없었을 테지요.

장마 직전에 두레네 교장선생님이 다녀가셨습니다. 두레나 이레이야기도 할겸,
분교 관리에 대한 말씀도 들려주었습니다. 교육청에서도 잠시 다녀가셨어요.
학교 행정관리에 바쁘신 일선 책임자들로써 모두들 업무에 충실하신 분들이십니다.
눈치로 보니 넌즈시 운동장에는 풀이 안나있으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풀이란게 폐가의 상징아닌가? 마당 음습하게 깔린 잡초는 귀신영화의 단골 소재인데, 더욱이 그게 학교라면 딱이다(!) 싶은 것입니다.
첫해에 우리가 이 학교를 처음 이사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허리춤 가까이 웃자란 풀더미들.
당나라가 망했을 때 그들의 황궁터에 가득한 풀들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망초꽃들이란다(전설이래요).
우리 학교운동장에도 어깨에 이르는 개망초 꽃동산이었었지.
밤이고 낮이고 맨날 풀뽑으며 살던 일들이 그때였는데, 그래도 이나마 운동장 같이 보기 좋은 것도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도 이제는 사람이 사니 이 정도의 무성한 풀들도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내가 조금 부지런떨며 풀뽑기에 나서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날이면 날마다 매달려 농기구와 더불은 육체 노동만으로 풀뽑기는 인내를 요합니다.
아직은 본격적 판을 벌리지야 않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생태학교인데
제초제를 쓰기에는 내 양심도 꺼림직하고...
그래 늘 봄부터 쓰고는 싶지만 주저해 왔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본교에서 아예 제초제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아마도 무성한 풀들이 보기에 그랬었던 것 같았습니다.
갈등하다 그래! 농사짓는 땅도 아니고 또 학교 관리 제대로 못한다고
다음번 재계약 때 불리한 점을 안고 갈 수는 없겠다 싶어 제초제를 물에 섞었지만
뿌리는 내내 몸이 무거웠습니다.
사실 약 치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닙니다. 한말들이 통을 등에 지고 분무기로 연신
굽혔다 폈다 팔 운동 하며, 족히 열 통 정도는 지고 운동장을 뺑뺑 돌아야 합니다.
다음날 아침 누렇게 죽어가는 풀을 보며 정말 그런 표현 있잖습니까? "시원섭섭하다"

지금은 어떻게 됐냐구요?
끝없이 돋아나는 생명, 민초라고 흔히들 말하는 생명의 역동성을 누가 말립니까?
다시 운동장 여기저기에 풀들은 또 돋아나고...
그나마 약 기운 탓에 크지 않으니까, 또 아침이면 쪼그려 풀뽑고 있지요?
어떻게 뽑냐구요. 왜 전자오락 게임에 자기 영역에 들어온 외계인 없애듯
한구역을 정해놓고 사수가 되어 쏘아대듯 싹 쓸어버리며 내 땅 넓히는 게임을 하고 있지요.
홍건히 땀이 배면 내 손목과 손아구가 얼얼하면 마치고 일어섭니다.
그러니 밭에 농사지어 먹구 사는 사람들의 김메기는 얼마나 굉장날까요.
아무 것도 없는 시절 오로지 땅만 기대어 살던 조상들의 농사짓기는 겁나는 일이였겠지요.
요즘 너나 없이 제초제에 의지해 농사짓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밖에요.
어쩌면 들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력이 다 빠져나가고
한 고개 숙여지는 어른들의 풀 죽은 어깨만 남아있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제초제 안친 좋은 채소 먹겠다고 기쓰는 사람들의 마음은 욕심일것만 같군요.
내 먹을 거 외에는 남 먹을 것까지 챙기기에는 힘이 벅찬 노릇일 것 같아섭니다.
다음에 이 얘기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집니다.

  • ?
    박용희 2002.07.25 13:50
    글을 읽다 보니 잡초와 함께 농작물을 가꾼다는 일본 사람이 생각납니다. 두레 아버님, 제초제 같은 약 치실 때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또 풀들은 계속 자랄테지요.^^
  • ?
    박용희 2002.07.25 13:51
    다음 이야기 기대 됩니다. 가뜩이나 바쁜 여름날... 건강도 잘 챙기세요..두레 어머니도..(사실 개인적으로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 굴뚝같음^^)
  • ?
    두레네집 2002.07.25 18:02
    후꼬오까 마사노부 라는 사람인데 전에 공동체마을에서 갔다온 친구가 하는 말이 그건 먹고 살려는 농사가 아니라는군요. 물론 언제부터 경제성이 농사와 연결되었는지는 알 수없지만 생산
  • ?
    두레네집 2002.07.25 18:04
    성과 관계없는 농사도 문제는 있다고 여겨집니다. 자기 사는 일이 소득증대와 관계있음에 즐거워지는 가치관이라면 그때부터 걱정거리가 시작되는 셈일겁니다.
  • ?
    이강원 2002.12.22 17:22
    두레와 이레에게!
    성탄을 맞아 주님의 은총이 너희들과 엄마, 아빠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동두천에서 이강원목사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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