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빈자리

by 두레엄마 posted Nov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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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와 요번주 오늘까지 전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바빴다는 표현보다는 무척 힘들고 할 일이 많았습니다.
지지난 주 부엌 공사를 하다가 합판과 기타 필요한
것들이 있어 건재상에 주문을 한 것이 목요일 오후였습니다.
그런데 주문한 자재가 토요일과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까지 안오고 있었습니다.
구례에서는 비록 판자(??)집이지만 넓은 부엌을 쓰다가 이곳의 아주 작은 부엌을 쓰려니
몹시 답답했습니다.
사람이란 간사해서 아예 좁은 부엌을 써야 한다면 아무 생각없이 좁은 부엌도 감수하고
썼을텐데 두레아빠가 그래도 넓은 부엌을 만들고 있으니 자꾸 할 일을 뒤로 미루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두레아빠 컨디션에 따라, 날씨로 인해, 기타 또 다른 변수들에 의해 자꾸 자꾸
입주 날짜가 미뤄지게 되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그 판에 자재까지 안오고 있으니...
급한 부엌은 손을 못대고 바깥 보일러실과 연탄 광만 만들고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합판 한 장만 있으면 부엌 천장을 마감하고 도배하고 입주하면 되는데 그 합판 한 장이 없어서 며칠이나 기다려야 하는 심정.
그 답답함 뭐라 표현할까요......


월요일 아침 기다리다 지친 제가 자꾸 두레아빠를 재촉해서 건재상에 전화를 하면서
시멘트까지 같이 주문을 하니 이번에는 또 시멘트가 없어서 시멘트오면 같이 가져다 주겠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그 말에 얼마나 화가 나는지....$$$@@@@!!!!!!!
결국 애꿎게 두레아빠에게 화살이 가고 서로 티격태격....
서로 말없이 두레아빠는 바같에서 일하고 전 씩씩거리다가, 잠도 잤다가, 멍하니 TV를 봤다가 등등..해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오후에 자재가 왔는데 그래도 자재가 오니 이제 내일이면 뭐가 되겠구나 하고
기분이 좋아졌는데...


밤이 되자 아홉시 뉴스를 본 뒤 두레아빠가 연탄을 갈러 나갔습니다.
잠시 후 멀쩡히 나간 두레아빠가 발을 싸안고 들어왔습니다.
이유는 연탄을 갈고 들어오다가 넘어질 뻔 했는데 안 넘어질려고 하다가
발을 접질렸다는 것입니다.
발이 금방 퉁퉁 부어 올랐더군요.
우선은 부러지거나 한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호랑이 기름만 발라주었습니다.
아침이 되니 어젯 밤 너무 아파서 거의 못잤다는 두레아빠의 말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김천의 병원에 가니 발가락으로 가는 발등뼈가 부러졌다는 말과 함께
기브스를 하고 나오는 두레아빠.
기가 막혀 웃음밖엔 안 나오더군요. 흥부가 가가 막혀. 흥부가 기가 막혀...
두 달을 기다린 부엌을 바로 눈 앞에 두고 또 다시 한 달을 기다려야 하다니.


아침이 되어 두레아빠의 기브스한 발을 보자 오기가 생기더군요.
전 풀을 찾고 도배지를 가져와서는 도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엄두가 안나더니 조금씩 도배한 공간이 늘어가니 할 만해졌습니다.
그 밤으로 천장을 뺀 벽에 도배를 끝내고는 다음날 민서엄마, 아빠와 냉장고와
씽크대들을 날랐습니다.
그러고는 미워뒀던 부엌 짐들을 정리하고 내친 김에 우리 짐 때문에 지저분 했던
비닐 하우스도 정리하고 여기저기 아이들 방이며 하여간 해야 할 일들을 거의
끝냈습니다.
도와줄 수 없어 보고만 있던 두레아빠 얼마나 답답해 하던지요.
저 또한 말 안해도 알아서 해주던 두레아빠가 얼마나 절실하던지요.
무거운 거 안들고 말 만 하면 이거저거 다해주던 소사가 없으니.
서로 답답하고 기가 막히니 별 말 아닌 말에도 예민해졌습니다.
무거운 장과 장식장이며 세탁기, 모터등을 혼자 옮기며
"나도 혼자 다 할수 있다 뭐." 하며 오기로 다 옮겼지만
전기공사며 아직 마감되지 않은 보일러실 지붕이며 기타 등등. 어찌하나요?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니 남편이 좀 덜 미워(??)집니다.
내 공간인 부엌과 기타 등이 해결되었으니까요. ^.^
그나저나 지금 두레아빠의 머리속은 할 일이 태산일텐데 저러고 그냥
백수 노릇만 하고  있으려니 오죽 답답할까요.
그래도 오늘은 발을 디뎌도 조금 덜 아프다니 아마도 다음 주에는  본인이 못 참아서라도
일을 시작할 것 같은 태세입니다.


전, 이번 일로 인해 결혼후 처음으로 두레아빠의 머리를 감겨주었는데
정작 두레아빠는 호사했다고 여겼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