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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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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98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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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까치들이 요란스레 떠들어댑니다.
다른 해 같으면 얼른 콩밭에 뛰어나갔을 텐데 올해는 콩을 안심어, 미간만 좁힐 뿐입니다.
예전에 서울 살 때는 들어보기 어려운 소리라 무척이나 반가운 소리라고 여겼으며,
간간이 교외를 찾아 나섰을 때 한적한 들녘에서 꽁지를 들썩거리는
그 모양새만 보아도 참 정겹다고 여겼던 녀석들이었지요.
하지만 요새는 까치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상할 정도로 눈꼴 신 놈으로 여길 정도입니다.


한 십년 전에 국민은행이 자신을 상징하는 새를 까치로 선정하고
여러 캐릭터를 디자인해서 광고한 것을 기억하실런지요?
통장마다 날라 다니는 까치를 인쇄하고 방송에 까치가 나와 인사하고, 은행소속 운동선수 버스에다가도 그려놓고, 심지어는 까치가 살지 않는 제주도에 까치 20마리를 방사하고, 그게 여의치 않자 또 2차 방사를 하고 법석을 떤 적이 있었습니다.
그저 반가운 소식 전하는 새라는 옛스런 속담과 작금의 현실을 분간못하는 도시경영인의 단순한 홍보정책이었지만 얼마나 큰 역효과를 가져온 전략실책이었는지?
만일 그때 까치가 제주도에서 잘 정착했다면 지금쯤 아마도 두고두고 제주농민들의 원성을 샀을텐데...그 원성을 은행이 어찌 감당했을런지?  


그 즈음에 저는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농사철에 이 까치가 골치덩이였음을 알고는
"야! 국민은행 참 멍청한 짓을 하는구나 어쩜 그리도 농사꾼의 심정을 모를까?" 싶었지요.
봄철에 천평도 넘게 콩을 심었었는데, 콩싹이 돋아나면 꼬투리 채 파헤쳐 먹는 놈들이
생쥐나 들쥐도 아니고 영악한 까치들입니다.
그해에 무려 세 번이나 콩을 뿌리다 안돼 오죽하면 콩을 포토에 심어
어느 정도 키워 이식했을 정도이니 그 고생이 실감나실런지요?
포도밭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깟 미물이 얼마나 먹겠느냐고요?
맛있고 빛깔도 좋은 튼실한 것 골라 헤집어 놓는데 미칠 정도입니다.
결국은 팔릴 수 있는 상품성이 있는 것만 요리조리 파먹어 못쓰게 만들어놓습니다.
먹는 양은 별 것 아니지만 매출액의 상당분을 까치가 없애버리니 자본의 적은 당연한 일!
환경을 사랑하는 분들이 까치가 파먹는 달고 맛난 것을 사드시면 얼마나 좋을려나(?)
그러면 까치 욕 안해도 될텐데....
그러나 보기에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고 도시 소비자의 눈으로는 직접 먹기전에야
미각을 제외한 시각의 유혹에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성경에도 하와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열매에 속아넘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차피 세상사야 이생의 자랑과 안목의 정욕에 휘둘려 사는 인생사이니
과일이나 채소 선택하는데 까치가 무슨 짓을 하던 벌러지가 뭔 염병을 떨던 때깔 좋으면 그만이지요...
(다 아시지요? 제가 이런 역설적인 말을 왜 하는지?)


아니나 다를까 과수농사하는 농민들의 진정이 빗발쳐 까치가 유해조수로 선정되고
국민은행의 까치는 은행새답게 머니머니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생태질서가 무너져 상위 먹이사슬의 정점에 까치가 놓여져 천적이 없는 지금
까치로 인한 농사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 나쁜 이들을 새대가리라 부르지만 까치는 새대가리가 아닙니다.
얼마나 영악한지 모릅니다. 그 밭 주인이 누구인지도 아는 것 같습니다,
까치 두 마리가 다람쥐를 사냥하는 것을 보셨는지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벨로시 랩터같다고나 할까!!! 나무꼭대기로 다람쥐를 몰고 가 잡는 것을 보고는 정이 뚝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정이 안가면 늦가을 내가 딸 수 없는 높은 가지 위의 감을 말로는 "까치밥"이라고 남겨는 놓지만 실은 까치 말고 다른 새가 먹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오늘 아침 저놈의 새는 또 누구네 콩밭을 노리고 저리 깍깍거리는지 걱정됩니다.
아마 나도 사람의 편에 서서 나의 목만 축이는 속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실 앞전에 말했듯 까치는 자본의 적이지 사람의 적이 아니랍니다.
천년늘 넘게 이 민족과 더불어 길조로 여겼던 새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슬픈 사실을 애통해 해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또 어떤 미물을 정죄할 구실을 만들려나,
시는 것은 우리가 잘못 살아놓고
자꾸 다른 이들에 덤태기나 쒸우는 이 짓을 언제나 그만 두려나 싶습니다.

  • ?
    솔바람 2003.05.21 13:27
    정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멋있는 새지만 저는 어릴때부터(10살) 까치를 미워했습니다. 옛날 이야기와는 다르게 냇바닥에서 까치가 뱀을 쪼아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눈을 자세히 보면 정말 무섭답니다. 피땀흘려 가꾼 농작물을 작살내는 그놈들이 정말 밉네요.
    최근엔 바닷가에서 소리개를 공격하는 놈들도 수월찮게 볼 수 있답니다. 도망가는 소리개들을 따라가서 쪼아대는 겁니다. 공중공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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