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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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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2767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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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미인의 눈썹처럼 가녀린 달이 걸려있는 섬진강가에 나와 있습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산허리를 가로지르고
달빛과 그 불빛이 어우러진 강물은 물비늘 반짝이며 흘러가는가 봅니다.
아내와 강변에 나와 앉아있는 이 밤은 나에게 우울한 날이자
어찌보면 새로룬 기회에 도전해보리라는 다짐을 갖는 밤입니다.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윤동주 시인의 독백을 가슴속에 벼리며 살고자 했습니다.
간도 용정중학교에 방문했을 때 그의 시비를 읽고 또읽고 그의 체취가 남아있을런지도 모를 재래식 화장실까지 기웃거렸던 애틋함을 가졌었지요.
내 하는 일이 순리에 어그러지지 않게 되기를 늘 소망했었습니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나 이제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제 마음은 늘 이곳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산하에 있고자했으나
이제 이산 기슭과 강 언저리를 떠나야하는가 봅니다.
대학시절 그렇게 불렀던 양성우 시인의 싯귀가 오늘처럼 가슴절절한 날도 드믄 것 같습니다
잡고싶지만 잡히지않고 떠나는 애인처럼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순리적인 방법으로 있고자했으나
저의 뜻과는 다른 결과물을 안고 말았답니다.


몇 다리만 건너면 "빽"과 연결되는 한국사회에 왜 저라고 그리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인터넷과 언론에 알려 이슈화하려고 싶은 무리수를 왜 저라고 모를까요?
내 의지대로 하고자하여 제가 그 동안 손가락질해왔던 방법을 하기엔 제 마음이 허락치 않았고. 그렇게 살기 싫어 이 곳에 왔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여기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사정을 들으시고 끊임없이 애를 써준 이장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습니다.
기자들과 방송PD,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시려고 연락주신 지인들의 조언에 감사하면서도
그리 안한 고집스런 제 미련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번만큼은 정말 한번 깨끗한 순리대로 일을 지켜보려고 했습니다.


돈 얼마하는 푼돈에 자신의 인격을 파는 싸구려 교육청 공무원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만 없는 것은 저도 실상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속내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명절 떡값, 휴가비 심지어 전별금까지도 은근히 요구하거나 자기 직분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겁박하려는 작태에 강력히 항의하고 반발했으면 속이나 시원했을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약자의 입장에서 당하기만 했으니 기가 찰 따름입니다.

그분들은 정말 서류상으로 흠없이 깨끗한 분들이시며, 강물에 박은 말뚝처럼 지난날 구두로한 잘될 것이라는 말을 기억치 못했고 속절없이 사람만 믿은 저만 치밀하지 못한 사람임이 판명되어 버렸습니다. 때마다 돈 안준다고 자길 무시해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우리 딸 이레 앞에서도 겁박하던 이는 지금 다른 부서로 갔다는군요? 그래도 저는 저런 공무원은 저러다 말겠지, 조금 특이한 사람이구나 했는데 후임자도 별 다를바없이 거짓말만 하더군요. 저한테는 한번도 찾아온 일도 없으면서 제가 학교 재임대의사가 없다고 보고했다는군요.
제가 그 전임자에게 그렇게 재임대의사를 밝히고 이곳에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제 주민등록이 있고 실제 사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에 살지 않았다고 생각해 연락도 안하고 말입니다.
아쉽게도 그 두 분들은 모두 제가 좋아하는 구례지역 출신이라는군요.


그냥 남들처럼 그렇고 그렇게 적당히 어울려 살걸 하는 후회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냥 돈 몇푼 주고 잘 지냈으면 될걸 가지고 쓸데없이 그런 요구를 받을 때마다 "너같은 놈들 돈 줄바엔 불우이웃이나 돕지"하는 오기로 무시해 쓸데없이 소인배들에게 밉살맞은 놈으로 낙인찍힌 것도 어찌보면 참 지혜롭지 못한 처사인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고 한푼도 안준것도 아닙니다. 첫해에 화장실도 없는 학교에 살 수가 없어 나무로 된 화장실이라도 지어야겠다며 돈 20만원이나 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때 담당자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화장실도 못짓게 하고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돈 20만원에 똥간이라! 참 자조적인 기억으로 오랫동안 제가 씁슬해했던 뇌물입니다.
그런 뇌물을 제가 주었으니 저도 나쁜놈이지요?(ㅎㅎ)


예수님도 세상에서는 뱀같이 지혜로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데
저는 세상에 살면서 지혜자들을 경멸한 죄값을 치르고 있다고 여겨지는군요.


지리산과
백운산은
섬진깅으로 나뉘고 다만
나루가 있어 사랑을 잇는다


저는 내가 살던 송정리 나루터를 지섬백라라 스스로 이름짓고 부르던 그 터에
자리잡은 바위로 내려앉아 한없이 손을 씻었습니다.
제가 몇 년동안 알았던 더러운 이들의 이름을 씻고 청정하게 살지못하고 늘 조바심냈던 여리고 못난 마음을 씻고자 했습니다.


한편으론 걸맞지 않는 터를 욕심부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시절 저희 가족을 품어주고
그 동안 상처받았던 마음을 부드럽게 치유시킨 이 터를 사랑합니다.
사는 곳이 어디든 이제 삶의 여유를 알게 해준 이 산하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제껏 조용히 옆에 있던 아내가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내가 어디 가서 힘들고 우울할 때 꼭 이곳을 찾아올꺼야"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고마운 땅이여!

  • ?
    박용희 2003.08.06 07:17
    어떤 말도 마음 한 구석에 지워지지 않을 큰 상처로 남아 있을 두분에게 위안이 될 수 없겠지만,,
    두레네집이 어느곳에 있든지 두레네집을 아름답게 추억하고(과거의) 오랫동안 사랑해 줄(미래의) 사람들이 있겠지요...
    이번 일을 거름 삼아 앞으로 계획하시는 일이 큰 결실 맺으시길 바래요.
    너무나 순수하고 선한 두 분, 분명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있을겁니다. 힘내세요!!
  • ?
    부도옹 2003.08.06 08:50
    어쩌지 못하는 현실이 두레가족과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지섬백라'에서 마음을 씻듯, 진실한 마음으로 이제껏 해오셨듯 다시 용기를 냅시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며....
  • ?
    김현거사 2003.08.06 09:10
    하얀 백로 부부가 지리산에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것 같군요.날라가도 멀리가지 마시고 다른 지리산 자락에 나래를 접었으면...지리산 가족이 총동원 되어 찾으면 좋은 곳 많겠는데...
  • ?
    최화수 2003.08.06 10:12
    어쩌면 이럴수가...지난해 어느날 지나는 길에 잠깐 들렀더니 교문에 자동차를 바리케이드처럼 가로로 세워두었더군요.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 아무 힘도 되어드리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두레, 이레에게 밝고 건강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 ?
    중봉 2003.08.06 11:13
    정말 안타깝습니다.
    두레네집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들이 부끄럽습니다.
    다시 만날때를 기다립니다.
  • ?
    솔메 2003.08.06 12:07
    가을에 두레네집에 들릴때는 그곳 시설에 알맞는 -
    많은 인원이 쓸 수 있는 식기,주방용품등(중고품이지만..)을 싣고 가려고 했는데,,,...

    세상인심 각박하고 權力部類 찬바람에,

    아무런 할말이 없습니다...!!
  • ?
    까막 2003.08.06 12:32
    그 공무원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지요. 그래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 한 쪽에 두레네처럼 맑은 샘물이 솟아오르고 있음에 또한 은혜를 느낍니다.
    하지만, 정말 섭섭하군요!!
    솔메님 말씀에 더욱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 ?
    송학 2003.08.06 20:08
    혹시나 하며 걱정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두레어머니,두레아버지 힘 내시고......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요.
  • ?
    아영호 2003.08.07 10:23
    우선 두레네 가족에게
    아픔을 같이 하지 못하는 점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하며.....

    어차피 인생의 게임이란?
    불공평 투성이지요
    우주의 진리처럼요.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드시
    힘 내시이소~
  • ?
    강물 2003.08.07 13:06
    언젠가 한번 지나가는객으로 아무도 없는 두레네집을 잠깐 들여다 봤습니다. 밭에 일나갔다는 안내문....작은 보금자리 곳곳에 스며있는 그 푸르름과 아름다움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올여름에 우리 교회식구들과 한번 와야지 하였는데...지리산의 인심은 결코 그렇지 않을텐데..뭐라 한마디 해야겠는데...두레님 가족이여..어려움 이겨내시고 떠나지 마시기를 바란다면 제말이 너무 무책임한 말일까요?...힘..내십시요!!!
  • ?
    자운영 2003.08.07 15:01
    구월이 오고 지리산에 단풍들면
    애들 데리고
    지리산 가자 했는데
    지리산 가서 두레네집도 가자 했는데
    떠나신다니
    아쉬움이 큽니다.
    어느곳 어느자리 내 쉴곳 아닌곳이 없듯
    가시는 곳 그 곳에서도
    늘 평화롭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 ?
    오 해 봉 2003.08.09 18:55
    위로드릴 마땅한 말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멀리뛸때보면 항상뒤로
    한보 물러섯다가 멀리뛰드군요.
    웃으면서 떠날수있도록 노력해보세요.
    모두가 마음아파한다는걸 잊지마시고
    웃으면서 묵묵히 전진하는 용기.지혜를.
    두레네 모두강녕을 기원합니다.
  • ?
    은쭈 2003.08.13 12:17
    왕시루봉아래 피자를 좋아하는 두레가 살고 있다고 자랑을 했는데
    이번 가을엔 조카를 데리고 두레를 만나려고 했는데
    4,5살 조카들이 들떠했었는데...
    소식을 듣고 두레식구들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못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어떤말도 위로가 안되겠지요...
    백두대간도 지리와 이어져있음을 기억하세요...
    으싸!! 힘내세요...

  • ?
    솜다리 2003.08.17 10:51
    안녕하세요^^
    7월에 들려선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지리산으로 향해 정말 죄송했었습니다.
    지리산을 내려와서 인사한번 드린다는 게 늦었네요.
    천사같은 두레와 이레, 그리고 두분 모두 건강하시죠.
    이레에 글을 읽고는 무슨 일일까 싶어 잠시 들렸는데
    뜻밖에 소식엔 너무나도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가족모두 하나님에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지리가 그러했듯이 추풍령아래 새로운 보금자리 또한 두레네 가족을
    따듯하게 품어주리라 믿으며 밝은 모습으로 추풍령에서 뵙겠습니다.

  • ?
    건우엄마 2003.08.17 16:46
    유난히 구름을 좋아하는 우리딸이 어느날"엄마! 구름은 어디로 가"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묻더군요.
    바람따라 이사하나 보다. 했더니 우리도 이사가 하더군요. 구름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바람과 같은 동반자가 있겠죠. 어디로 가시게 되는지 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영미 2003.08.25 23:31
    안선생님을 통해서 계속해서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는데도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몸부림 하시며 사신것, 예수님 아시고, 한 없이 인자하신 눈으로 보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하나님 인도 하시는 그곳에 예수님 함께 하시기에 다시금 새로운 기대와 소망으로 시작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두레 가족이....
    언제 시간 만들어 안샘이랑 추풍령으로 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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