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두레네(추풍령) /두레네(지리산) /두레네크리스마스이야기(지리산)

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314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도덕적인 오늘의 시대에 종교는 필수적인 것이 아닐지 모른다.
현실 사회가 더럽고 부패지수가 높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더러운 사회일수록 종교를 믿어 깨끗하게 사는 것이 손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홍수로 범람한 흙탕물이 가득한 강 가운데 맑은 개울물이 흘러드는 곳이라면
그 신선한 물 내음을 맡고 많은 물고기가 몰려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시대에 종교의 존재 의미는 아마도 그러한 비유에서 찾아야만 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세계는 종교의 경우 선택의 자유란 개인의 의지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태어난 지역의 문화에 따라, 가문의 전통에 따라 절로 부여되는 하나의 가치관이었다. 적어도 현재 이슬람 사회뿐 아니라 종교가 국교로 선정된 국가의 경우
인간의 기본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성의 참정권 제한에서부터 철저한 신분제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전통 사회의 경우
종교의 자유란 없다는 것이다. 혈연, 지연, 각종 굴레에서 전습된 전통으로 인해 생득적으로 강제로 덮어쓰는 것이 종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 발달 이전의 근대 인간의 각성기만 해도
인간에게 있어 종교의 자유란 신념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었다.
전통사회의 예속된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 자유의지의 한 표현 방식이었다.
종교의 혼재로 인해 갈등이 촉발되는 사회를 우리는 종종 본다.
같은 동포끼리 내전에 이르는 분열상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런 측면의 종교적 세계에서 한국사회는 종교의 혼재에도 불구하고 분열상이 드문 화합의 나라이다.
사자와 사슴이 어우러져 사는 복된 세계에 사는 셈이다.

달라진 세계는 종교문화 역시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그 선택은 아마도 자본의 물결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진열된 상품코너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듯 다양한 종교 상품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처럼 선택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본화된 현대 사회에서
모든 종교문화 역시 상품의 형태로 포장되어지길 현대인은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있어 종교의 자유란 바로 그런 선택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이렇게 달라진 세계에서의 종교확산은 기존의 선교방식으로는 마음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의 선교방식이 전통 사회 질서에 커다란 문화충돌을 가져왔었음을 기억한다면 새로운 세계인 자본의 시대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어느 상품이 더 좋은 것이냐 하는 질적인 승부처럼 어느 종교가 인간에게 참으로 도움이 되냐는 비교 우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상품의 품질처럼 종교 역시 기능이 뛰어나야하고,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부담이 적어야하고, 포장이 중요하듯 겉의 디자인이 중요시 되는...등등의 요건이 구비되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파의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것이다.
우습지 않게도 세계의 대부분의 고등종교는
이 세파에 흔들리는 종교를 진리가 아니라고 규정한다는 것이다.
실상은 그렇게 영향을 받아 각각의 모습대로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말이다.

우리는 종교의 진리관이 시대마다 달라져왔음을 기억한다.
천동설 시대에는 천동설에 적합한 종교적 세계관을 제시하고
과학이 발견한 새로운 진리에는 그에 맞게 교리를 새로이 해석해왔었음을 말이다.
또한, 정보의 발달이 느려 달라진 세계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
전통사회의 종교는 한때는 막강한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몰락했음을 기억할 수 있다.
달라진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비과학적 사실로 미신이었다고 매도되기 쉬웠던 것이다.

시대의 제약을 뛰어넘은 종교의 유일한 힘의 원천은 진리에 대한 실천의지에 있었다.
얼마만큼 진리의 가르침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도덕적인 삶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과 상품성을 지녔다 해도 써보고 지켜본 이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그 상품은 결코 선택되지 못한다.
이제 비교 우위의 시대에 접한 종교는
종교인들의 실천의지에 따라 그 존재유무가 판가름 날 것이다.
진리를 접한 이들의 참된 삶의 모습만이 그를 지켜본 이들에게 선택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상품 판매의 전위대인
성직자들의 삶의 모습이 가장 앞선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목사, 신부, 중들에게서 그 모습을 비교하지 않을까?
성직자라고 블리워지는 각 종교의 실천의지의 대표자들의
삶의 모습에서 판가름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종교를 믿는 신도들의 삶의 모습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많은 말들 중에서
"전도"와 "선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종교, 그 가운데서도 기독교회에서 동의어로 사용되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교회의 희망과 달리 이 말은 현대 사회에서 점차 구분되어져 가고 있다.
종교학적인 의미에서 더욱 그러하다.

"傳道"란 도를 전하는 것이고,
"宣敎"란 교를 선전하는 것이다.

도(道)는 특정 종교가 아닌 인류가 발견한 보편적인 진리를 의미하는 경우,
사람들은 도를 전하는 행위에 대해 그리 큰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종교가 자신의 교리를 가지고 자신의 조직체를 선전할 때에는
듣는 사람들이 다른 태도를 취한다.
기독교회는 자신의 교회를 진리의 도로 보기 때문에 두 말을 동의어로 사용해 왔었다.
이제는 세계에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다원화된 세계를 인정하는 풍토가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 땅 위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고,
문화의 한 형태로서 기독교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성인이 그 시대뿐 아니라
오고 오는 후일의 모든 세대들에게 빛이 되듯이
참된 진실의 빛 한가닥만 있어도 그 주변이 환한 법이다.
신도들을 대량으로 동원해 길거리에 나서 전단을 돌리고 떠들며 선전하지 않아도
돈을 써가며 선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진실되게 사는 삶의 모습에서 그가 믿는 하느님이 참되신 분이심을 사람들은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진리라고 말하고 싶다면
말보다 앞서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다 되는 것이며 그게 곧 우주의 이치 아니겠는가?
순리인 것이다.

남의 목을 쉽게 따는 이슬람인들이 있는 한
결코 그들이 믿는 알라가 좋은 신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듯이
부시가 믿는 하나님도 그런 것 같고,
깡패 동원하며 싸우는 조계종 중들의 부처도 그렇고 그런 것 같다.
도대체 믿을만한 게 없는 것처럼만 보이는 이 시대에
빛과 소금처럼 사는 이들이 살아 그 증거를 확실히 보였으면
우리 사는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다...

  • ?
    허허바다 2004.07.06 13:57
    가슴 속 저 안에서
    그 어떤 질서가 형성되어 가는 느낌이 드는
    소중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
    솔메 2004.07.07 12:06
    다원사회, 다원화 한 종교관에 대하여
    생각해볼 일입니다.
    작금의-김선일씨의 죽음- 사건을 바라보는 정부나 언론, 종교인,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걸로 믿습니다.
  • ?
    공수 2004.07.07 20:23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너무나 충격적이라 차마...하고픈 말은 있었지만...하지 못했는데,
    우리들의 느낌을 그대로 말로 표현 하셨군요!

    정말 그런 생각이 든...그런 하루 입니다.
  • ?
    산유화 2004.07.08 14:45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것.
    저절로 다 되는 우주의 이치. 순리.
    마침내 얻는 깨달음들이 얼마나 귀한지요.

    지역의 자연 환경, 문화, 전통에 형성된
    다른 가치관, 다양성들을 생각해 봅니다.
    종교의 진리관이 문화의 한 형태로 시대마다
    변화돼왔음에 아이러닉하게도 위로를 받네요.

    어떤 구도에도 종속되지 않고
    개인의 의지에 속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받지 않으며
    결정적 존재로써가 아닌 자기 삶에 능동적 참여자로
    또한 완전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만 있다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4 죽은 나무에 새 순이 돋고 4 두레네집 2004.08.04 1330
113 터주대감의 입술 3 두레네집 2004.07.07 1650
» 내가 믿을만한 것은, 삶이다. 4 두레네집 2004.07.06 1314
111 자폐증-잘못 알려진 전형적인 말 4 두레네집 2004.06.18 1698
110 살아있는 모든 숨붙이들을 위해 3 두레네집 2004.06.10 1346
109 well-being : 잘 사는 것과 제대로 사는 것 8 두레네집 2004.05.25 1394
108 감자에 싹이 났다 잎이 났다 9 두레네집 2004.05.24 1603
107 늦게나마 찾아온 두레의 스트레스 11 두레네집 2004.04.28 1360
106 똥통에 빠진 핸드폰 4 두레네집 2004.04.04 1694
105 장학금은 좋은것이여 8 두레네집 2004.03.14 1193
104 이레의 졸업선물-다시 찾은 구례- 7 두레네집 2004.02.29 1659
103 자전거로 자유로를 내달렸었다고? 5 두레네집 2004.02.16 1473
102 시골동네 마을회의 4 두레네집 2004.02.13 1293
101 까마귀 4 두레네집 2004.02.10 1095
100 돌아온 백구-우리집 작아 3 두레네집 2004.02.07 1159
99 우리 땅의 신비(백두대간의 힘) 2 두레네집 2004.02.03 1294
98 백두대간 기슭에 살려다보니 추풍에... 1 두레네집 2004.01.29 1062
97 歸農, 달콤함만 주려하고 3 두레네집 2004.01.10 1131
96 상주로 넘어가는 백두대간 마루길에서 5 두레네집 2003.11.19 1185
95 전학생 두레의 요즈음 I 2 두레엄마 2003.11.19 116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