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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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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21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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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면사무소에 주민등록 몇 통 발급받으러 갔습니다.
마침 이장님과 동네 분 몇 분을 뵈었습니다.
그 중에 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손주 주민등록을 이전한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는 시골학교에서 이럭저럭 다녔지만
이제부터는 아이를 위해 읍내의 큰 학교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우리 동네 뿐만 아니라 피아골이나 간전면에서도 동네 학교를 안다니고
읍내로 통학하는 아이들이 꽤 있습니다.
모두들 교육이 문제라고 하며 큰 학교를 다녀야 제대로 공부한다는 생각이시더군요.
옛부터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듯
시골 분들은 교육환경에 일종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좁은 곳에 사는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십니다.
우리 집에 찾아오시는 손님들 중에 자녀의 연령층이 학생인 경우
대개들 교육문제를 우려해 시골생활을 난감해하시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저에게 넌즛이 이를 물어오곤 합니다.

그때마다 제 대답은 "트럭 탄다고 운전사가 크나요"
큰 학교 다닌다고 큰 아이 안됩니다.
학교 크다고 그 학교 아이들이 다 친구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작은 학교 아이들이 오래오래 지내며 깊이있게 사귀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도시 학교의 큰 골치거리인 왕따도 없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일대 일 교육이 가능한 곳이 작은 학교이지요.
큰 인물은 모두 시골에서 난답니다. 도시에서 공부 잘한다는 사람들은 나중에 보면 큰 인물의 가방 들고 다닐 뿐이지요."
어쩌구하면 다 귀를 기울이지만 그때뿐입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그래도 하는 선입견은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봐도 저희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애들이 지금 뭐하나 생각해보면
별거없어 보입니다. 일,이등 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선생님이고
고 밑의 등 수에 있던 친구들은 회사원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거개는 장사한다고 보면 됩니다.
간혹 머리가 커지면서 악착같이 달라붙은 아이들이 "사" 붙어 있는데
뭐가 문제가 있어 그러나 그 친구들과는 교류가 없습니다.
사(士)가 붙으면 인격이 변하는가 봅니다.

오히려 장사하는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나아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친구들은 아직 졸부같은 돈벼락을 맞은 이들이 없어 그러나 모두 그만그만하게 지냅니다.

공부에 문제 있을 것으로 보아 학군을 바꾸는 것은
순전히 부모의 자격지심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지나고 보니
교육은 공부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기질과 관계가 깊어 보입니다.
성질나쁘면 그대로 뻔뻔한 사람으로 되고, 천성이 순하면 무리없는 사람이 됩니다.
결국 인성이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보여집니다.
나쁜 놈 공부만 잘하면 최규선이 같은 모리배가 될 뿐입니다.
그래도 그런 출세가 좋다면 그 부모나 그 자식이나 그렇게 살아가면 되겠지요.
그런데 저는 못살아도 남 피해주며 사는 것은 사람이 살 짓이 아니라고 봅니다만...

세상에 맛있는 것 먹고 으스대며 살고 싶은 욕망을 싫어하는 이는 드믑니다.
그 나름의 즐거움을 인정해온 욕망의 인간사를 어찌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으스된다는 것도 남이 봐줘야 기분 좋은 것이지,
저만 좋고 남들이 우습게 보면 그것처  창피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도 높은 담 쌓고 남이 놀리는 면전만 피하면 괞찮다는,
나만 좋으면 즐거운게 아니냐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성격이상자이지요.
성적 가학증을 즐긴다는 새디스트나 매조키스트나 자기 취향대로 살면 됩니다만 어디 드러내 놓고 살만한가요? 남 몰래 자기도 겸연쩍은 짓이라고 여기면서,
하긴 요즘은 개성이 난무하는 시대라 인권을 이야기하며 대놓고 비정상적인 것을 당연시하는 세태가 되었지만은 그간 인류가 쌓아놓는 지성이랄까 선(善)이라고 보았던 가치관이 흔들리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교육은 바로 그런 인류가 쌓아놓는 아름다운 가치관을 지키는데 있습니다.
강한 자를 양성하는 군대가 교육기관은 아닙니다.
약육강식의 정보화 시대에 경쟁력있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게 교육이 아닙니다.
미스 코리아 만드는 미장원이 상품성 있는 여자를 만든다고 학교가 아니듯이 말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국민학교만 다니셨지만 저를 착한 사람이 되야한다고 가르치신게 참 좋은 교육이라고 여깁니다. 남을 이겨먹기 위한 기 살리기 교육은 동물의 왕국에서 많이 보는 금수의 짓이라고 여깁니다.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그 도리를 가르치는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변화된 21세기는 사실 도,농의 격차가 별로 없습니다.
어디서나 한 날 한시인 세상이 된 것이지요.
tv와 컴퓨터는 도시나 시골 구별없이 동일하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들녘의 푸른 생명의 기운을 전하는 자연의 바람은 다릅니다.
그 기운이 달라 사람의 기분이 좌우됩니다.
그래서 저는 믿거나 말거나 이겠지만 나름대로의 단호한 생각이 있는데,
바로 이 토양이 큰 인물을 시골에서 낳게 하는 것 같다는...

그렇다고 제가 이 시골에서 우리 아이들을 큰 인물로 키우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봄이면 봄바람에 맞는 잎을 내는 나무처럼
우리 사는 세상에 걸맞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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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2.05.14 14:04
    구구절절 옳은 말씀! 교육주간(5월13일~18일)에 잘 어울리는 글입니다. 유수의 신문 칼럼보다 더 설득력 있는 '두레네집' 글을 더 많은 이들이 읽게 할 방법은 없을는지...!?
  • ?
    솔메거사 2002.05.15 10:41
    이 시대를 같이살며 자녀교육에 골머리 쏟고있는 부모들을 위한 강한 멧시지입니다...
  • ?
    오브 2002.05.15 11:46
    안방게시판의 [지나간 글들]은 순차적으로 모 잡지에 차곡차곡 연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두레네집을 더 넓게 꾸며볼 생각입니다.
  • ?
    두레네집 2002.05.16 01:17
    앗! 오브님 어떻게 그런 세세한 일까지 알 수가. 대단한 소문인가봐요. 전라도닷컴이라는 인터넷 신문과 월간 성광이라는 적은 잡지, 그리고 지방소식지에서 퍼간다는군요. 간혹 월간지에
  • ?
    두레네집 2002.05.16 01:21
    도 난다는데 저도 잘 모르게 실리는 경우도 있답니다. 다 오브님 지리산 사이트의 유명세 때문입니다. 아참 카톨릭에서는 권위있는 잡지인 생활성서 이번호에 두레 이레가 표지에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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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득이 2002.05.17 14:22
    안녕하세요. 두레아버님. 단성의 한이엄마입니다.^^ 트럭이 크다고 운전수가 크냐고?ㅋㅋ 저희도 이말 써먹을까 합니다. 하도 아들교육문제를 걸고 넘어져서 말입니다.^^
  • ?
    최화수 2002.05.17 19:14
    지리산의 한 울타리에 살고 있는 '두레네집'과 '한이네집'이 한 가족처럼 친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지리산에 경사 났습니다!!!
  • ?
    바람냄새 2002.05.21 17:21
    가끔씩 아이들 교육 때문에 외국에 나가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 글을 보여주고 싶군요..두레나 이레.. 모두 큰 아이가 돨 것으로 기대가 되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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